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제주 10명 중 4명 중장년… 대출 62%, 노후 준비 78%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중장년 비중 41.5%로 전국 4위
대출 보유 62.3%… 전국 57% 웃돌아
1인가구 27.8%·60대 3년새 12.9% 증가
전국은 '일 우선' 54.1%서 35.0%
부양·돌봄 공동책임 요구도 확대

제주 도심 주택과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제주 중장년층의 대출 보유 비중은 62.3%로 전국 57.0%보다 높고, 중장년 가구의 주택소유 비중은 60.4%로 전국 63.5%보다 낮다. 사진=뉴시스
제주 도심 주택과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제주 중장년층의 대출 보유 비중은 62.3%로 전국 57.0%보다 높고, 중장년 가구의 주택소유 비중은 60.4%로 전국 63.5%보다 낮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전국 중장년층의 삶의 무게중심이 최근 10년 사이 일에서 가정과 노후·건강으로 옮겨가는 가운데 제주에서는 이런 변화가 인구와 고용, 부채, 주거 문제와 맞물리고 있다. 제주 인구 10명 중 4명 이상이 40~64세 중장년층이고 대출을 보유한 비중은 전국보다 높다.

21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사회조사로 살펴본 중장년층의 최근 10년간 인식 변화'에 따르면 일을 우선한다고 답한 전국 중장년층은 2015년 54.1%에서 올해 35.0%로 19.1%포인트 줄었다.

일과 가정생활을 비슷하게 중시한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5.5%에서 47.6%로 12.1%포인트 높아졌다. 가정생활을 우선한다는 응답도 10.4%에서 17.4%로 증가했다.

가족 안의 역할을 바라보는 인식도 달라졌다. 부모 부양을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전국 중장년층은 2014년 49.0%에서 지난해 65.0%로 늘었다. 제주에서도 지난해 같은 응답이 64.5%로 나타나 전국적인 변화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가사를 부부가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전국 중장년층은 10년 전 37.9%에서 지난해 64.4%까지 증가했다. 그러나 실제 공평하게 가사를 분담한다는 응답은 22.1%에 그쳤다. 인식과 생활 사이에는 42.3%포인트의 격차가 남았다.

전국 통계를 제주에 연결하면 정책 과제는 더 선명해진다.

호남지방데이터청이 생애단계별 행정통계 등을 분석한 자료에서 제주 중장년 인구는 26만9000명이다. 제주 전체 인구의 41.5%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네 번째로 높은 수준이었다. 같은 해 전국 중장년 인구 비중은 40.5%였다.

제주 중장년층 내부에서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2020년과 비교해 2023년 40대는 2.2% 줄었지만 50대는 6.3%, 60~64세는 12.9% 증가했다.

중장년 인구 전체도 같은 기간 25만9000명에서 26만9000명으로 3.9% 늘었다. 청년층 감소와 고령화 사이에서 제주 노동시장과 가계의 중심축을 중장년층이 떠받치는 구조가 더 강해진 셈이다.

경제적 부담도 가볍지 않다. 제주 중장년층 가운데 금융권 대출이 있는 비중은 62.3%였다. 전국 57.0%보다 5.3%포인트 높다. 광주 58.1%, 전북 57.4%, 전남 56.1%와 비교해도 제주가 가장 높았다.

주택은 개인과 가구 기준에서 차이가 나타났다. 주택을 소유한 제주 중장년 개인 비중은 44.8%로 전국 44.9%와 비슷했다. 하지만 가구주가 중장년인 제주 가구의 주택소유 비중은 60.4%로 전국 63.5%보다 낮았다.

가구 형태에서도 제주만의 특징이 나타난다. 제주 중장년 가구 가운데 1인가구가 27.8%로 가구원 수별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노후 준비도 제주에서는 중요도가 더 커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가 돼 있다는 중장년층은 2015년 75.8%에서 올해 81.9%로 증가했다. 주된 준비수단으로 국민연금을 꼽은 비중은 51.7%에서 61.0%까지 높아졌다.

제주는 별도 지역통계인 2023년 기준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중장년층이 78.0%였다. 광주 82.7%, 전북 80.6%, 전남 79.3%보다 낮았다. 공적연금이 제주에서도 가장 큰 노후 준비수단이었다.

노후에 필요한 사회적 지원도 현금 중심에서 건강과 돌봄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국 중장년층이 노후에 필요하다고 꼽은 의료·요양보호 서비스는 2015년 18.9%에서 올해 30.3%로 11.4%포인트 늘었다. 노후소득 지원 34.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요구다.

제주에서 중장년층의 60대 비중이 빠르게 늘고 1인가구도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의료·요양과 돌봄, 재취업, 주거정책을 따로 접근하기보다 생애 전환기 정책으로 연결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가에서는 현실과 희망의 간극이 컸다. 전국 중장년층이 실제 주말에 가장 많이 하는 활동은 동영상 콘텐츠 시청과 휴식으로 각각 73.9%였다. 반면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생겼을 때 가장 하고 싶은 활동은 관광이 71.1%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취미·자기개발 45.7%, 문화예술 관람 34.8%가 뒤를 이었다.

관광산업 비중이 높은 제주에는 중장년층의 이런 여가 수요 변화도 시장이다. 체류형 관광과 웰니스,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중장년 소비시장과 연결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제주 중장년층의 변화는 인구정책과 노동시장, 주거·금융, 관광, 복지정책이 만나는 문제다. 제주 인구의 40%가 넘는 세대가 고용과 대출 부담을 안고 노후 진입을 준비하는 만큼 중장년 정책을 고령층 정책의 전 단계로만 다루기보다 지역경제의 핵심 인구층을 지키는 전략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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