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 年7000명 훌쩍... 가족 외면에 대형버스 안 빈소
한국장례문화진흥원 '별빛버스'
장례식 치르고 봉안까지 동행
"이 세상 미련을 다 접어두고 잘 가시라. 국화꽃 한 송이 올려놓으며 빌고 또 빌어봅니다."
대전정수원 한편에 세워진 버스 안에 축문이 울려 퍼졌다. 조문객도 영정사진도 없이 제사상 뒤에는 '김○○'이라고 적힌 고인의 이름 석 자만 놓였다.
추석을 앞둔 지난 17일. 가족을 만나러 가는 귀성 행렬의 반대편에서 지난 1일 세상을 떠난 무연고 사망자 김모씨(62)의 마지막 길을 동행했다. 김씨에게도 가족은 있었지만 시신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사람은 없었다. 이날 김씨의 마지막을 지킨 사람은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직원 2명과 기자뿐이었다.
김씨의 마지막 여정에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이동식 장례차량 '별빛버스'가 함께했다. 장례를 앞두고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대전 대덕구의 한 마트였다. 장바구니에는 생선과 황태포·대추·밤·고사리·사과·배·곶감이 하나씩 담겼다.
진흥원은 지자체로부터 고인의 생전 정보를 전달받으면 가능한 범위에서 이를 제사상에 반영한다. 하지만 고인에 대한 정보가 없는 경우가 많아 통상적인 제사상 차림으로 준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별빛버스는 이후 대전 중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김씨의 시신을 싣고 화장시설인 대전정수원으로 향했다. 김씨를 위한 별도의 빈소는 없었다.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과 달리 별도의 공영장례 공간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이날 별빛버스가 김씨를 추모하는 유일한 공간이 됐다.
진흥원 관계자는 "지방의 경우 예산이 충분하지 않아 장례 의식까지 진행하지 못하고 바로 화장장으로 가는 경우도 있다"며 "그런 부분을 보완하고 장례 의식을 지원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례가 끝난 뒤 정수원 수골실 앞에서는 다른 고인들의 이름이 하나둘 불렸다. 잠시 뒤 김씨의 이름이 불렸다. 기자가 건네받은 봉투에는 김씨의 이름 옆에 '무연(無緣)'이라는 두 글자가 적혀 있었다.
김씨의 마지막 이동지는 대전추모공원 제2봉안당이었다. 고인의 얼굴을 담은 사진도, 누군가 다녀간 흔적을 보여주는 꽃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한편 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무연고 사망자는 3863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1년 3603명이던 무연고 사망자는 △2022년 4842명 △2023년 5543명 △2024년 6366명 △2025년 7171명으로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동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