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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칼럼] 국정기조 바꾸라는 민심의 경고등

파이낸셜뉴스

부동산·주식시장 동시 혼란에
공소취소 추진, 삼권분립 흔들
대통령 지지율 석 달째 추락
민생 전념해야 신뢰회복 가능
연임 개헌에 선 그은 건 다행
공소취소에도 미련 떨쳐내야

구본영 논설고문
구본영 논설고문

여권이 총체적 위기다. 한때 60%대 후반이었던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1년3개월 만에 30%대로 가라앉았다. 여당 안에서도 이를 "빨간불 바로 직전의 주황색 불"(이광재 의원)이라는 경고음이 나왔다. 석달째 이어진 대통령 국정 지지도의 날개 없는 추락의 근본 원인은 뭘까. 부동산과 주식시장의 혼선 등 몇 가지 정책 실패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을 법하다.

우선 지난 16일 공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결과를 보자. 이 대통령이 가장 잘하고 있는 분야를 묻자 '없음'이 40.6%로 가장 많았다. 현 정부로선 뼈아픈 평가다. 수출, 명목성장률 등 집권 2년 차 경제지표는 좋은 편 아닌가. 그럼에도 여론엔 현 정권이 잘해서가 아니라 삼성·SK하이닉스 등 민간기업의 반도체 호황 슈퍼사이클 덕분으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말하자면 국민 다수는 어리석은 계엄 자폭극만 벌이지 않았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도 누릴 수 있는 과실로 본다는 얘기다.

주식시장 상승세는 외형상 현 정부의 공으로 볼 수 있다. 9000을 넘었던 코스피 지수가 7000선 안팎까지 밀려났지만, 이 정부 출범 당시 2700선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치다. 다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속 빈 강정'이다. 주식시장이 단타거래 위주의 투전판이 되면서 실물투자 활성화에 기여하지 못하면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이라는 헛발질로 증권사의 배를 불렸을지 모르나 외국인을 뺀 다수 개미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입었다. 결국 '묻지마 증시 부양'도 지지율 추락에 일조했다.

부동산 정책 실패도 지지율 폭락의 주요인이다. 애초 비거주 1주택자에게까지 징벌적 과세를 예고한 건 무리수였다. 고가의 집을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 보통 시민을 투기꾼 취급한 대가는 참담했다. 잘못 설계한 부동산 세제가 집값을 잡긴커녕 전월세 가격까지 급등시켜 집 없는 서민의 허리부터 휘게 만들었다. 그러니 얼마 전 여론조사(리얼미터) 결과에서 대통령 지지도가 서울에서 30%를 밑도는 사례도 나왔다.

정치적 측면에선 '공소취소'와 '연임 개헌' 논란도 지지율 추락에 큰 몫을 했다. 모두 이 대통령의 퇴임과 연관된 이슈다. 전자가 퇴임 이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지우려는 시도라면 후자는 퇴임 자체를 없애려는 신박한 발상이다. 그러나 두 사안은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했다. 이에 집착하느라 권력 사유화 논란 속에 민생은 뒷전이란 인상을 줬을 뿐이다. 여권 내에서도 "공소취소 논란과 연임 개헌 이슈가 동시 분출되면서 국민들이 신뢰를 철회하는 단계에 이르렀다"(윤건영 의원)는 지적이 나왔다.

이렇듯 현 정부를 향한 국민의 시선이 차가워진 이유를 한두 가지로 꼽긴 어렵다. 어찌 보면 경제·민생 불안보다 공소취소나 연임 개헌 추진 같은 정략적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추론이 가능할 듯싶다. 엉터리 신약 로비 의혹에 휘말린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 국회 청문회에 앞서 여당 지지율이 야당에 밀린 여론조사 결과를 보라. 국민은 그가 '대통령 공소취소 모임' 대표임을 직시했다는 얘기다.

그래서 이 대통령의 18일 기자회견이 주목됐다. 그는 연임 개헌에 대해선 "연임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취임으로 중단된 대장동·대북 송금 재판 등과 관련해선 "퇴임 후 재판 받겠다"는 말은 끝내 아꼈다. 연임 개헌은 비현실적으로 보지만, 여전히 공소취소에 미련을 두고 있는 인상이었다. 그러나 삼권분립을 파훼할 공소취소 추진이 순리일 순 없다. 진보단체 참여연대도 "특검법과 인사권까지 동원해 재판 자체를 지우려는 시도가 계속된다면 그것은 개혁이 아니라 개혁의 이름을 빌린 특혜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더욱이 공소취소나 연임 개헌에 부정적인 범여권 세력도 만만찮다. 이른바 '문조털래유'(문재인, 조국, 김어준, 정청래, 유시민을 일컫는 멸칭)가 그들이다. 이와 관련, 진중권 동양대 교수가 정곡을 찔렀다. 즉 "(이들은) 이재명이라는 개인의 대통령직 수행까지는 지지 혹은 용인해도 그 직을 자기 개인을 위해 사용하다가 민주당이란 밑천까지 날리는 것만은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원인이 뭐든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지지율 추락으로 국정동력이 약화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에게도 불행한 일이다. 이를 타개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 마침 공소취소에 총대를 멜 인물로 눈총 받던 김 법무장관 후보자가 물러났다. 이제 청와대가 국정기조를 확 바꿀 때다.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 민생을 돌보는 데 성과를 내기 위해 공소취소 포기가 그 첫 단추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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