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호르무즈 '블랙리스트' 77척으로 확대…통항량 한 자릿수 급감
[파이낸셜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규정을 위반했다며 제재 대상 선박을 77척으로 대폭 확대했다. 선박 억류 경고에 이어 글로벌 보험사들에게까지 제재 선박과의 거래 중단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주요 해운 전문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이란이 신설한 페르시아만해협청(PGSA)은 이날 통항 규정 미준수 선박 21척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제재 대상을 총 77척으로 늘렸다고 발표했다.
새로 명단에 오른 선박에는 최근 이란의 공격을 받은 쿠웨이트유조선회사(KOTC) 소속 5척과 지난달 말 보안 사고로 필리핀 선원 2명이 사망한 사우디아라비아 바흐리(Bahri) 소유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시드르(Sidr)'호 등이 포함됐다. 앞서 PGSA는 지난달 24일 첫 블랙리스트(45척)를 발표할 당시 한국 장금상선(Sinokor) 소유 선박 5척도 포함시켜 해운업계의 우려를 낳은 바 있다. 제재 대상은 주로 VLCC를 비롯해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석유제품 운반선 등이다.
PGSA는 "명단에 오른 선박들이 향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할 경우 벌금 부과, 억류, 몰수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다"며 "미국 및 동맹국, 혹은 제재 대상 선박과 협력하는 다른 상선들 역시 블랙리스트에 추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PGSA는 해운업계 전반을 향한 전방위 압박에도 나섰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보험사, 선주상호보험조합(P&I 클럽), 선급협회 등은 발생할 수 있는 후과를 피하기 위해 블랙리스트 선박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자제하라"고 엄포를 놨다. 선주와 용선자에게 제3자 배상 책임을 제공하는 핵심 기관들의 발을 묶어 물리적 나포를 넘어 경제적 제재까지 가하겠다는 의도다.
이 같은 이란의 초강경 조치에 해협 통항량은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이날 공개된 예비 선박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주말 사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상선 규모는 최근 10일 평균치인 하루 14척을 크게 밑도는 한 자릿수로 급감했다. 다만, 이란의 감시와 위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선박자동식별장치(AIS) 송수신기를 끄고 이른바 '깜깜이' 운항을 한 선박들은 통계에서 제외됐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