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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속도전 첨단산업, 길·물·전기가 발목 잡아서야

파이낸셜뉴스

한경협, 정책 지원 과제 41건 건의
신속한 행정·입법으로 애로 해소를

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모습. /사진=뉴스1
11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대에 건설 중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팹 모습. /사진=뉴스1

첨단산업은 속도전이다. 기술 변화가 워낙 빨라 몇 달의 투자지연이 시장 판도를 가른다. 그런데 반도체·바이오 같은 대규모 장치산업은 투자 결정부터 가동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용수와 전력, 도로가 제때 맞물려야 돌아가는 종합예술에 가깝기 때문이다. 투자하고 싶어도 정부 지원과 규제완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속절없이 시간만 낭비한다.

첨단기술이 국가 미래를 좌우한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정작 지원은 부족하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반도체·바이오·배터리·로봇 등 기업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한 규제완화와 지원 확대 과제 41건 속에 그런 사정이 담겼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는 내년 2월 첫 번째 팹(Y1)의 클린룸 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주 진입도로인 국가지원지방도 57호선 개량공사는 가동 전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이 완공되어도 길이 막히면 돌릴 수 없다.

적기에 용수를 공급하는 것도 공장 가동의 필수요건이다. 한경협은 공업용수의 경우 인허가와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줄여달라고 요구한다. 전력도 마찬가지다. 원자력 등을 포함한 무탄소전력 인증체계를 마련하고, 설비용량 20㎿를 넘는 대수력 발전의 기업 직접구매를 허용해 달라는 게 재계의 요청이다.

규제 위주의 행정 마인드가 산업 현장의 요구를 뒤따라오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초기 적자 기업에는 세액공제가 무용지물이라는 배터리업계의 호소와 디스플레이 세액공제 이월기간을 10년에서 20년으로 늘려달라는 요구가 대표적이다. 대규모 투자를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는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액 지원제도를 바꿔달라는 것이다.

지금 각국은 국내외 첨단산업 투자를 자국으로 끌어들이려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대형 공장 하나가 들어서면 협력업체와 일자리, 지역경제가 뒤따라 살아나니 투자유치는 미래 먹거리를 두고 벌이는 경쟁이다. 그런 면에서 기업과 정부 관계는 주객이 전도되고 있다. 국내에 공장을 지으려는 외국계 기업이 있어도 도로·전력·용수가 적기에 공급되지 않으면 투자자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땅으로 떠날 것이다. 정부가 기업에 필요한 인프라를 먼저 깔아두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투자 의향이 있는 기업 앞에 길이 뚫려 있지 않다면 그것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다. 이날 한경협이 제시한 41건 가운데 20건은 법률 제정 및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다. 행정 절차를 통해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과제들이라면 속도를 못 낼 이유가 없다. 시행령과 고시 정비에도 입법예고와 부처 협의, 심사 절차가 필요하니 내년 2월에 맞추려면 지금 착수해도 빠듯하다.

나머지 21건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몫이다. 입법이 필요한 과제들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우선 처리할 의제로 올려야 한다. 기업의 투자 확대와 성과는 일자리와 세수 확대로 이어진다. 국회는 민생을 살리는 심정으로 법안을 처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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