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상처에 붙였더니 피가 '뚝'...게 껍데기서 찾은 지혈소재 [헬스LAB]

연지안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존 폴리페놀 접합체(CHI-C, CHI-G) 대비 매우 빠른 수용해 특성을 나타낸 CHI-B. KAIST 제공
기존 폴리페놀 접합체(CHI-C, CHI-G) 대비 매우 빠른 수용해 특성을 나타낸 CHI-B. KAIST 제공

[파이낸셜뉴스] 상처에는 빠르게 달라붙어 피를 멎게 하고, 유리나 플라스틱에 코팅하면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쫙 퍼지게 하는 바이오소재가 개발됐다.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상온에서 30분 만에 만들 수 있어 지혈제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활용이 기대된다.

17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따르면 KAIST 화학과 이해신 교수 연구팀이 갑각류 껍데기에서 얻는 천연 고분자 물질인 키토산(chitosan, CHI)과 식물 등 생물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바이오매스 기반 원료인 1,2,4-벤젠트리올(1,2,4-benzenetriol, BTO)을 이용해 접착과 초친수성 표면처리 기능을 동시에 갖는 폴리페놀 바이오접착 소재 'CHI-B'를 개발했다.

CHI-B의 특징은 하나의 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잘 퍼지는 표면 특성을 동시에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상처에서는 빠르게 달라붙어 출혈 부위를 막고, 유리나 플라스틱 등에 코팅하면 물이 닿는 즉시 넓게 퍼지는 '초친수성(superhydrophilic)' 표면을 만든다.

초친수성은 물방울이 표면에 동그랗게 맺히지 않고 닿자마자 넓고 얇게 퍼져 표면을 적시는 성질이다. 연구팀은 CHI-B를 유리뿐 아니라 테플론으로 잘 알려진 불소계 고분자 소재인 PTFE, 음료병 등에 널리 쓰이는 플라스틱인 PET,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PS, 광촉매와 기능성 코팅 등에 활용되는 이산화티타늄(TiO₂) 등 성질이 서로 다른 다양한 소재에 균일하게 코팅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CHI-B로 처리한 표면은 한 달 이상 세척한 뒤에도 안정적으로 유지돼, 1년이 지난 코팅에서도 물이 잘 퍼지는 우수한 젖음 특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CHI-B의 강한 접착력을 이용해 의료용 지혈 소재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세포 독성 평가에서 CHI-B는 높은 생체적합성, 즉 생체 조직이나 세포와 접촉했을 때 유해한 영향을 적게 나타내는 특성을 보였다. 생쥐의 간 출혈 부위에 CHI-B 스펀지를 적용한 결과 출혈량이 대조군보다 크게 감소했다.

제조 과정도 크게 단순화했다. 연구팀은 BTO가 공기 중 산소와 만나 자연스럽게 산화되는 성질에 주목해, 공기 중 산소가 BTO를 키토산과 쉽게 결합할 수 있는 상태로 바꿔 기존 화학 결합제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했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별도의 화학 결합제나 가열 과정 없이 상온에서 30분 이내에 CHI-B를 만들 수 있다. 연구팀은 실험실 환경에서 수십 리터 규모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해 대량생산 가능성도 확인했다.

CHI-B는 물에 잘 녹는 특성도 보였다. 일반적인 키토산은 물에 잘 녹지 않아 활용에 제약이 있지만, 물을 얼린 뒤 수분을 제거하는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든 CHI-B 스펀지는 물에 닿은 뒤 약 15초 만에 완전히 녹았다.

이해신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나의 바이오소재로 강한 접착성과 물이 빠르게 퍼지는 초친수성 표면 특성을 함께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제조 과정도 단순하고 생산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까지 확인한 만큼 지혈 소재부터 의료기기·바이오센서, 기능성 표면처리까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머티리얼스 호라이즌스(Materials Horizons)'에 게재됐으며, 지난 4월 30일 온라인 공개됐다.

[email protected] 연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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