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제주 2센터로 수용력 개선… 공연·스포츠 행사 늘릴 것" [인터뷰]
김용범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이사
1센터 연계해 대규모 행사 유치
'KDD 2026'서 운영 능력 증명
한 번에 3천명 식사할 공간 조성
G20같은 국제행사 대비도 철저
대관 사업으론 수익성 확보 한계
성장성 높은 전시 직접 발굴하고
中기업회의와 인센티브 관광 협력
지난해 국내외 행사 185건 개최
지역경제 파급효과 3007억 성과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가동률을 높이는 것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공간을 많이 사용하는 것과 수익성이 높은 것은 같은 의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난 2월 약 880억원을 투입한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2센터가 문을 열었다. 시설은 커졌지만 김용범 ICC JEJU 대표이사가 바라보는 다음 승부는 면적이나 행사 건수가 아니다. 어떤 행사를 제주로 끌어오고, 행사 한 건에서 수익을 얼마나 만들며, 참가자의 체류를 지역 소비와 기업 교류로 얼마나 연결하느냐가 핵심이다.
지난 18일 ICC JEJU에서 만난 김용범 대표이사는 "결국 '왜 이 행사를 제주에서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의 자연·문화·관광자원과 20년 넘게 축적한 국제회의 운영 경험을 결합하고, 성장 가능성이 큰 산업의 회의를 먼저 찾아 제주만의 마이스(MICE) 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880억 2센터… 행사 수익성으로 승부
ICC JEJU 2센터는 국비 280억원, 제주도비 447억원, ICC JEJU 재원 153억원 등 약 880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5110㎡,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건립됐다.
핵심인 다목적홀은 4728㎡다. 전시부스 300개와 연회 인원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기존 1센터와 함께 활용하면 최대 1만6000명 규모의 회의까지 받을 수 있다.
김 대표가 제시한 개관 첫해 2센터 가동률 목표는 40~50%다. 새 시설과 운영체계를 안정시키면서 기존 1센터에서 받기 어려웠던 규모와 형태의 행사를 새로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1·2센터는 경쟁 시설이 아니라 한 행사를 함께 소화하는 보완시설로 운영한다. 국제회의와 기업행사뿐 아니라 공연과 스포츠까지 수요를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김 대표는 빈 날짜를 행사로 채우는 방식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어떤 행사를 유치할지,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지, 지역경제에는 어떤 효과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식음료(F&B)는 행사 유치를 실제 매출로 연결할 핵심 수단이다. 회의장 대관에 식사와 연회, 부대서비스를 붙여 행사 한 건에서 발생하는 수입원을 늘리는 방식이다.
지난 8월 열린 세계적인 데이터마이닝·인공지능 국제학술대회 KDD 2026은 1·2센터 연계 운영의 시험대였다. 국내외 전문가 약 3500명이 참가했고 두 센터가 동시에 사용됐다. 김 대표는 "2센터에서 한 번에 3000명씩 식사할 수 있도록 직원들을 총동원했다"며 "준비 과정부터 식사 현장까지 직접 챙겼다"고 말했다.
국가급 행사에 대비한 운영 역량도 키운다. 김 대표는 "향후 G20 정상회의 같은 대규모 국제행사가 제주에서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시설과 운영체계를 점검하고 국제행사 유치·운영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AI·에너지서 다음 수요 찾는다
김 대표의 국제회의 유치 전략은 지금 인기 있는 행사를 따라가는 방식과 거리를 둔다. 앞으로 성장할 산업과 기술을 먼저 보고 관련 국제회의와 전시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4월 ICC JEJU에서 열린 대한화학회 춘계 학술대회에는 국내외 연구자 약 2600명이 참가했다. 8월 KDD 2026에는 AI·데이터 분야 전문가 약 3500명이 찾았다.
22일부터 26일까지 열리는 제18회 국제응용에너지학술대회(ICAE 2026)는 ICC JEJU가 국제본부에 직접 제안해 발굴·유치한 행사다. AI와 에너지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20여개국 외국인 참가자 약 800명이 제주를 찾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AI)과 인공지능 전환(AX), 청정에너지, 환경·기후, 해양 분야를 차기 유치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는 "MICE 사업은 시대 변화를 얼마나 빨리 읽고 새로운 수요를 선점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어떤 산업과 기술이 성장할지 살펴 그 분야의 국제회의와 전시회를 미리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 경쟁력도 관광지라는 이미지에만 기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대표는 제주 산업과 문화, 관광자원을 행사 콘텐츠와 연결하고 ICC JEJU의 현장 전문성을 결합해야 다른 도시와 차별화할 수 있다고 봤다.
중국 기업회의와 인센티브 관광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ICC JEJU는 지난 7월 중국 칭다오의 국유 관광기업인 청도관광그룹 유한회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기업 연수와 인센티브 관광, 공동 마케팅, 기업행사 발굴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대관'에서 직접 사업 만드는 센터로
ICC JEJU의 올해 매출 목표는 144억원이다. 김 대표가 꼽은 성장축은 대형 국제행사 유치와 자체 수익사업 강화다.
외부 주최자가 가져오는 행사를 받아 공간을 빌려주는 사업만으로는 수익 확대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ICC JEJU가 직접 기획하거나 공동으로 만드는 사업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 6월 2센터에서 열린 '2026 제주잇수다 & 제주 글로벌 푸드테크 엑스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도내 식품기업과 소상공인의 유통 상담, 푸드테크 기술 전시, AI 조리로봇, 컨퍼런스와 소비자 체험을 한 공간에 묶었다.
제주의 산업 자체를 행사 콘텐츠로 만들고 지역기업의 판로와 센터 수익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다.
문화·스포츠도 새 사업 후보에 올렸다. 김 대표는 인터뷰 당일 농구 지도자들과 만나 2센터에서 3대3 농구 행사를 개최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기업 후원을 결합하는 수익모델도 검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외부 행사 유치에만 의존해서는 수익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어렵다"며 "ICC JEJU가 직접 사업과 수익을 만들어내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 "ICC 성장이 곧 지역 성장"
사업과 조직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다. 어떤 사업이 실제 수익과 성과를 내는지, ICC JEJU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기능은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점검하고 기관 본연의 기능과 전문성을 중심으로 조직 역량을 재배치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시설이 늘었다고 경쟁력이 자동으로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고 봤다. 국제행사를 발굴하고 계약으로 연결하는 마케팅 능력, 현장에서 대규모 행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전문인력, 행사별 손익을 관리하는 경영시스템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판단이다.
안전관리도 경영의 주요 축으로 잡았다. 대규모 이용객이 오가는 시설 특성을 고려해 안전보건경영 관련 교육을 받고 위험성평가와 사고 예방 매뉴얼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인 ICC JEJU의 성과는 센터 매출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김 대표의 시각이다.
ICC JEJU는 지난해 국내외 행사 185건을 개최했다. 센터 측은 참가자 소비 등을 토대로 고용유발효과 3476명, 지역경제 파급효과 3007억원을 산정했다.
지역 청년 인재 양성도 추진 중이다. 제주도와 함께 진행한 지역특화 MICE·관광기업 청년인재 취업지원사업을 통해 지난해 청년 13명이 도내 관련 기업에 취업했고 이 가운데 약 80%가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