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청렴, 공적윤리 세우는 주춧돌
명절을 앞두고 임직원에게 청탁금지법 준수를 당부하는 안내문을 보냈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얼마까지 괜찮은가'라는 숫자가 아니다. 법이 정한 기준은 넘지 말아야 할 최소한의 선일 뿐, 공직자가 스스로 세워야할 기준은 그보다 높아야 한다.
공공기관에 유독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는 이유는 그 존재 목적에 있다. 시장이 미처 해결하지 못하는 영역에서 국민에게 필요한 역할을 대신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은 공공기관이 무엇을 했는지뿐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했는지까지 함께 본다. 그 시선의 바탕에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일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고, 그 출발점이 청렴이다.
우리 사회도 청렴을 개인의 양심에만 맡기지 않았다. 2001년 부패방지법이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면, 2016년 청탁금지법 시행은 청렴의 무게중심을 사후 처벌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겨놓았다. 그러나 제도가 갖춰졌다고 청렴이 저절로 지켜지지는 않는다. 2025년도 부패 인식지수에서 우리나라는 63점으로 전년보다 1점 하락했고, 순위도 182개국 가운데 31위로 한 단계 내려갔다. 청렴은 한 번 달성하면 끝나는 성과가 아니라 매일 업무 속에서 확인하고 실천해야 할 과제다.
법을 지키고 부패하지 않는 것은 공공기관 윤리의 완성이 아니라 출발점이다. 청렴이 주춧돌이라면 윤리는 그 위에 세우는 집이다. 의사결정의 공정성과 절차의 투명성은 물론, 국민의 어려움을 먼저 살피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역할을 책임 있게 감당하는 데까지 기준을 넓혀야 한다. 법을 어기지 않는 '소극적 청렴'을 넘어 국민을 위해 무엇을 더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적극적 윤리'가 필요한 이유다.
최근 포용금융이 강조되면서 새도약기금, 새출발기금 등 캠코의 채무조정 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채무조정 규모와 같은 숫자로 나타나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채권 매입에서 상환능력 심사, 기준 적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해야 그 결과도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캠코는 빚 부담을 덜어주는 데 그치지 않고 채무조정 이후의 경제활동 복귀와 재기까지 고민함으로써 공공기관으로서 공적윤리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공기관의 신뢰는 화려한 실적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에게 필요한 일을 제대로 하는 것과 그 일을 올바른 방식으로 하는 것이 함께할 때 비로소 공공의 가치가 완성된다. 청렴이라는 주춧돌 위에 공적윤리라는 집을 세우는 일, 명절마다 같은 안내문을 다시 꺼내 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장은 반복될 수 있어도 그 안의 기준까지 익숙해져서는 안된다. 청렴을 매번 새롭게 확인하고 실천하는 것, 그것이 국민의 신뢰를 오래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정정훈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