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해상봉쇄' 이란, 육로 교역 늘리려다…국경 병목에 물류비 4배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이란이 미국의 해상 봉쇄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해상 교역에 차질을 빚으면서 육로·철도 등 대체 운송로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국경 곳곳에서 극심한 병목 현상으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고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는 이란이 기존 해상 교역을 육상으로 돌리면서 파키스탄과 튀르키예, 투르크메니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접경국과의 국경 지역에선 화물차 수백~수천 대의 발이 묶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각국의 통관 조치와 이란의 복잡한 행정 절차, 부족한 국경 인프라가 급증한 물동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 국제운송회사협회에 따르면 튀르키예로 향하는 국경 지역엔 화물차 약 3700대가 몰려들어 대기 시간만 최장 20일이 걸리고 있다. 이란에서 파키스탄으로 가는 주요 국경검문소에도 액화가스·시멘트 등을 실은 트럭 약 700대가 대기 중이나 하루 통과할 수 있는 차량은 40대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장기간 통관이 지연되면서 살구 등 농산물은 썩어서 버려야 했고, 철광석·시멘트·액화가스 등 수출품 또한 계속 국경에 쌓이고 있다는 게 화물 운송기사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섭씨 50도에 이르는 폭염 속에 물과 음식물도 충분치 않을 뿐더러 위생시설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이란은 올 2월 말 미·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따라 전쟁에 돌입하면서 각국 유조선 등 선박의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맞서 미국도 이란 항만을 오가는 모든 선박을 차단하는 해상 봉쇄 작전을 수행 중인 상황이다.
이란은 미국의 해상 봉쇄 이후 카스피해와 중국으로 연결되는 철도를 대외 교역에 적극 활용해 왔다.
이란 당국에 따르면 카스피해를 통한 화물 운송량은 최근 5개월 새 70% 증가했다. 이란은 이곳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밀과 옥수수, 식용유 등을 들여오고 있다.
이란과 중국 시안을 잇는 화물열차 운행 횟수도 해상 봉쇄 전 주 1회 수준에서 최근엔 3~4일에 한 번꼴로 늘었다고 한다. 이란은 중국으로부터 산업기계와 전기·전자제품, 자동차 부품 등을 주로 수입한다.
그러나 이들 육상 운송로 역시 사실상 처리 능력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게다가 이라크 정부는 최근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드론으로 공격하는 데 자국 영토를 이용했다는 이유로 이란과의 국경 지대에 있는 검문소와 화물 터미널을 일시 폐쇄했다. 중국행 열차가 지나는 투르크메니스탄 국경 지대에서도 창고 부족과 화물 등록 등 절차상 문제 때문에 운송업체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물류비 급등까지 겹치면서 이미 고공행진 중인 이란 물가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상황이다.
이란-중국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중국에서 이란까지 컨테이너 1개를 육로로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만 2000달러(약 1660만 원)로 기존 해상운송비 3000달러(약 414만 원)의 4배에 달한다. 상공회의소 측은 미국의 해상 봉쇄로 발생한 추가 운송비용만 연간 약 180억 달러(약 24조 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란 통계청은 올 8월 식품·음료·담배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약 128% 뛰었다고 밝혔다. 일부 수입품의 경우 우회 운송과 국경 병목에서 발생한 추가 비용이 이란 내 최종 판매 가격에서 최대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는 현지 전문가 분석도 제시됐다.
WSJ는 "페르시아만 일대의 경제전쟁은 해당 지역 국가들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하지 않고 얼마나 많은 수출품을 육로로 운송할 수 있느냐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된다"며 "운송비 등 부담의 상당 부분이 이란 내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이는 이란 지도부에 예측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