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0.07초 만에 전력 전환"…하루 10억건 데이터 지키는 '금융의 심장'

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통합데이터센터 현장 르포
하나금융그룹 관계 10곳 오는 12월 초까지 모두 이전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직원들이 22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뒤쪽에 보이는 건물이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 사진=한갑수 기자.
하나금융그룹 통합데이터센터 직원들이 22일 오전 출근하고 있다. 뒤쪽에 보이는 건물이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 사진=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22일 오전 8시 30분 인천 청라국제도시. 하나금융그룹 앞에 관광버스 40여 대가 줄지어 들어섰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청라국제도시역에서도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람들이 사옥 안으로 사라지는 동안 건물 깊숙한 곳에서는 전혀 다른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 하루 10억건 넘는 데이터가 쏟아지고 수백 건의 해킹 공격이 걸러졌다. 전력 공급이 끊기면 0.07초 만에 다른 전원으로 넘어가고, 그것마저 끊기면 배터리와 비상발전기가 가동된다. 사람이 출근하지 않는 밤에도, 휴일에도 멈춰서는 안 되는 '금융의 심장'이다. 이날 하나금융그룹이 공개한 청라 통합데이터센터와 헤드쿼터를 찾았다.

2017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하나금융그룹의 인적 물적 IT 인프라를 한곳에 집결한 그룹 핵심 IT 거점 통합데이터센터 전경(오른쪽 건물). 사진=한갑수 기자.
2017년 국내 금융권 최초로 하나금융그룹의 인적 물적 IT 인프라를 한곳에 집결한 그룹 핵심 IT 거점 통합데이터센터 전경(오른쪽 건물). 사진=한갑수 기자.

■ 하루 10억건 데이터 지키는 보안관제센터
2017년 문을 연 통합데이터센터는 은행·증권·카드 등 그룹 관계사의 IT 시스템을 한곳에서 운영하는 핵심 시설이다. 가장 먼저 들어선 곳은 사이버 보안을 담당하는 보안관제센터. 해외 법인 3곳을 포함한 22개 관계사의 보안을 책임지는 곳이다.

벽면을 가득 채운 모니터에는 데이터 수집 현황과 실시간 위협 탐지, 트래픽, 사이버 공격 상황이 쉴 새 없이 표시됐다. 이곳에서 일하는 35명의 보안 전문가들은 24시간 공격을 감시한다.

관계자는 "하루 10억건 이상의 데이터를 수집해 약 5000만건의 이벤트를 선별하고, 전문가 분석을 거쳐 하루 400여 건의 실제 해킹 공격을 식별한다"고 설명했다. 하루 차단하는 해커 IP도 1000개에 달한다.

데이터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이번에는 캐비닛 모양의 전산시설이 눈에 들어왔다. 데이터센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다. 하나금융 데이터센터에서 사용하는 전력량은 일반 가정 2만 세대가 소비하는 전력량과 맞먹는다. 경서 발전소와 청라 발전소에서 전력을 이중으로 공급 받는다. 한쪽에 문제가 생기면 0.07초 만에 다른 발전소로 자동 전환된다. 두 곳 모두 문제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 5만개의 배터리가 대기하고, 최악의 상황에서는 비상발전기 4대가 3분 이내 가동된다.

방재 설계도 다중으로 이뤄졌다. 화재 위험이 큰 배터리실은 지상 2층에 배치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온도를 감시한다. 50도를 넘으면 즉시 격리한다. 화재가 발생하면 배터리실을 폐쇄하고 물을 채워 배터리를 물속에 잠기게 하는 방식도 적용했다.

현장 관계자는 "이곳에서 하루 오가는 금융 거래액이 5조원을 넘는다"며 "단 한순간의 중단도 막기 위해 다중 전력·방재 시스템을 갖췄다"고 말했다.

서버실에 들어서자 일정한 기계음이 귓가를 채웠다. 이곳은 3세대 AI 데이터센터다. AI 활용이 늘면서 연산량과 전력 사용량이 증가하는 만큼 '열'을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전력 공급 시스템과 삼중 에어컨 시스템이 서버를 뒷받침하고 있었다.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 내부 모습. 여러 조직이 하나의 넓은 공간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관계사와 부서 간 물리적 경계를 허물어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도록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을 구성했다. 사진=한갑수 기자.
하나금융그룹 청라 헤드쿼터 내부 모습. 여러 조직이 하나의 넓은 공간 안에서 서로 연결되고, 관계사와 부서 간 물리적 경계를 허물어 자연스럽게 협업할 수 있도록 사람을 연결하는 공간을 구성했다. 사진=한갑수 기자.

■ 철통 보안 뒤편엔 '열린 사옥'
데이터센터를 빠져나와 헤드쿼터 신사옥으로 향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건물 외벽을 따라 1층에서 15층 옥상정원까지 1.1㎞ 길이의 보행자 램프가 이어졌다. 폭은 4m다. 향후 음향과 아트워크 영상 등을 더해 문화 산책 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5층에 올라서자 청라 시가지와 베어즈베스트 골프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반대편으로는 청라하나대교와 서해대교, 멀리 서해까지 시야가 열렸다. 건물 중앙에는 18m×25m 규모의 천창이 설치돼 자연광이 8개 층을 지나 지하 1층까지 들어오도록 설계됐다. 지하에는 잔디광장과 편의시설, 헬스장도 마련됐다.

철저히 닫혀 있어야 하는 데이터센터와 도시를 향해 열린 사옥. 하나금융그룹의 청라 거점은 두 공간을 한곳에 담고 있었다.

하나금융그룹 관계자는 "통합데이터센터는 그룹 IT 인프라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넘어 클라우드와 AI 등 미래 금융 혁신을 구현하는 핵심 거점"이라며 "기술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안전하고 편리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사옥 밖으로 나오자 청라의 거리는 조용했지만 이 순간에도 건물 안의 서버와 보안 시스템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금융의 미래를 지탱하는 것은 결국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 1초의 멈춤도 허용하지 않는 인프라였다.

한편 하나금융그룹 중 하나금융지주와 하나에프앤아이 전 직원이 청라로 이전했고 하나은행, 하나금융티아이 일부 직원은 지난 14일부터 청라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추석 연휴 이후 하나은행과 하나캐피탈이 추가로 이전하고, 11월부터 12월 초까지 하나생명·하나증권·하나펀드서비스·하나카드·하나저축은행 등이 순차적으로 청라에 둥지를 튼다.

청라 헤드쿼터에 조성된 보행자 램프 전경. 1층에서 15층 옥상정원까지 1.1㎞ 길이로 설치됐으며 앞으로 음향과 아트워크 영상 등을 더해 문화 산책 공간으로 활용된다. 사진=한갑수 기자.
청라 헤드쿼터에 조성된 보행자 램프 전경. 1층에서 15층 옥상정원까지 1.1㎞ 길이로 설치됐으며 앞으로 음향과 아트워크 영상 등을 더해 문화 산책 공간으로 활용된다. 사진=한갑수 기자.

[email protected]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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