"불만 있는 건 사우디뿐" 트럼프의 냉대…'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빈 살만
[파이낸셜뉴스]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핵심 송유관이 멈춰 서며 궁지에 몰린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의 싸늘한 외면에 깊은 '전략적 충격'에 빠졌다.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밀착했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정작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파트너의 군사 지원을 거절당하며 고립무원의 처지에 놓였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동부 유전과 서부 홍해 얀부항을 잇는 총연장 1200km의 동서 송유관이 지난 11일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조직의 드론 공격을 받아 며칠째 가동을 멈췄다.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핵심 안보 인프라가 파괴된 것으로, 파손된 주요 가압장 등을 복구하는 데 최소 3~5주가 걸릴 전망이다.
NYT는 이를 두고 사우디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최근 남쪽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요충지를 장악한 데 이어, 북쪽 이라크 무장조직의 송유관 타격까지 사우디를 겨냥한 이란의 전방위적 대리전 포위망이 급격히 좁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믿는 도끼'였던 미국의 태도다. 사우디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후티 반군 등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타격을 요청했으나 단칼에 거절당했다. 확전을 우려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히려 아일랜드 방문 중 취재진에게 "후티 반군은 우리(미국)와 싸우길 원치 않는다. 불만이 있는 나라는 단 한 곳(사우디)뿐"이라며 철저히 선을 그었다.
그동안 막대한 자본과 정치적 자산을 쏟아부으며 미·사우디 밀착을 과시해 온 사우디 지도부는 깊은 좌절감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직 미 외교관은 "사우디가 이처럼 절박한 순간을 대비해 미국과의 안보 파트너십에 그토록 엄청난 투자를 했던 것"이라며 미국의 냉대에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결국 군사적 해법이 막힌 사우디는 껄끄러운 적대국 이란을 포함해 주변국들과 원치 않는 외교적 타협점을 찾아야 하는 딜레마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분노하고 있지만 미국과 공개적으로 거리를 두지는 못할 것"이라며 당분간 독자적인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쓸 것으로 내다봤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