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조사 후폭풍...고령농 휴경·맹지 방치 '처분유예' 특별법 튼다
[파이낸셜뉴스]정부가 고령 농민의 무단 휴경이나 불가피한 농지 방치에 대한 '농지 처분 명령'을 유예하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 농지 전수조사 여파로 농촌 현장 불안감이 확산되고 야당 공세가 이어지자 당정협의를 거쳐 응급 구제책을 내놓는 모양새다. 정부는 연내 특별법 마련 후 전수조사 결과를 근거로 내년 농지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헌법상 '경자유전'(농사짓는 사람만 농지 소유) 원칙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된 농지법 제도를 고령화와 임대차 증가라는 농촌 현실에 맞게 완화하겠다는 방향이다.
21일 농림축산식품부는 당정협의회를 통해 '농지 전수조사 추진상황 및 향후 조치계획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행정정보·항공사진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마쳤다. 이후 지난달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 경기도 전역 등 10대 투기위험군 대상 심층조사를 진행 중이다. 당초 심층조사 결과를 근거로 농지법 위반을 처리할 계획이었지만 '조사를 중단하라'는 야당 공세가 이어지면서 후속조치를 내놨다.
농식품부는 특별법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상속농지·고령 농업인 휴경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는 농지 방치 등 법상 허용되지 않은 휴경도 자진 복구 기회를 부여하고 희망 시 농지은행에 관리권을 위탁하면 처분을 유예하는 식이다. 맹지, 경사지 등 직접 경작 및 임차인을 찾기 어려운 경우도 농지은행에 위탁하도록 한다. 또한 농업용 창고 등 일부 농지 위 불법 시설에 대해 농지보전부담금 부과 후 양성화를 추진한다. 소유주가 사후적으로 전용 허가를 신청하면 정부가 해당 시설을 인정해 주는 셈이다.
특별법에는 농지 처분 유예 및 사후 전용 추인 대상·절차 등이 담길 예정이다. 오는 12월 특별법 제정안 마련 및 국회 의결 후 내년 1·4분기 특별법 시행, 2·4분기 농지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행 농지법에는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위반사항에 대해 처분을 경감해 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따라서 특별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농지 임대차 비중이 47%에 이르고 농업인 고령화가 심각하다. 현행 농지법 임대차, 휴경 요건이 농촌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농지법 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농지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은 최초다. 현재 농지법은 법 위반이 확인되면 중대한 위법이 아닌 이상 1년 자진 처분 기간을 부여한다. 이후 자진 처분 기간이 종료된 후 소유자가 성실히 경작했다면 처분명령을 3년간 유예한 후 처분명령을 소멸한다. 처분명령은 자진 처분 기간 내 처분하지도 성실히 경작하지도 않은 경우에 부과되며 처분명령을 받고 6개월 내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다만, 농지 투기 및 불법 행위는 현행법대로 처분 명령 및 원상회복 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무단 휴경·불법 임대 △농업법인 부동산업 영위 △경매로 공유지분 취득 후 무단 휴경·불법 임대 △농업진흥지역 내 야영장 등 비농업시설 등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업과 농지제도가 미래지향적으로 도약하려면 우리가 놓인 정확한 현실을 알아야 한다. 그 출발점이 농지 전수조사다"며 "정부는 투기가 아닌 한 농업인들이 떳떳하게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 걱정하지 마시고 조사에 응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했다.
[email protected] 최용준 농업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