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광장] 증인·참고인 없는 청문회, 뭘 검증했나
김승원 후보자 '적합하다' 22% 그쳐
'적합하지 않다' 여론은 43%로 두배
인사 검증 부실했다는 소리 듣고도
증인도 참고인도 없는 청문회 강행
여론 반하는 장관지명 밀어붙이면
권력에 대한 국민 거부감 커질 것
이번 주는 청문회 시즌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 김승원 의원의 청문회다. 그런데 김 후보자의 청문회에는 증인도 참고인도 전혀 없었다. 물론 증인과 참고인이 없는 청문회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윤석열 정권 당시 인사청문회는 총 66차례(사법부와 선관위 관련 후보자는 제외한 수치) 실시됐는데, 이 가운데 증인 혹은 참고인이 출석한 청문회는 24차례였다.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 실시된 청문회는 총 38차례(사법부·선관위 후보자 제외)인데, 이 가운데 증인이나 참고인이 출석한 청문회는 10차례에 그쳤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윤석열 정권 당시에는 전체 청문회의 36%에서 증인이나 참고인이 출석했지만, 이재명 정권 출범 이후에는 그 비율이 26%로 오히려 낮아졌다. 이 수치가 말해주는 것은 증인·참고인 없는 청문회가 윤석열 정권 때도 드물지 않았지만, 이재명 정권 들어서는 그 경향이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청문회가 형식적으로 운영될 경우 청문회는 본래의 존재 목적에 맞게 기능하기 어려워진다.
김승원 후보자에 이어 용혜인 의원의 인사까지 논란이 됐을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9월 7일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가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검증 과정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더구나 김 후보자처럼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고, 장관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여론이 높은 후보의 청문회일수록 더욱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 지난 9월 11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정례 여론조사(9월 8일부터 10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조사를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김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적합하다'는 응답은 22%, '적합하지 않다'는 응답은 43%였다. 이처럼 부정적 여론이 긍정적 평가를 크게 앞서는 상황이라면 청문회다운 청문회를 통해 국민의 정확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인사로 인해 닥칠 수 있는 여론의 역풍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여론의 역풍을 막는다는 것은 여론에 반하는 장관 지명을 강행할 경우 권력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지금처럼 대통령 지지율이 급속도로 하락하는 추세라면 그 역풍의 정도는 한층 더 커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먼저 청문회다운 청문회를 치른 뒤 국민 여론을 경청하고, 그에 맞는 상식적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증인과 참고인의 존재가 중요하다.
청문회의 원조 격인 미국의 사례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대규모의 증인과 참고인을 출석시키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단적인 예로 1991년 클래런스 토머스 대법관 지명자 청문회를 들 수 있는데, 당시 무려 90여명의 참고인이 청문회에 나섰다. 참고인은 중학교 담임교사부터 대학교 은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이들은 토머스의 자질과 업적을 둘러싸고 찬반 논리를 펼쳤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90여명 전원이 빠짐없이 출석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반드시 참고해야 할 점은 미국에서는 특정 주요 공직자를 지명하기까지 검증에 평균 290일 정도가 걸린다는 사실이다. 이 290일에는 대통령이 각 정당 지도부와 의회 지도부에 자신이 지명하고자 하는 공직 후보자를 두고 협의하는 과정까지 포함돼 있다. 이처럼 미국은 충분한 검증과 협의를 거쳐 지명하고, 그 이후에도 상당수의 증인과 참고인을 불러 청문회를 실시한다. 반면 우리나라와 같이 검증이 부실했다는 소리를 듣고서도 증인과 참고인 없는 청문회를 실시하고 여론에 아랑곳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아마도 이재명 정권은 용혜인 의원을 장관으로 지명함으로써 2030세대와 여성들의 지지를 공고히 하고, 김승원 의원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함으로써 친명 세력과 검찰개혁을 주장하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확고히 하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상황에 대한 자의적 해석에 입각한, 자신들 중심의 상황 타개책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용 의원 문제로 인해 2030세대의 정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더 거세졌고, 보수와 중도층은 김 후보자 문제로 인해 현 정권에 더욱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 핵심부는 날로 하락하는 지지율로 인해 상당한 고민에 빠져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럴 때일수록 여론을 세심히 살피고, 그에 따르는 자세가 필요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