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도, 부작용도 몰랐던 치매 치료…"이제 혈액으로 미리 알 수 있다" [헬스체크]
[파이낸셜뉴스] "나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부작용은 얼마나 위험할까."
알츠하이머병 항체치료를 고민하는 환자와 가족의 이 질문에 답할 실마리가 나왔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억장애클리닉 강동우 교수 연구팀(제1저자 변기환 교수)은 항체치료 전 측정한 혈액 속 면역 단백질 수치로 치료 효과와 부작용 위험을 가늠할 단서를 찾았다고 밝혔다. 보체 단백질인 C1q 수치가 높을수록 아밀로이드 감소 폭이 작고, C3 수치가 낮을수록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이 더 자주 나타나는 경향을 확인했다.
아밀로이드 단백질 표적 항체치료는 뇌에 축적된 아밀로이드 베타를 표적으로 삼아 제거를 돕는 치료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치매 단계에서 뇌 아밀로이드 축적이 확인된 환자에게 적용하며, 인지기능 저하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치료 중에는 뇌부종, 미세출혈 등이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발견될 수 있는데, 이를 ARIA라고 한다. 치료 전 위험요인을 확인하고 치료 중 정기적으로 MRI를 촬영해 안전성을 살피는 과정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에서 레카네맙(lecanemab) 치료를 시작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62명의 실제 진료자료를 후향적으로 분석했다. 이 중 치료 전과 치료 26주 후 아밀로이드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검사를 모두 받은 34명은 치료에 따른 아밀로이드 변화도 함께 살폈다. PET 추적군의 뇌 아밀로이드 부담을 수치화한 센틸로이드(Centiloid) 평균값은 치료 전 67.8에서 26주 후 38.1로 낮아졌다. 평균 감소량은 29.7 센틸로이드로, 치료 전 수치의 43.8%였다.
연구팀이 살핀 C1q와 C3는 '보체(complement)'라 부르는 면역 단백질 체계의 일부다. 보체는 혈액과 조직에서 세균이나 손상된 세포, 비정상 단백질 등을 인식했을 때 다른 면역세포가 이를 제거하도록 돕는 면역계 보조 체계로, 면역세포가 처리해야 할 대상을 표시하고 염증 반응과 제거 과정을 조절한다. 이 중 C1q는 보체 반응을 시작하는 단백질이며, C3는 그 반응이 이어지는 과정의 중심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아직 전임상 및 간접 임상 근거를 통해 제기된 가설 단계이지만, 학계에서는 항아밀로이드 항체가 뇌 안팎의 아밀로이드 베타에 결합하는 과정에서 보체 경로가 함께 활성화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고돼 왔다. 연구팀은 이 생물학적 가설을 바탕으로 치료 전 혈액의 C1q∙C3 수치와 치료 후 아밀로이드 감소, ARIA 발생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치료 전 C1q 수치가 높을수록 치료 26주 후 PET 검사에서 확인한 아밀로이드 감소 폭이 작은 연관성이 관찰됐다. 이 연관성은 나이, 성별, 치료 전 아밀로이드 부담, 아포지단백 E ε4(APOE ε4) 보유 여부 등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같은 방향으로 나타났다. 반면 치료 전 C3 수치가 낮은 환자에서는 ARIA가 더 자주 관찰되는 연관성이 나타났다. 전체 62명 가운데 ARIA는 7명(11.3%)에서 발생했으며, 이 중 5명은 경증, 2명은 중등도였다.
이번 연구는 전체 62명 가운데 ARIA가 발생한 환자가 7명에 그친 단일기관 탐색적 분석이어서 대규모 다기관 연구를 통한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다만 치료 전 C3 수치가 낮은 환자에서 ARIA가 더 자주 관찰되는 연관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얻은 혈액검사와 PET∙MRI 자료를 연결해 치료 반응과 안전성을 함께 살폈다는 점도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향후 다기관 전향연구에서 결과가 재현될 경우, C1q와 C3는 기존의 유전정보와 뇌영상 소견에 더해 치료 전 위험도 평가에 참고할 수 있는 후보 바이오마커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혈액검사를 포함한 정보를 바탕으로 환자별 치료 반응과 안전성의 차이를 더 정밀하게 평가하는 맞춤형 치료 전략을 검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 교수는 "실제 진료 현장에서 얻은 혈액검사와 뇌영상 자료를 연결해, 보체 단백질 C1q와 C3가 항아밀로이드 항체치료의 아밀로이드 감소 및 ARIA와 각각 연관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여러 기관이 참여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적 유용성을 검증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기억장애클리닉은 정신건강의학과, 신경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등이 협력해 알츠하이머병 진단, 아밀로이드 PET 및 MRI 평가, 유전정보 확인, 약물 투여, 안전성 추적관찰을 연계하는 진료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번 연구도 이러한 실제 진료 과정에서 축적한 자료를 바탕으로 수행됐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 알츠하이머협회가 발간하는 국제학술지(Alzheimer's&Dementia: Translational Research & Clinical Interventions(TRCI)'에 게재됐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