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늦출 수 없는 온라인플랫폼 규제
2021년 발의되었던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법안'은 국내 플랫폼 시장의 공정거래를 위한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이 법안은 아주 강력한 제재나 형벌조항을 담지 않은 연착륙 성격의 부드러운 규제였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기업들의 반대와 국회 내 이견을 넘지 못한 채 결국 21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국내 온라인플랫폼 관련 법안에 대한 미국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며, 아직까지도 입법의 가시적인 움직임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러한 통상마찰 우려와 국회의 지지부진한 논의 속에 '입법공백'이 길어지는 동안 시장에서는 예견됐던 부작용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대규모 미정산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일련의 쿠팡 사태, 그리고 배달플랫폼과 입점 소상공인들의 고비용 갈등이 바로 그 명백한 방증이다.
현재 대한민국 유통 시장은 온라인플랫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미 전체 상품 및 서비스 시장에서 온라인 유통의 점유율은 50%에 육박하며, 배달시장 역시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두 거대 플랫폼이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며 견고한 복점(Duopoly) 구조를 형성했다. 국민의 일상생활은 물론 소상공인들의 경제활동마저 플랫폼에 종속된 상황에서, 제때 공정 룰(Rule)을 정하지 못한 파급효과는 실로 막대하다. 물론 시장의 경쟁을 제한하는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는 혁신의 싹을 자르고, 장기적으로 소비자 후생과 건강한 경제성장에 장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편의성'과 '혁신'이라는 명분 아래 플랫폼 특유의 네트워크 효과가 낳는 독과점 구조를 방치한다면 이는 극심한 불균형 성장과 과도한 독점적 지대 추구로 귀결될 것이다.
시장 내 승자독식으로 인한 폐해를 막을 적절한 제어장치가 적기에 마련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입점 소상공인과 납품업체, 그리고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통상마찰이나 역차별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온라인플랫폼 거래공정화법' 중심으로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입법 추진과 더불어 당장 시급한 것은 '상생협력'을 제도권에 안착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온라인플랫폼과 입점업체 간의 상생은 기업들의 자율적인 선의에 맡겨져 왔으나,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상생협력법' 등 관련 법제 내에 온라인플랫폼 비즈니스의 특수성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상생협력 가이드라인을 의무화해야 한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다수의 경제적 약자가 피해를 보고 쏠림현상이 심화되는 것을 막는 방법은 '적절하고 적시성 있는 제도의 개입'이다. 규제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제2, 제3의 티메프 사태와 쿠팡 사태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정부와 입법부는 현재의 온라인플랫폼 사태가 던지는 경고를 엄중히 인식하고, 지금이라도 시장의 룰을 바로잡고 상생을 도모할 책임 있고 성과 있는 대책 마련에 나서주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약력 △미국 오클라호마 주립대 박사(응용경제) △소상공인정책학회 회장(현) △공정거래조정원 대규모유통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한국유통학회 회장 △중소기업학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