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작지만 강한 나라' 스위스
글로벌 혁신지수 15년 연속 1위
OECD 삶의 질 지표서 최상위권
GDP 대비 정부지출 비율 35%
평균 법인세율은 14.7% 그쳐
노동생산성 세계1위…우리는 28위
'작지만 강한 나라' 롤모델 삼아야
스위스는 작지만 강한 나라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최상위권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삶의 질 지표인 '더 나은 삶'(Better Life) 평가에서도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실업률이 낮은 국가군에 속한다. 또한 스위스는 세계지적재산기구(WIPO)의 글로벌 혁신지수에서 15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2025년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70개 대상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으며, 디지털 경쟁력 순위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안정된 재정 운영, 높은 노동생산성, 경쟁력 있는 제조업 기반, 활발한 연구개발(R&D) 투자가 스위스 경제성장을 이끄는 핵심 동력이다.
스위스는 건전한 재정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GDP 대비 정부 지출 비율은 약 35%로 비교적 낮으며 재정준칙에 기반한 균형재정 정책을 시행해 왔다. 유럽에서 가장 건전한 재정구조를 유지하는 국가 가운데 하나다. 스위스 정부는 세계적으로도 효율성이 높은 정부로 평가받는다. 소득세와 법인세 부담도 크지 않다. 평균 법인세율은 약 14.7%로, 유럽연합(EU) 평균에 비해 훨씬 낮다. 복지국가를 지향하면서도 개인과 기업의 창의성을 최대한 존중하며, 과도한 정부 규모가 초래할 수 있는 비효율과 생산성 저하를 경계한다.
스위스 경제의 또 다른 강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노동생산성이다.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024년 기준 86.2달러로 세계 1위이며, 2004년의 78달러에 비해 10.5% 증가했다. 한국 28위, 일본 27위와 큰 대조를 이룬다. 제약·정밀기계·전기전자·시계 등 고부가가치 산업이 높은 생산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국가 R&D는 GDP의 3.1%를 차지하며, 인구당 노벨상 수상자 비율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높은 생산성은 높은 임금 수준을 상쇄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제조업 못지않게 서비스업의 생산성도 뛰어나다. 호텔, 레저, 관광은 물론 첨단 금융서비스와 경영관리 서비스도 세계적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UBS 등이 활발하게 활동한다. 우리나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지난 20년간 제조업의 약 40%에 머문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고부가가치 제조업은 성장과 일자리 창출의 핵심 동력이다. 스위스 제조업은 국가 부가가치의 22.5%, 고용의 17.5%를 창출하며 이는 EU와 OECD 평균을 크게 웃돈다. 제약, 정밀기계, 시계, 전기전자 등 주요 제조 부문의 기술 경쟁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방공과대학, 응용과학대학 등과의 산학협력도 매우 긴밀하다. 숙련된 장인의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이 첨단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이 된다. 제조업 강국 독일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특히 제약과 기계·전기·금속 산업이 두드러진다. 제약 산업은 가장 혁신적인 부문으로, 생산성이 국가 평균의 5배에 달한다. 국가 R&D 지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국가 혁신체계의 중추적 역할을 한다. 세계 제약 수출시장에서 약 12%의 점유율로 세계 2위권이다.
기계·전기·금속(MEM) 산업은 32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최대 고용 부문으로 자리하고 있다. 전체 R&D 지출의 14%를 담당하고, 생산성은 국가 평균의 1.4배에 이른다. 1998년부터 2007년까지 부가가치의 5분의 1을 창출했고, 이후 비중은 다소 축소되었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도 높은 회복력을 보였다. 중소기업이 전체 일자리의 3분의 2 이상을 담당하며 국민 경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스위스는 금융위기를 비교적 잘 관리해 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다. 인구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외환보유액, 안정적인 통화가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한 개방적 이민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외국 출생 인구가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이 가운데 40%는 비유럽 출신이다. 경제학자 루치르 샤르마는 스위스를 "덜 사회주의적인 유토피아"라고 표현했다. 강소국 스위스 모델은 재정 건전성, 혁신, 생산성, 제조 경쟁력이 어떻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약력 △미국 시러큐스대(뉴욕주) 경제학 박사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초당대학교 총장 △교육과학기술부 제2차관
박종구 한성대 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