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장 "김승원 성추행 의혹, 수사 단서 있어야"…신약 로비 재수사는 '기록 검토' 단계
고발 4건 영등포서 수사 착수…"복잡하면 재배당 검토"
김병기 영장 재신청, 보완수사 뒤 판단…수심위 '한 달 내 처리' 기한 넘길 듯
[파이낸셜뉴스] 경찰이 자진 사퇴한 김승원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더불어민주당 의원)를 둘러싼 성추행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단서 없이 의혹만으로는 수사에 착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 검찰이 기소유예 처분한 신약 로비 의혹은 공소장 등 자료를 확보, 검토한 뒤에 재수사에 본격 착수할 방침이다.
고범석 서울경찰청장은 21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김 전 후보자의 성추행 의혹 수사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의혹만 가지고 수사를 하면 수사가 자의적으로 흐를 수 있다"며 "기사나 자료는 보고 있지만 수사의 단초가 될 자료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혹 제기만으로 수사하면 모든 사람이 수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다.
강제추행은 2013년 친고죄 조항이 폐지돼 피해자 고소 없이도 수사할 수 있다. 고 청장은 구체적인 혐의나 일시·장소·대상 등이 공개되거나 고발이 접수되면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김 전 후보자는 신약 로비와 가족 협동조합 등 각종 의혹이 이어지자 지명 20일 만인 지난 19일 자진 사퇴했다. 사퇴 이후에는 전직 보좌진이 2024년 한 술자리에서 동석자가 김 의원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항의가 나왔고 보좌진이 이를 수습했다는 내용 등을 담은 탄원서를 청와대에 냈다는 보도가 나왔다. 김 전 후보자 측은 사실과 다르거나 과장·오류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전 후보자와 관련해 영등포경찰서에 접수된 고발 사건은 모두 4건이다. 고 청장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수사는 이제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며 "서에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사건이 복잡하거나 여러 사람이 연결돼 있으면 수사 역량을 갖춘 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서울청 해당 부서와 경찰서가 함께 논의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약 로비 의혹 재수사 여부는 검찰 기록 확보가 관건이다. 김 전 후보자는 코로나19 신약 임상시험 계획 승인과 관련해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게 청탁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청탁 대가로 후원금 500만원을 받기로 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청탁의 위법성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기소유예 처분했다. 영등포서는 이 사건을 배당받아 재수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고 청장은 "공소장은 받았지만 나머지는 재판 중인 부분이 있어 기록을 다 받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공소장과 불기소 결정서, 공개된 판결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본격적인 재수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후보자의 검찰 수사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으로 고발된 한동훈 무소속 의원 사건도 영등포서가 맡고 있다. 김동아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한 의원 등을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고 청장은 "고발장 접수도 최근이고 고발인 조사도 마쳤다"며 "필요한 수사는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병기 무소속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 여부는 보완수사를 마친 뒤 결정될 방침이다. 다만 영장 재신청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서울청 광역수사단은 지난 7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김 의원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11일 김 의원이 일곱 차례 소환 조사에 응했고 지난 4월 마지막 조사 이후 5개월가량이 지났다는 점 등을 들어 구속 필요성 소명이 부족하다며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고 청장은 "보완 요구 사항을 검토하고 있고 필요한 부분을 충분히 수사하고 있다"며 "보완 요구된 부분을 마무리한 뒤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달 25일 권고한 '한 달 내 처리' 기한(25일)은 추석과 겹치면서 미뤄질 공산이 크다. 고 청장은 "보완수사 요구 사안을 충분히 하지 않고 기한을 맞추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10월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경찰의 보완수사 업무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서울청도 인력 재배치를 통한 관련 인력 352명을 충원한다. 고 청장은 "(인력 재배치로 다수의) 기동대 인력이 감축됐지만 선택과 집중을 통해 문제 없이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청 충원 인력은 일선서 통합수사(265명), 여청(29명), 지능(16명), 형사(13명)과 서울청에는 수사심의(22명), 사이버(7명) 등이다. 이에 앞서 경찰청도 올 상반기 수사부서 수사관 1907명 추가 배치에 이어 하반기에도 2100명을 추가 배치한다고 밝혔다. 다만 수사인력 대부분은 추가 채용이 아닌 기존 인력의 재배치로 기존 업무 과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