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친환경 규제에 흔들리는 중소선사…"지원 문턱부터 낮춰야"

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친환경선박 인증·금융 문턱에 중소선사 부담 가중
업계 "위험 분담형 금융·맞춤형 지원체계 필요"

박준성 한국선급 수석연구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탄소중립 전환과 중소선사의 미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원일 기자
박준성 한국선급 수석연구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탄소중립 전환과 중소선사의 미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사진=정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국제해사기구(IMO) 등의 글로벌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자금력과 대응 인력이 부족한 국내 중소선사에 맞춘 금융·인증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친환경 선박 전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연료와 기술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중소선사가 실제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이 초기 위험을 분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산업 탄소중립 전환과 중소선사의 미래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박준성 한국선급(KR) 수석연구원은 "규제는 매년 강화되고 있고 이미 유럽 노선에서는 탄소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며 "어떤 연료를 사용하더라도 연료를 적게 쓰는 선박이 모든 규제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선주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 당장 어떤 연료가 정답인지가 아니라 충분한 정부 지원과 선택권"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현행 친환경선박 인증제도가 중소형 선박에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KR이 제시한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중소형 선박이 하이브리드 에너지를 적용할 경우 인증점수는 약 36점으로, 정부 지원의 기준이 되는 3등급(40점)에 미치지 못한다. 액화천연가스(LNG)를 100% 적용해야 약 44점으로 간신히 3등급을 넘고, 배터리 전기추진은 약 71점으로 1등급권에 들어간다.

문제는 3등급 이상이 내·외항 친환경선박 보조금과 취득세 감면, 녹색금융 등 주요 지원제도의 공통 문턱이라는 점이다. 박 연구원은 현행 배점 체계가 친환경연료 사용에 무게가 실린 반면 중소형 선박의 기술적 여건은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소형 선박에 맞는 인증 조건을 마련하면 정부 지원에 닿을 수 있는 문이 열릴 수 있다"며 별도 효율지수와 맞춤형 인증체계 도입을 제안했다.

해운업계도 금융 지원의 방향 전환을 주문했다. 이철중 한국해운협회 상무이사는 "중소선사 지원은 정부가 얼마나 지원하느냐보다 기업이 실제 투자 결정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장기운송계약과 예상 운임, 연료비·탄소비용 절감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위험 분담형 금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조뿐 아니라 기존 선박 개조와 에너지저감장치 설치 등 단계적 전환도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책금융기관도 민간 자금 유입을 위한 안전장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유진석 산업은행 해양금융실 실장은 "중소선사에 대한 금융 지원은 거의 대부분 정책금융기관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해운산업에 약 16조원, 조선·해운을 합친 해양 분야에 약 33조원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정책금융기관의 조선·해운업 대출·투자 규모가 이미 큰 만큼 민간 금융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유 실장은 최근 중소선사들이 노후 선박을 젊은 선박으로 교체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지만 시황 불확실성 탓에 신조보다 중고선 매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중고선 가격까지 오르면서 선사들의 자기자금 부담과 금융기관의 지원 규모가 함께 커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민간 금융기관에서는 아직도 중소선사에 대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정책금융기관이 우선적으로 시장에 들어가 마중물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장기운송계약을 맺은 중소선사의 경우 화주의 신용도를 활용한 금융이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유 실장은 글로벌 우량 화주와 장기 계약을 확보한 경우 "선박금융의 상환 재원은 결국 화주가 지급하는 운임"이라며 화주 신용을 기반으로 금융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선가 상승으로 자기자금 부담이 커진 선사들을 위해 선순위 금융과 함께 후순위 펀드 등을 활용하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email protected]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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