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매달린 달·회전하는 야자수…호암미술관의 낯선 풍경 [fn 아트스냅]
호암 첫 아트스펙트럼…10개국 23명·팀 참여
정원·주차장까지 전시 확장…12월 27일까지
[파이낸셜뉴스] 정원 위로 지름 8m의 '달'이 매달리고, 소나무 곁에서는 인공 야자수가 머리 부분을 빙글빙글 돌린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에 들어선 작품들이 건물 안팎의 익숙한 풍경을 낯설게 바꿔놓는다.
22일 호암미술관에 따르면 지난 1일 개막한 '2026 아트스펙트럼'은 12월 27일까지 이어진다. 프랑스 파리 팔레 드 도쿄와 공동 기획한 전시의 제목은 '방이있고모든라디오가각기다른주파수를향하고있다'이다.
■주차장부터 정원까지 이어지는 작품
아트스펙트럼은 2001년 국내 신진 작가 발굴·지원을 위해 시작됐으며, 2024년부터 참여 범위를 아시아로 넓혔다.
호암미술관에서 처음 열리는 이번 아트스펙트럼에는 10개국 작가 23명(팀)이 참여했다. 회화·영상·건축·음악 등을 아우르는 63점 가운데 26점은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해 새로 제작했다.
주차장 건물 옥상에는 일본 작가 그룹 사이드 코어의 '타임 게이트'가 자리한다. 일본 주차장 간판을 재조립한 구조물이다. 미술관 외벽은 요코야마 유이치의 만화 '플라자'에서 발췌한 이미지가 감싼다.
호암 카페 상부 야외 정원에 설치한 야마다 스즈코의 '매달린 달'은 아트스펙트럼 최초의 건축 프로젝트다. 하나의 곡선형 지지대 끝에 지름 8m의 반구형 지붕을 매달았다. 얇고 단단한 섬유강화플라스틱(FRP) 외피가 하중을 지탱하며, 관람객은 그 아래에서 쉴 수 있다.
한국계 미국인 작가 레이첼 윤의 '퍼레이드 파라디 II'는 인공 야자수의 머리 부분이 계속 회전하는 작품이다. 테마파크의 인공 야자수에서 착안해 관광산업이 만들어내는 '이국적 낙원'을 되짚는다. 주변의 실제 나무들과 대비되며 인공적인 움직임이 도드라진다.
두 작품은 관람객과 관계를 맺는 방식도 다르다. '매달린 달'은 몸을 들여놓고 머무는 공간이 되고, 야자수는 반복되는 움직임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조형물의 외형과 함께 그 앞에서 자신의 몸과 시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볼 만하다.
■노동의 흔적과 밤의 정원을 마주하다
전시 제목의 '각기 다른 주파수'는 작가들이 다루는 역사와 감각의 차이를 환기한다. 실내에서는 노동과 재난의 기억, 인간과 기계의 관계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펼쳐진다.
루오판 첸은 무너진 집의 형태를 통해 건축과 제작 현장 노동자들이 떠안는 위험을 드러낸다. 가구 공장 노동자들이 먼지에 노출되는 작업 환경에서 출발했다. 완성된 건물과 작품 뒤에 가려진 생산 과정으로 눈을 돌리는 작업이다.
시가 리에코의 '밤이 이끄는 곳'은 동일본대지진 당시 쓰나미에 휩쓸린 중장비 등을 찍은 사진을 긴 복도에 펼친다. 한 개인이 수년에 걸쳐 산으로 옮긴 잔해의 이미지가 벽면을 채우며 재난 이후의 시간을 전한다.
김지수는 '바퀴' 등 신작 영상에서 몸에 기계장치를 연결하고 어둠에 잠긴 전통정원 희원을 거닌다. 실시간 영상 송수신 장비로 발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
야외에서 만나는 정원이 실내에서는 기계를 거친 영상으로 다시 나타난다. 정원을 산책하는 경험과 화면 속 움직임을 비교하면, 같은 장소도 빛과 장비에 따라 다르게 읽힌다는 점을 짚어볼 수 있다.
일반 관람료는 2만5000원으로 전통정원 희원과 옛돌정원, 묵시암 관람을 포함한다.
[email protected] 장인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