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지적에 금융지주 '은행장 승계 절차' 재검토.."인사권 제약 과도" 불만도
KB·신한, 23일 간담회 이후 손질
후보군 관리·최종 추천은 지주
"추천권 실효성 의문"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자회사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 개선을 주문하면서 주요 금융그룹들이 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을 잇따라 검토하고 있다. 다만 은행 임추위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지주 중심의 인사 구조가 실질적으로 달라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금융지주들은 "자회사 인사권을 지나치게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거부감도 표출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금융지주는 은행 임추위가 연말 인사를 앞두고 은행장 후보를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5일 "금융지주 자회사 CEO 승계 절차가 미흡하다"며 자회사 임추위의 역할 강화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다.
발 빠르게 제도 손질에 나선 BNK금융과 달리 KB·신한금융은 오는 23일 예정된 이 원장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 간 조찬 간담회 이후 구체적인 조치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BNK는 이 원장의 발언 직후인 지난 16일 금융지주와 자회사 9곳의 경영 승계 절차를 개선하는 내용의 '최고경영자 경영 승계 계획 적정성 점검 및 개정안'을 의결했다. 은행 임추위에 상시 후보군 추천 권한을 부여하고 은행 임추위원장이 지주의 자회사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진행하는 최종 면접을 참관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KB·신한금융도 은행 임추위의 권한을 강화하려면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은행과 지주 이사회에서 각각 관련 규정을 논의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문제는 추천권을 부여하는 것만으로 자회사 이사회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수 있느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임추위의 추천 권한 여부보다 그 권한이 실제 당국이 의도한 방향대로 작동하고 있었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며 "추천권을 명문화하는 것만으로는 기존 인사 구조와 크게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후보 추천권을 은행 임추위에 주더라도 후보군 관리 구조가 그대로라면 실질적인 변화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자회사 CEO 후보를 새로 발굴하거나 외부 추천을 받고 장기간에 걸쳐 경력과 역량을 검증하는 과정을 자회사가 아닌 지주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은행 임추위가 특정 후보를 직접 추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려면 은행 자체적으로도 후보군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하는 것이다.
최종 후보를 결정하는 구조도 관건이다. 은행 임추위가 후보를 추천하더라도 지주가 후보군 압축과 최종 추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계속한다면 실질적인 인사권은 여전히 지주에 있는 셈이다.
결국 이 원장의 의도대로 지주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면 은행 임추위가 추천한 후보가 실제 후보군에 포함되는지, 지주가 이를 배제할 경우 어떤 절차를 거치는지, 후보군에 관한 정보를 자회사 임추위와 어디까지 공유할지 등 제도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게 금융계의 목소리다.
금융지주들의 반발도 걸림돌이다. 금융지주는 이미 은행 임추위가 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일정 부분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KB금융은 지주가 후보군을 관리해 단수 후보를 정하면 국민은행 임추위가 적격성을 검증하는 구조다. 신한금융은 은행 임추위가 은행장 자격요건을 지주에 제시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가 여러 자회사의 경영 전략과 자본 배분 등을 총괄하는 상황에서 핵심 자회사 CEO 인사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며 "자회사 인사권을 전적으로 행사하는 산업계와 달리 금융권만 규제하는 것도 형평이 맞지 않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서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