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사고 최다인데 또 사망… 제주 테트라포드 '자력탈출 어렵다'
종달항서 해산물 채취 나간 70대 숨져
최근 5년 163건·9월 26건으로 최다
추락·낙상 67건… 7월에도 70대 사망
낚시객·관광객 접근 금물… 구조도 난항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겉으로는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촘촘히 맞물린 방파제지만 한 발 잘못 디디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운 공간으로 떨어진다. 제주에서 테트라포드 사고가 연중 가장 많은 9월에 또다시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가을철 제주를 찾는 낚시객과 관광객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서귀포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전 해산물을 채취하러 나간 70대 여성 A씨가 귀가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가 오후 8시49분께 접수됐다.
해경은 제주시 구좌읍 종달항 일대를 수색해 오후 9시9분께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A씨를 발견했다. A씨는 이미 숨진 상태였다. 해경은 정확한 사고 경위와 사망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제주에서는 테트라포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제주도 동부소방서가 집계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도내 테트라포드 관련 안전사고는 모두 163건이다. 월별로는 9월이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사고 유형별로는 추락·낙상이 67건으로 전체의 약 41%를 차지했다.
올해 7월 2일에는 제주시 도두이동의 한 포구에서 70대 낚시객이 테트라포드 위를 걷다가 아래로 추락했다. 머리를 크게 다친 상태로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2024년 7월에도 제주시 삼양동 방파제에서 50대 남성이 테트라포드 사이로 떨어져 목숨을 잃었다.
■ 사람이 걷는 시설 아니다… 발 헛디디면 깊은 틈
테트라포드의 위험성은 구조 자체에서 시작된다.
테트라포드는 사람이 이동하거나 낚시하도록 설치한 시설이 아니다. 방파제에 부딪히는 파도의 힘을 분산시키기 위해 여러 개의 돌출부를 가진 대형 콘크리트 블록을 불규칙하게 맞물려 쌓은 소파블록이다.
파도를 흩어놓기 위해 만들어진 틈과 굴곡이 사람에게는 함정이 된다.
표면은 둥글거나 경사져 있고 바닷물과 이끼, 해조류가 묻으면 더욱 미끄러워진다. 블록 사이 공간은 폭과 깊이가 일정하지 않다. 발을 헛디디면 한 층 아래에서 멈추지 않고 구조물 안쪽으로 더 깊이 떨어질 수 있다.
추락 과정에서 머리나 팔다리가 콘크리트에 부딪히거나 몸이 구조물 사이에 끼면 움직이기조차 힘들어진다.
바다에서는 파도와 바람 소리까지 겹친다. 테트라포드 안쪽으로 떨어진 사람이 소리를 질러도 주변에서 알아차리기 어렵고 휴대전화가 손에서 떨어지거나 파손되면 신고마저 쉽지 않다.
사고가 발생한 뒤 구조도 어렵다. 구조대원이 평평한 지면을 따라 접근하는 방식이 아니라 불규칙하게 쌓인 콘크리트 구조물 사이로 직접 내려가야 한다. 요구조자를 찾은 뒤에도 로프와 들것 등 전문장비를 이용해 다시 위쪽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제주도 동부소방서가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구조대원과 펌프차 대원 40명을 투입해 테트라포드 특별구조훈련을 실시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 물고기 몰리는 '낚시 명당'… 사람에게는 위험구역
테트라포드 주변에 낚시객이 접근하는 이유도 구조와 관련돼 있다.
블록 사이 공간은 물고기의 은신처 역할을 한다. 해양수산부도 테트라포드 주변이 낚시 명당으로 알려지면서 위험성을 간과한 출입과 실족사고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문제는 견고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외관 때문에 위험성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파제 안전통로에서 바라볼 때와 직접 테트라포드 위에 올라섰을 때의 상황도 다르다. 발을 옮길 수 있는 면적이 일정하지 않고 다음 블록과의 높이 차이가 있으며 젖은 구간에서는 순간적으로 균형을 잃을 수 있다.
특히 낚시장비를 들고 이동하거나 어두워진 뒤 테트라포드에 진입하면 위험은 더 커진다.
관광객에게도 마찬가지다. 제주 연안의 항·포구와 방파제는 바다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이지만 테트라포드 자체는 전망대나 산책로가 아니다.
제주에서는 여름철 연안사고도 적지 않다. 제주해경 집계로 2021년부터 2025년까지 6~9월 발생한 연안사고는 260건으로 47명이 숨졌다. 장소별로는 테트라포드에서도 11건의 사고가 발생해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테트라포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조물 안으로 직접 내려가 구조하려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구조를 시도한 사람까지 추락할 수 있어 119나 해양긴급신고 122에 신고하고 요구조자의 위치를 확인해 구조대에 알리는 것이 우선이다.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된 방파제나 테트라포드 구역에는 들어가서는 안 된다. 현재 출입통제구역 무단출입에는 1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관련 법 개정에 따라 과태료 상한은 2027년 5월부터 300만원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제주에서 최근 5년간 테트라포드 사고가 가장 많았던 달은 9월이다. 지난 7월 사망사고에 이어 두 달여 만에 종달항 테트라포드 사이에서 다시 7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낚시객과 관광객에게 필요한 안전수칙은 복잡하지 않다. 방파제에서는 안전하게 마련된 통행공간을 이용하고 테트라포드 위에는 처음부터 올라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