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총파업 '폭풍전야'..AI시대 준비 발목 잡히나
[파이낸셜뉴스]주요 조선기업 노동조합들의 총파업 전운이 짙어졌다. 이번 주에 극적으로 노사 교섭에 진척을 이루지 못하면, 추석 연휴 이후 조업 자체가 멈춰서는 전면파업이 벌어질 전망이다. 이 경우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DC) 확대에 따른 미래먹거리 확보도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중공업은 앞서 기본급 11만원 인상이 골자인 제시안을 내놨지만 노조는 거부했다. 노조는 영업이익의 30% 공유를 지속 요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쟁의 대상이 아니라는 지침을 내렸지만, 올해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최대 2배까지 뛴다는 전망을 협상 레버리지로 삼고 있다. 영업이익 공유 차원에서 기본급을 최소 14만9600원 이상으로 크게 늘리라는 요구다.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가 "결렬의 이유는 부족한 고정급"이라며 "호황에 걸맞은 정당한 성과를 받아낼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노조의 요구 관철 수단은 전면파업이다. 그동안의 부분파업은 전 조합원이 대상이긴 하지만 실질적인 참여인원이 많지 않고, 공정이 분리된 구조상 조업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모든 공정을 멈추고 물류까지 막아서는 전면파업을 감행하면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에도 3년 만에 전면파업에 나선 바 있다. 이번에 또 전면파업이 진행되면 2년 연속이다.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는 8월 31일부터 부분파업과 총파업을 번갈아가며 이어오다가, 14일부터는 거제사업장의 모든 골리앗 크레인을 점거하며 수위를 크게 높였다. 골리앗 크레인은 수백t 규모 선체 블록을 들어 올리는 핵심장비다. 가동하지 않으면 조립과 용접 작업 모두 밀릴 수밖에 없고, 이동되지 못한 블록이 지나치게 쌓이면 공정 전반이 늦어지게 된다.
앞서 조선업종노조연대(조선노연)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물론 삼성중공업까지 포함해 6개사 노조가 참여하는 공동파업을 예고했다. 추석 이후 공동파업이 벌어지면, 이를 계기로 업계 총파업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와 한화오션지회의 고수위 전면파업에 더해 아직 파업을 하지 않은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마저 파업에 돌입할 수 있다. 노협은 서울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인근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대신 각사는 상여금과 격려금, 성과급 등 일시금을 대폭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일례로 HD현대중공업은 기본급은 11만원 인상이지만 격려금 1000만원+200%와 상품권 50만원 등을 더했다. 성과급 추정액수까지 고려하면 1인당 4000만원에 달하는 보상이 이뤄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끝내 조업이 중단되면 우리 조선업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먼저 200조원에 달하는 조선3사 수주잔고가 걸린다. 수주 일정이 빽빽해 걸음을 잠시만 멈춰도 타격이 클 수 있다.
더구나 HD현대중공업은 AI 데이터센터(AIDC)용 발전엔진인 힘센(HiMSEN) 엔진 생산 확대,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등 미래먹거리를 확보하려 고군분투하는 상황이다. 조선시장 사이클 변동성과 AI 시대 산업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가 노조에 의해 발목 잡히는 것이다.
[email protected] 김윤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