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AI 투자전쟁, 혁신기업이 승부 가른다

파이낸셜뉴스
송기봉 ETRI 책임연구원
송기봉 ETRI 책임연구원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은 데이터센터나 첨단 반도체 공장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스마트 글라스처럼 일상의 제품에도 수많은 첨단기술과 기업의 역량이 집약돼 있다.

스마트 글라스는 안경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실상은 첨단기술의 집합체다. 대용량 고성능 데이터 처리 프로세서부터 초소형 광학계와 극소형 디스플레이, 센서, 반도체, 통신 네트워크, 공간컴퓨팅, 생성형 AI까지 서로 다른 기술이 하나의 기기 안에서 작동해야 한다. 선명한 화면이나 뛰어난 AI 성능만으로는 시장을 만들 수 없다. 무게와 발열, 전력 소모 같은 난제까지 해결해야 경쟁력 있는 제품이 탄생한다.

필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스마트 글라스와 AI 글라스를 연구하며 하나의 첨단제품 뒤에는 수많은 기술 중소기업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반도체를 장악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핵심 부품과 장비, 소프트웨어를 담당하는 혁신기업의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완성도를 높이기 어렵다.

벤처캐피털 등 민간투자자는 수익성과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중시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개발기간이 길고 초기 시장이 작거나 설비투자가 큰 소재·부품·장비 기업은 상대적으로 선택받기 어렵다. 민간의 선택만으로 국가 전략기술에 필요한 자금 공급까지 보장하기는 어렵다.

주요국이 공공재정과 정책자금을 활용하는 이유다. 미국은 '반도체과학법'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527억달러를 책정했고, 유럽연합(EU)은 'InvestAI'를 통해 2000억유로의 AI 투자를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중국도 정부 주도의 국가창업투자유도기금을 통해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1조위안 규모의 자금을 조성하고 초기 단계 첨단기술 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AI 경쟁은 데이터센터의 크기나 GPU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장비·부품·소프트웨어를 국내 기업이 충분히 공급하지 못한다면 투자 성과가 우리 산업에 축적되기 어렵다.

따라서 첨단산업 투자전략에는 혁신기업을 육성하는 금융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 매출과 담보가 부족한 기술 중소기업은 금융의 문턱도 높다. 기술력과 시장성을 평가해 보증을 제공하는 정책금융은 이런 기업이 시장에서 가능성을 검증받을 기회를 넓혀준다.

정부가 추가 세수를 미래 성장에 활용하는 '미래대응기금' 신설을 추진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국가가 미래산업에 투자한다면 기술 중소기업의 금융 인프라도 확충해야 한다. 기술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재원을 획기적으로 확충해 공공이 먼저 위험을 나누고 민간자금을 연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주도권도 결국 핵심 기술을 제품으로 완성하는 기업이 가져갈 것이다. 세계 각국이 막대한 자금을 AI에 쏟아붓는 지금, 진짜 경쟁력은 투자액보다 얼마나 많은 혁신기업을 키워내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금융 기반을 갖출 때 대한민국의 AI 투자는 미래를 위한 자산이 될 것이다.

송기봉 ETR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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