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일반경제

[기고] 전략수출 금융지원, 왜 지금 필요한가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6조원.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가 우리 기업에 안겨준 계약 규모다. 폴란드와 루마니아는 물론 미국 육군의 높은 문턱까지 넘어선 K방산, 중동과 유럽의 초대형 인프라 플랜트를 더하면 최근 대한민국 전략산업은 유례를 찾기 힘든 성적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성과를 다음 단계의 도약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략산업 수출계약은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고, 사업 이행에도 수년이 걸린다. 사업 규모가 크고 기간이 긴 만큼 금융지원은 계약 성사의 핵심 조건으로 작용한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수입국이 계약금액의 80~100%에 이르는 융자 제공을 계약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이러한 자금을 민간 금융회사 만으로 공급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거래 상대국의 신용도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수단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에 프랑스, 독일 등 경쟁국은 정부가 적극 개입해 계약에 필요한 초저리의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를 중심으로 정책금융 지원체제를 갖추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금융은 일반적인 수출지원에 적합하도록 설계돼 있어 대규모·장기 자금이 필요한 전략수출을 충분히 뒷받침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는 대규모 프로젝트일수록 더욱 뚜렷해진다. 실제로 수출입은행은 동일인 여신한도 등 건전성 유지를 위한 각종 금융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2024년 법정자본금 한도를 10조원 확충했음에도 대규모 전략수출 사업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지원 역량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전략수출금융지원에 관한 법률안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물이다. 대규모·장기 프로젝트에 특화된 전략수출금융기금을 설치·운용하면 기존 정책금융기관의 건전성 부담을 완화하면서 전략수출에 필요한 금융을 더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

'결국 대기업 특혜가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법안은 이러한 우려를 고려해 지원받는 기업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을 부담하고, 그 성과가 산업생태계로 다시 돌아가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기금이 지원하는 수출계약에는 규모에 비례해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부과하고, 이를 기금의 재원으로 활용한다. 정부지원을 받는 기업도 일정한 부담을 지도록 하는 구조다. 아울러 기금 적립금을 전략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중소기업지원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전략수출 산업은 원자재 투입부터 부품조달, 설계, 가공까지 수천개의 중소·중견 협력업체가 사슬처럼 엮인 복합산업이다. 완제품은 대기업의 이름으로 출하될지라도 그 속을 채우는 기술과 부품은 모세혈관처럼 연결된 중소기업들의 몫이다. 법안에 수혜기업이 납부하는 기여금과 기술료를 모아 부품 국산화 연구개발과 중소·중견기업의 기술 혁신, 해외 시장 개척에 투입하는 환류 구조가 담긴 것은 그래서 의미가 크다.

전략산업 수출은 개별기업 간의 경쟁을 넘어 국가 차원의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리 기업의 기술과 가격 경쟁력이 금융지원 역량의 부족으로 발목 잡히지 않도록 전략수출에 걸맞은 금융지원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안의 조속한 제정을 기대해 본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략수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금융지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