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중심지, 세 곳이나 필요한가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이 자리한 전북혁신도시에 도착하자 비닐 타는 냄새가 진동했다. 바로 옆 가로수에 걸린 산림조합의 '영농 부산물 태우지 말고 파쇄하세요'라는 현수막이 무색했다. 농부들은 밭 한가운데 피워 놓은 불로 쓰레기를 연신 밀어 넣었다. 그 밭과 8차선 도로를 두고 마주 선 빌딩에서 만난 A씨는 "그나마 연기는 금방 사그라들어서 괜찮은데 퇴비 냄새는 힘들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울이나 해외에서 중요한 손님이 왔을 때 똥 냄새가 나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A씨는 서울에서 태어나 직장을 얻고 가정을 꾸렸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이전한 2015년부터 주중은 전주, 주말은 서울에서 보낸다.
전북도와 전주시는 지난 16일 오라이언자산운용 컨소시엄과 전북국제금융센터 등 금융타운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여러 증권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은 2030년까지 국민연금공단 인근 빈땅에 31층 규모의 국제금융센터를 짓는다. 13층 규모의 4~5성급 호텔과 2층짜리 컨벤션도 건립한다. 사업비 6000억원을 투입해 내년 하반기 첫 삽을 뜬다.
수도권 집중은 해소해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의에 공감한다. 빈땅에 뭐라도 지어야 악취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국토 면적이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한국에 금융중심지가 세 곳이나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31층짜리 금융타운이 없어 전주의 발전이 늦어졌다고 보기 어렵다. 국토부가 밝힌 대로 2차 공공기관 이전의 기준이 '집적효과'라면 여의도를 뉴욕·홍콩·두바이 수준의 금융허브로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지역구 표심에 따른 분산이다. 산업은행을 지방으로 옮기려면 산은법을, 한국은행을 이전하려면 한은법을 개정해야 한다. 문제는 산은법과 한은법이 각각 국회 정무위와 기재위 소관이라는 점이다. 정무위 소속 의원이 산은을 부산으로 옮기자고 하면, 기재위 소속 의원에게는 한은을 세종으로 옮기자고 요구하는 식의 거래가 벌어질 수 있다. 이어 기업은행은 대구로, 농협중앙회를 나주로, 금융감독원을 원주로 이전하자는 제안이 연쇄적으로 나올까 우려된다. 이미 국민연금을 전주로, 신협중앙회를 대전으로, 신용보증기금을 대구로, 거래소와 주택금융공사는 부산으로 찢어 놓은 대한민국 정치권이다. 국책은행을 옮기기보다 지금 자리에서 돈을 벌어 지역 기업에 투자하도록 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중국도 금융회사를 상하이로 모아 '금융허브 순위'를 끌어올리는 마당에 한국은 여의도에 있는 은행을 지방으로 옮기겠다니 걱정이다.
[email protected] 박문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