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자식한테 또 부탁하기도 그렇고"…앱 앞에서 막힌 추석 기차표 [낮은 곳의 기록자]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추석 승차권도 디지털 장벽…예매 어려운 노년층]
본예매 놓친 뒤 역으로…"직접 물어보는 게 편해"

18일 서울역 매표창구에서 한 노인이 승차권을 구입하고 있다. 이 노인은 우측에 자동발매기(키오스크)가 있었지만, 직접 창구를 찾아 승차권 상담을 진행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18일 서울역 매표창구에서 한 노인이 승차권을 구입하고 있다. 이 노인은 우측에 자동발매기(키오스크)가 있었지만, 직접 창구를 찾아 승차권 상담을 진행했다. 사진=한승곤 기자

추석 승차권 예매가 온라인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일부 고령층은 앱 이용과 본인인증, 결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서울역 현장에서 기차표를 구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18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승객들이 전광판과 휴대전화를 확인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매표창구 앞에서는 승차권을 새로 구하거나 예매 내용을 확인하려는 이용객들이 차례를 기다렸고, 자동발매기에서도 열차 시간과 남은 좌석을 확인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창구 주변에는 휴대전화를 손에 든 채 직원에게 이용 방법을 묻거나 남은 좌석을 확인하려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경북으로 내려갈 표를 알아보러 왔다는 70대 남성 A씨는 집에서 먼저 예매를 시도했다고 했다. 자녀가 설치해준 코레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었지만 로그인 단계부터 막혔다.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해 몇 차례 화면을 넘기다 사용을 멈췄다고 했다.

A씨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들어가 보긴 했는데 뭘 눌러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 아이디인가 뭔가 넣으라는데 그걸 내가 어떻게 기억해"라고 토로했다.

평소에는 자녀에게 승차권 예매를 부탁할 때도 있다. 하지만 기차표를 구할 때마다 도움을 받는 것도 부담스러웠다고 했다. A씨는 "아들한테 하면 금방 해주지, 그런데 회사 다니는데 이런 것까지 맨날 해달라고 하기도 그렇잖아"라며 "그래서 내가 한번 해보려고 한 거지"라고 털어놨다.

올해 추석 승차권 예매는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진행됐다. 3~4일에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임산부 등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사전예매가 이뤄졌고, 7일부터 11일까지는 교통약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일반예매가 진행됐다. 예매 대상은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5일간 운행하는 열차였다.

명절 승차권 본예매는 모바일 앱 '코레일+'와 코레일 홈페이지의 명절 전용 웹페이지에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됐다. 코레일이 명절 승차권 예매를 100% 비대면 방식으로 바꾼 것은 코로나19가 확산하던 2020년 추석부터다. 당시 현장발매를 없애고 온라인 중심으로 예매가 진행됐다. 올해도 명절 승차권 본예매는 비대면 방식으로 운영됐다.

역에서 사던 표…명절에는 온라인 예매부터

평소에는 역 창구에서도 기차표를 살 수 있지만 명절 승차권은 예매 기간과 방식이 따로 정해져 있다. 일반예매도 정해진 기간에 모바일 앱이나 홈페이지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앱이나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회원 계정으로 로그인하고 출발역과 도착역, 날짜를 선택해야 한다. 원하는 열차를 고른 뒤 예약과 결제까지 마쳐야 한다.

올해는 고속철도 통합 이후 처음 진행된 명절 예매여서 통합 회원 가입 여부도 확인해야 했다. 기존 코레일 회원은 자동으로 통합 회원으로 전환됐지만 에스알(SR)에만 가입했던 이용자는 별도의 통합 회원 가입·전환 절차를 거쳐야 승차권을 예매할 수 있었다.

70대 여성 B씨도 자녀가 휴대전화에 코레일 앱을 설치해줬지만 혼자 승차권을 구입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평소 전화나 문자를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로그인 정보나 본인인증, 결제 과정은 익숙하지 않았다고 했다.

B씨는 앱을 사용하다 어디에서 막혔는지를 설명하면서 "딸이 이거 깔아준 거야. 그런데 들어가면 비밀번호 치라고 하고 또 뭐가 나오잖아. 그다음부터는 잘 모르겠어"라고 푸념했다.

