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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후에도 치매는 못 피한다"...영화 '영식스티' 공개 [Weekend 헬스]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단편영화 '영식스티'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메는 영식(권해효 분). SK케미칼 제공
단편영화 '영식스티'에서 길을 찾지 못해 헤메는 영식(권해효 분). SK케미칼 제공

[파이낸셜뉴스] 카페에서 늘 먹던 디저트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이미 집에 있는 LP를 또 주문한다. 단편영화 '영식스티' 속 주인공 영식에게 나타나는 변화다.

SK케미칼이 대한치매학회와 함께 제작한 단편영화 '영식스티'를 치매 예방의 날(9월 21일)을 맞아 지난 16일 공개했다. 이 영화는 18일 오후 6시 JTBC 유튜브채널 '드라마봐야지'에서 방송된다.

'영식스티'는 2056년 근미래 서울을 배경으로, 레트로 감성을 지닌 60대 남성 영식이 인지 기능 저하 변화가 나타나는 과정을 다룬 15분 분량의 단편영화다. 스타 제작자 용이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실제 부부인 권해효·조윤희가 출연했다.

제작진은 미래에도 사라지지 않을 건강 문제인 '치매'를 30년 후 모습을 통해 조명하고,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동시에 조기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기 위해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주인공 영식이 겪는 크고 작은 실수를 통해 서서히 변화하는 뇌 건강 상태를 다양한 각도로 보여준다.

단편영화 '영식스티'에서 같은 음반을 주문해 당황한 영식(권해효 분). SK케미칼 제공
단편영화 '영식스티'에서 같은 음반을 주문해 당황한 영식(권해효 분). SK케미칼 제공

위험요인 관리하면 치매 45% 예방·지연 가능

치매는 기억력 저하 등 인지 기능 이상이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이다. 처음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일상에서 변화가 느껴지는 형태로 나타난다. 주관적 인지저하(SCD)와 경도인지장애(MCI)를 거쳐 중증 치매로 이어지는 연속적인 과정을 보인다. 주관적 인지저하는 스스로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지만 객관적 검사에서는 정상 범위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 이후 나타나는 경도인지장애는 검사상 인지기능 저하가 확인되지만 대부분의 일상생활은 독립적으로 유지되는 상태다. 기억력뿐 아니라 집중력, 판단력, 언어능력 등에서도 저하가 나타날 수 있으며, 이를 넘어 혼자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어려워지면 비로소 치매로 판단한다.

영화 초반에는 '카페에 주문한 물건을 두고 오는 것', '17시를 오후 7시로 헷갈리는 것', '탑승 전 차량 위에 커피를 놔두고 출발하는 것' 등 건강한 사람도 겪을 수 있지만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흔히 발견되는 증상들이 등장한다. 중반 이후로는 자녀 이름이 떠오르지 않거나, 아내가 당뇨 치료로 맞는 인슐린 주사를 생소하게 느끼는 등 경도인지장애를 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초기 치매 단계의 증상으로 이어진다.

음식의 '간'을 맞추지 못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흔히 치매는 기억력과 주의력 저하로만 인식되지만, 후각 상실 역시 치매의 중요한 바로미터 중 하나다. 후각을 담당하는 뇌 부위와 감각 처리 신경을 연결하는 신경 섬유가 손상되면 음식의 간을 맞추기 어렵거나 같은 음식의 맛을 다르게 느끼는 증상이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증상의 크고 작음보다 반복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홍보이사)는 "평소와 다른 기억이나 행동의 변화가 반복되거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의료진과 상담해 현재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화는 영식이 아내와 함께 병원 방문을 결심하는 것으로 끝난다. 엔딩 크레딧과 함께 경도인지장애를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치매로의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는 대한치매학회 진료 지침을 인용한 권고 문구가 나온다.

세계적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이 2024년 발표한 '치매 위험 요인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 위험요인을 관리할 경우 인구집단 수준에서 치매 사례의 약 45%를 이론적으로 예방하거나 발병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핀란드에서 진행된 대규모 FINGER 연구 역시 치매 위험이 높은 60~77세 성인 1260명을 대상으로 식이 개선, 운동, 인지훈련, 혈관 위험인자 관리 프로그램을 2년간 적용한 결과, 전반적인 인지기능 변화가 대조군보다 유의하게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치매는 노화라는 원인과 함께 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 청력, 사회생활, 음주, 흡연 등 생활 습관의 전반적 영역과 연결돼 있다"며 "의료 전문가와 함께 여러 인자를 복합적으로 관리하고 단계에 맞는 전문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뇌영양제 맹신은 금물… 의학적 효과 검증 안 돼

하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가족의 인지기능을 스스로 평가하고, 구하기 쉬운 뇌 영양제에 의존하는 패턴이 지속되고 있다. '뇌 영양제'로 알려진 건강기능식품은 인터넷이나 판매점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는데, 시장은 급격히 커지는 반면 치매 예방 효과는 검증되지 않아 유의가 필요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판매실적에 따르면 건기식 성분 포스파티딜세린의 연간 판매액은 2021년 60억원에서 2025년 508억원으로 4년 만에 8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건기식은 기능성을 갖춘 '식품'으로 분류되며 의학적 효과는 지니지 않는다. 포스파티딜세린 역시 노화로 저하된 인지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음' 등의 기능성은 갖추고 있지만 치매, 경도인지장애 등 질환에 대한 의학적 적응증은 없다.

은행잎추출물 역시 의약품과 건기식 제품에 대한 접근을 달리해야 한다. 의약품은 최대 240mg 용량이 처방되지만, 건기식의 하루 허용량은 150mg이다. 대다수 연구에서 의학적 효과를 낼 수 있는 용량은 200mg 이상으로 분석되며, 아시아 전문가 그룹 ASCEND도 경도인지장애 관리를 위해 200mg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주성분 품질 관리 기준도 달라, 의약품은 플라보노이드·테르펜 락톤 함량이 표준화된 기준에 따라 관리되지만 건기식은 이러한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제품 간 성분 함량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양영순 순천향대병원 신경과 교수(대한치매학회 보험이사)는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음식으로 섭취가 힘든 영양성분을 보충하는 수준의 제품으로 의학적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며 "건기식에 의존해 자가 진단과 영양제 섭취로 시간을 허비할 경우, 치매 예방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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