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미투자 막판 진통, 손익 철저히 따져 국익 지켜야
한국형 원전 채택 등에서 한미 이견
유리한 결과 얻도록 협상력 발휘를
정부가 17일로 예정됐던 20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 첫 사업의 국회 보고를 연기했다. 이에 따라 18일 예정됐던 한미 간 대미투자 1호 사업 양해각서(MOU) 서명·발표도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부가 미국과 협의 중이지만 접점 모색에 시간이 걸린다고 밝힌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안보와 경제, 나아가 한미동맹을 고려할 때 조속한 합의가 필요하지만 막판까지 국익을 고려한 당당한 협상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정부는 17일로 예정됐던 재정경제기획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대미투자 프로젝트 보고를 연기해 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전략투자특별법에 따라 국회 보고를 마쳐야 미국과 후속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1호 사업인 223억달러 규모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 건설 MOU 일정도 늦춰질 전망이다.
배경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미 간에 합의가 덜 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호 사업인 대형 원전 건설사업과 관련, 8기 중 2기를 한국형으로 하는 데 이견이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한국이 미국의 원전 원천기술 기업인 웨스팅하우스 지분에 투자해 의결권을 확보하는 데도 미국 측이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력히 요구해 온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편입 여부도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사업 전체의 손익을 묶어 관리하는 '우산형' 투자와 달리 미국은 사업별 개별 계산을 요구해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는 말도 있다. 미국 측 요구를 수용하면 수익성 높은 사업의 이익으로 불확실한 사업의 손실을 보전하기 어려워져 한국의 투자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원리금 회수 후 순이익의 90%를 미국이 가져가는 구조여서 한국은 잘되는 사업의 과실은 일찍 넘겨주고 안 되는 사업의 적자는 떠안을 수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투자 규모가 큰 만큼 수익성 리스크를 외면할 수는 없다. 알래스카 LNG와 가스화력 발전 등은 인프라 구축비용 급증과 장기 수요예측 실패 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손실이 나면 결국 국민과 기업이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압박 수위를 갈수록 높이니 정부는 진퇴양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리의 핵심 우방인 데다 첨단산업 협력에서도 중요한 파트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리스크를 떠안는 합의는 국민적 동의를 얻기 어렵기에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원전 기술 및 사업 참여권 확보, 손익 배분구조 개선 등 주요 조건에서 미국 측을 최대한 설득해 유리하게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한국형 원전 건설 여부와 지분·의결권, 인프라 투자 리스크 등이 복잡하게 연계돼 있어 막판까지 철저히 손익을 따져 조율해야 할 것이다. 그 결과는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충분한 수익과 국가적 실리로 돌아와야 한다. 정부는 샅바싸움이 길어지더라도 원칙을 고수하면서 세밀한 셈법으로 실리를 챙기는 협상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철저한 리스크 통제로 '윈윈' 대미 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앞서 "사인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했다. 이 말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국익을 지키는 뚝심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