한번 다른 화면으로 넘어가면 다시 원래 화면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다. 문자로 받은 인증번호를 확인한 뒤 앱으로 돌아가는 과정에서도 막힐 때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것저것 눌러보다가 이상하게 되면 그냥 꺼버리지"라고 말했다.

B씨는 그동안 명절 승차권을 주로 자녀에게 부탁해 구해왔다. 올해는 직접 예매해보려 했지만 방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남아 있는 좌석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역을 찾았다고 했다. 그는 "여기 오면 물어볼 사람이 있잖아, 나는 그냥 사람한테 물어보는 게 낫지"라고 털어놨다.

교통약자 사전예매 운영…고령층 이용 가장 많아

서울역에 설치된 승차권 자동발매기. 사진=한승곤 기자
서울역에 설치된 승차권 자동발매기. 사진=한승곤 기자

온라인 예매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 등을 위한 사전예매 제도도 운영되고 있다. 코레일은 교통약자를 대상으로 일반예매에 앞서 별도의 예매 기간을 두고 있다. 올해 추석에도 65세 이상 고령자와 장애인, 국가유공자, 임산부 등을 대상으로 지난 3~4일 이틀간 사전예매를 진행했다. 임산부는 올해 처음 교통약자 사전예매 대상에 포함됐다.

이용 규모도 적지 않았다. 코레일에 따르면 교통약자 사전예매에서는 공급 좌석 42만3000석 가운데 18만3000매가 판매돼 예매율 43.2%를 기록했다. 이용자 유형별로는 고령자가 57%로 가장 많았고 장애인 22%, 임산부 19%, 국가유공자 2% 순이었다.

다만 현장에서 만난 일부 고령층은 사전예매 일정이나 구체적인 이용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고 했다. 명절 승차권 예매 날짜를 알고 있어도 실제 예매 과정에서는 자녀에게 도움을 받거나 역을 찾아 다시 확인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매를 마친 뒤 모바일 승차권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도 직원에게 도움을 구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서울역 대합실에서는 자녀가 보내준 승차권 화면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열차를 탈 때 어떤 화면을 확인해야 하는지 묻는 어르신도 있었다.

자동발매기 앞에서도 화면을 한동안 확인하는 고령 이용객들이 눈에 띄었다. 한 이용객은 목적지를 찾으며 화면을 넘기다가 뒤에 다른 이용객이 서자 자리를 비켜줬고, 사람이 빠진 뒤 다시 발매기 앞으로 돌아왔다.

추석 승차권 예매율 84%…잔여석 찾는 발길

본예매가 끝난 뒤에는 남은 좌석이나 반환된 승차권을 확인하기 위해 역을 찾는 이용객들도 있었다. 올해 추석 승차권은 전체 공급 좌석의 80% 이상이 예매됐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공급된 좌석 214만석 가운데 180만매가 판매돼 전체 예매율은 84%를 기록했다. 주요 노선별로는 경부선 91.3%, 호남선 87.9%, 전라선 90.6%였다. 코레일은 최근 3년간 명절 승차권 예매율이 60% 수준이었다며 올해는 짧아진 연휴에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했다.

본예매 이후 남은 좌석은 지난 11일 오후 3시부터 모바일 앱과 코레일 홈페이지뿐 아니라 역 창구와 자동발매기에서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일반예매 승차권은 15일까지, 교통약자 사전예매 승차권은 18일까지 결제해야 했다. 기한 내 결제되지 않은 승차권은 자동 취소돼 예약 대기 신청자에게 순차적으로 배정됐다.

이날 매표창구에서는 추석 연휴 기간 이용 가능한 열차가 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이용객들을 볼 수 있었다. 원하는 시간대에 좌석이 없을 경우 다른 시간대 열차를 확인하거나 자동발매기에서 남은 좌석을 다시 조회하는 모습도 있었다.

잔여석을 확인하려고 직접 역을 찾은 고령 이용객 가운데는 온라인 예매 자체를 어려워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역을 찾은 한 70대 이용객은 휴대전화로 먼저 표를 알아봤지만 사용 방법이 익숙하지 않아 역으로 나왔다고 했다. 그는 "핸드폰이랑 컴퓨터로 하려고 하니까 잘 모르겠더라고요"라며 "여기(서울역) 오면 물어볼 수 있으니까 그냥 나온 거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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