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랍, 100억달러 기금 조성 논의…호르무즈 우회"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아랍 국가들과 이란 전쟁으로 파괴된 에너지 설비, 인프라 복구를 위한 100억달러(약 13조6000억원) 규모의 기금 조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기금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우회하는 새로운 송유관과 기타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현지시간) 미국이 "동맹 건설과 신뢰를 위한 파트너십"이란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초안에 따르면 미국이 기금 절반인 50억달러를 부담하고, 아랍 국가들이 나머지 절반을 갹출해 지주회사를 설립한다. 미국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다음 달부터 미국과 아랍 국가들 간 실무 협상이 시작된다.
특히 이 계획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지배력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이란은 호르무즈 연안 산악지대 등을 활용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무차별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고, 이를 협상 지렛대로 삼아왔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쟁 전 전 세계 원유, 천연가스 운송의 20%를 담당하던 핵심 항로였다.
초안은 이 지주회사에 국부펀드와 민간 자본이 투자 가능하다고 명시하고 "중동 지역 동맹국들의 전략 에너지, 인프라 자산"에 자금이 투입된다고 밝히고 있다.
투자에 나설 민간 자본으로는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블랙스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 산하의 '글로벌 인프라 파트너스' 그리고 KKR 등이 포함돼 있다.
한 소식통은 명단에 포함된 민간 투자사 가운데 일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초안에 자사를 포함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관련 소식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전했다.
다른 소식통 3명은 미국이 현재 아랍 동맹들과 이 초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 22일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아랍 정상들이 이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안은 "이번 협정은 공동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병목 한 곳이 지역 에너지 흐름을 멈추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수출이 지속되도록 하는 것"이라면서 "어떤 단일 국가도 이런 우회 수송망을 독자적으로 구축할 수 없으며, 수송로가 더 많을수록 적대국의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 지배력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지배력을 통해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하는 데 기금이 쓰일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국제위기그룹(ICG)의 마이클 와히드 한나는 아랍 국가들도 이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검증되면 투자에 나서겠지만, 단지 트럼프를 위해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많은 이들이 수송로를 다변화하고 더 탄탄한 내성을 구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모두 타당한 생각"이라면서도 "이들 국가가 트럼프의 이익을 위해 비현실적인 경제 프로젝트에 선뜻 참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유가 변동성이 줄어든 이후에도 과연 이 같은 투자가 유효할지 따져보게 될 것"이라며 아랍 국가들의 호응이 미지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mail protected]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