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 조절론이 키운 역설…울다 웃는 '사이버 보안'
AI 개발 속도 조절론에 주목받는 '사이버 보안'…'안전장치' 새 성장동력 AI 생성 코드 보안 통과율 56% 불과…침투 속도 '29분'으로 공격 가속화 국내 보안업계, 새로운 기회…하네스 구축 기술·특화모 등 기대
[서울=뉴시스]박은비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조절론'이 빅테크와 정가를 뒤흔들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의 시선이 '사이버 보안'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AI 개발이 '얼마나 빨리 성능을 끌어올릴 것인가'에서 '빠르게 진화하는 초지능과 AI 에이전트를 어떻게 안전하게 통제할 것인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면서 AI 시대 새로운 핵심 성장 엔진으로 재평가받고 있다. 앤트로픽 '클로드 미토스' 등 고성능 AI 등장 여파로 얼마 전까지 '사양 산업' 취급을 받던 사이버 보안 업종의 대반전이다.
실제 14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주가는 약 15%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팔로알토네트웍스도 약 14% 상승했다. 지스케일러와 세일포인트 등 다른 사이버보안 기업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엔비디아와 AMD 등 AI 반도체주는 AI 개발 속도 조절론의 여파로 하락했다. AI 개발 둔화 우려가 확산된 가운데 보안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업계 전문가들은 AI 산업 성장 과정에서 '보안'의 역할이 달라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AI가 코드를 만들고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는 단계로 발전할 수록 보호해야 할 대상과 관리해야 할 권한이 동시에 늘어나고 있어서다.
◆ AI 생성 코드 보안 통과율 56%에 그쳐…AI 모델 좋아져도 '제자리걸음'
AI 개발 속도조절론이 보안 기업에 기회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개발과 보안 검증 사이의 속도 차이다.
미국 보안 기업 베라코드(Veracode)의 최신 리포트에 따르면, AI 코딩 도구가 자동 생성한 소스코드의 보안 테스트 통과율은 56%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AI 모델 자체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지만, 코드 취약점 통과율은 수개월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앤트로픽(클로드 코드)과 오픈AI(코덱스) 등은 개발 환경 자체에 보안 검증을 내재화하는 실시간 연동 체계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공격자들의 AI 활용 속도도 위협적이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에 따르면 AI를 악용한 사이버 공격은 전년 대비 89% 폭증했다. 특히 해커가 초기 침투 후 내부 타 시스템으로 권한을 넓히는 평균 시간인 '브레이크아웃 타임(Breakout Time)'은 전년 대비 65%나 단축된 29분으로 집계됐으며, 최단 기록은 단 27초에 불과했다.
특히 기업 업무를 자율 수행하는 'AI 에이전트'의 확산은 보안 지형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이메일 독해 사내 DB 접속, 코드 실행 권한을 가진 AI 에이전트가 늘어남에 따라, 과거 서버·네트워크 중심이던 보안 경계가 AI 프롬프트, 모델, 에이전트 계정 및 외부 도구 전체로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 韓 보안업계, 새로운 기회될까
글로벌 보안 패러다임의 급변은 국내 보안 업계에도 미증유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특히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증하는 애플리케이션 보안, 기업이 도입한 AI 서비스와 데이터 접근을 통제하는 보안, AI 에이전트의 권한과 행동을 관리하는 기술, AI를 활용해 위협을 탐지·분석하는 차세대 보안관제 등이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AI가 개발과 업무, 보안 영역 전반에 깊숙이 들어갈수록 이를 검증하고 통제하는 보안 기술에 대한 수요도 함께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 역시 최근 디지털서비스 동향 자료에서 국내 기업의 AI 활용이 단순한 도입을 넘어 AI 에이전트의 권한·데이터 접근·행동을 관리하는 거버넌스 단계로 넘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역시 사이버 보안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국내 독자 AI 기술 기반의 '사이버 보안 특화 AI 파운데이션 모델(특화모)' 개발 사업에 전격 착수했다.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10개월간 진행되는 이 프로젝트에 정부는 최종 선정 팀을 대상으로 초고성능 GPU 256장을 파격 지원해 국산 AI 보안 기술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킨다는 구상이다.
AI 보안 전문가는 "목표 달성만을 향해 달리는 AI의 능력은 강력하지만, 가드레일(안전장치)에 가두는 기술이 뒤처져 있어 개발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것"이라며 "AI 에이전트를 안전하게 제어하는 통제 기술과 정부의 '특화모' 사업이 결합한다면 한국 보안 산업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