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고아의 고향' 부산 미애원 73년 만에 폐원 위기
한국전쟁 휴전 당시 설립, 800여 명 배출한 역사 깊은 아동보육기관
부산 동구청 요청으로 리모델링 후 철도공단의 "토지사용 승낙 거부"
미애원 "발달장애인 및 노인복지시설로 거듭나려는 계획 가로 막혀"
[파이낸셜뉴스] 6·25 전쟁 포화 속에서 부모를 잃은 전쟁고아들에게 다정한 가족이자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 주었던 부산 동구 아동보육기관 '미애원'이 설립 73년 만에 폐원 위기에 직면했다.
한국전쟁 휴전협상이 막바지에 이르던 1953년 천막 막사에서 아동 30명을 보호하는 것으로 첫발을 내디딘 미애원은 지난 세월 동안 약 800명에 달하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사회의 당당한 역군으로 성장시켰다.
이곳을 거쳐 간 이들에게 미애원은 단순한 수용 시설이 아닌 명절이면 함께 음식을 해 먹고 넓은 마당을 뛰어놀며 추억을 쌓던 '진짜 고향' 그 자체였다.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삼촌'으로 불리며 진정한 가족의 온기를 나누었다.
그러나 오랜 세월 아이들의 울타리가 되어 준 미애원이 현재 뜻밖의 행정적 장벽에 부딪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해 있다.
미애원 건물이 들어선 부지는 국가철도공단(국가)의 소유로, 오랜 기간 임대 형태로 사용돼 왔다. 지난해 관할 부산 동구청이 일부 건축물이 불법이라며 철거 요청과 함께 가옥대장 등재를 약속함에 따라 미애원 측은 시설 개선과 리모델링 작업을 진행했다.
당초 미애원 측은 동구청의 요청에 부응하고 변화하는 복지 수요에 맞춰 향후 시설을 확장·개선하여 주로 돌봄이 필요한 발달장애인들을 수용하고 고령화 추세에 맞춘 주간보호센터로 유치하려 했다.
하지만 부지 소유 주인인 국가철도공단이 해당 부지의 '토지사용승낙'을 거부하면서 이 같은 새로운 도약의 사업 추진은 순식간에 좌초 위기를 맞게 됐다. 행정기관 간의 엇갈린 조치와 무심한 규정 속에서 원아들은 하나둘 떠나 현재 남아 있는 아동은 단 한 명도 없는 상태이며, 시설은 쓸쓸한 적막에 휩싸였다.
미애원의 폐원 위기 소식이 전해지자 지역 사회와 오랜 세월 이곳을 지켜온 후원자, 미애원에서 자라 사회로 진출한 졸업생들은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미애원을 퇴소한 이현남씨는 "내게 미애원은 20년 동안 동고동락한 굳건한 고향"이라며 "부모도 없어 서러운 아이들이 의지할 주거 공간마저 사라진다면 너무나 불안하고 가슴이 아플 것"이라고 호소했다.
37년 동안 미애원을 후원해 온 박경환 씨와 43년째 봉사 활동을 이어온 봉사단체 '서두리회'의 윤진구 회장 등 지역 주민들도 미애원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수많은 이들의 추억과 삶의 보람이 깃든 터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미애원이 이대로 사라지도록 방치할 것이 아니라, 철저한 보수와 합리적인 행정적 지원을 통해 발달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복지시설로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쟁의 상처를 품고 일어나 수많은 아이의 인생을 지켜준 미애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가운데, 미애원을 살리고 지역 복지의 소중한 자산을 지켜내기 위한 시민사회운동이 퇴소한 원생들을 중심으로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해 본격적으로 촉발되고 있다.
교양정보채널 ONNTV는 이 같은 미애원의 뼈아픈 현실과 사람들의 따뜻한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 스페셜 '폐원 위기의 미애원'을 제작, 추석 명절인 오는 24일 밤 10시 방영할 예정이다. 채널 KT 252번, SKB 270번, LG헬로비전 245번, 울산중앙방송 155번 , 서경방송 260번에서 시청할 수 있다.
[email protected] 변옥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