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전 안보실장 “한반도 해상 전술핵 배치 검토 필요”
지상 보다 선제적 제거 어려운 해상 배치 장점 많아 美 핵전략 구상의 변화 가능성도 전술핵 배치 검토의 배경 상대의 ‘핵 강압’ 대응…‘항복과 자살’ 사이에서 선택지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15일 북한 핵무력이 강화되고 한반도 안보 위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한반도 주변 해상에 전술핵을 배치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한미우호협회(회장 이용준)가 주최한 광화문열린포럼 주제 발표에서 "‘핵무장 해상발사 순항미사일(SLCM-N)’ 등을 공격잠수함(SSN) 같은 해상 플랫폼에서 운용하는 것이 (한국에) 유용하다"고 말했다.
전직 고위 관리가 공개적으로 한반도 전술핵 배치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발표하기는 이례적이다.
◆ 지상보다 해상 배치의 장점 많아
김 전 실장은 SLCM-N 배치의 장점으로 북한이나 중국이 정확한 위치를 파악해 선제적으로 제거하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특정 지역을 핵무기 저장 기지로 만들 필요도 없으며, 군사적으로 미국 대통령에게 대규모 전략핵 공격보다 제한적인 핵 대응 옵션을 제공할 수도 있다.
핵무기 지상배치는 상대의 전술핵 사용에 대응할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 억지력을 가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단점도 있다.
핵무기 저장위치가 알려지면 상대방이 이를 제거하려는 유인을 갖게 되고, 한반도라는 좁은 공간에서 고정된 핵무기 저장시설의 방어가 어렵다.
또한 북한의 탄도 순항 미사일, 특수전 전력, 무인기, 사이버 공격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김 전 실장은 내부적으로도 ‘핵 배치 님비’ 현상도 제약 요건으로 제시했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조사보고서(2026)에 따르면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에 한국 국민들이 60.4%가 찬성했으나 자신의 거주 지역에 배치되는 경우 찬성은 35.4%에 그쳤다는 것이다.
◆ 美 핵전략 구상의 변화 가능성도 전술핵 배치 검토의 배경
한반도 배치 미국 전술핵은 당연히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김 전 실장은 한반도 전술핵 배치 검토 필요와 유용성에 대한 논의는 미국 행정부의 핵전략 구상이 변화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 지난 8월 5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 오퍼트 공군기지 전략사령부에서 개최된 심포지엄에서 핵전략의 중요한 변화를 예고하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콜비 차관은 중국과 러시아라는 ‘두 핵 강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는 전략 환경에서 재래식 대응과 전략핵 보복이라는 양극단의 선택지만 있어서는 안된다며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핵 옵션’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이나 러시아도 비전략 핵을 통한 ‘제한적인 핵 사용’이나 ‘핵 강압(nuclear coercion)’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는 것도 ‘합리적인 핵 옵션’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됐다.
콜비 차관은 “핵 당대국과의 전쟁에서는 미국이 항복과 자살 사이에서 합리적인 전략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과거 헨리 키신저가 냉전시대에 미국이 핵전쟁에서 ‘항복이나 자살을 선택해야 하나’라는 문제 제기를 콜비 차관이 요즘 상황에 맞게 조정한 것이라고 김 전 실장은 설명했다.
콜비 차관은 핵전쟁 위험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찾아야 하는 제한적인 정치 군사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으로 ‘합리적인 핵 옵션’을 제시했다.
콜비는 이를 ‘핵 그림자 아래의 제한전’으로 규정했다. 이는 핵전쟁 가능성이 전방 전반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어서 양측 모두 승리나 목표 달성을 위해 전쟁의 범위를 염격히 제한하며 치르는 전쟁이라는 것이다.
◆ 전술핵 배치, 美 과거 핵전략에도 있어
김 전 실장은 SLCM-N 배치 등을 상정하는 ‘합리적인 핵 옵션’은 콜비 차관이 불쑥 꺼내들은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나온 핵태세검토보고서(NPR·2018)는 “중러가 제한적 핵 사용을 하거나 위협하면 미국이 전면 핵전쟁으로 확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계산 자체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를 위해 미국 대통령에게 더 다양하고 단계적인 핵 대응 옵션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 탑재하는 저위력 핵탄두를 단기적 대응책, SLCM-N을 중장기적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미국 의회에서 러시아의 비전략핵 우위와 중국의 급속한 핵전력 증강에 대해 ‘전구(war theater·전쟁 지역)급 핵대응 수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높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김 전 실장은 말했다.
미 의회는 2024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서 SLCM-N의 초기 작전능력 확보 시한을 2034년 9월 30일로 설정했다가 2026년에는 2년 앞당기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은 콜비 차관의 ‘합리적 핵 옵션’ 구상에 따른 한반도 SLCM-N 배치 추진은 이 같은 배경에서 검토될 수 있다는 것이다.
◆ 美, 핵잠으로 안보 공약 의지 보여줘
김 전 실장은 미국이 전략핵수함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보여준 사례를 들어 해상핵전력의 의미를 강조했다.
2023년 7월 18일 미국 오하이오급(1만8750t) 전략핵잠수함(SSBN) 켄터키함(SSBN-737)이 부산 작전 기지에 입항했다.
SSBN의 한국 항구 입항은 1981년 이후 42년 만이다.
켄터키함은 ‘은밀성’이 최고의 특징으로 대통령이나 국방장관이 아니면 그 위치를 알려주지 않을 만큼 기밀 사항이라고 김 전 실장은 말했다.
미국이 전략핵잠수함의 해상 노출을 통해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을 보여준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안의 민감성 때문에 이날 발표 이후 진행된 질의 응답은 비보도를 전제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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