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앱 수수료 상한제 속도…비용전가·통상마찰 '뇌관' 부상
(서울=뉴스1) 이철 기자 = 정부와 정치권이 배달플랫폼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한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지만 수수료를 법으로 직접 제한할 경우 소비자와 라이더 등 다른 시장 참여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우버가 배달의민족 인수를 추진하면서 통상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치권, 수수료 상한제 논의 '군불'
23일 국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원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남근·이강일 의원이 각각 발의한 제정안과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이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등 배달앱 수수료 관련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 의원안은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 총액이 거래금액의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배달비의 상·하한을 규정했다. 박 의원안은 중개수수료·결제수수료·광고비에 배달비까지 더한 총액을 거래금액의 1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김 의원안은 영세·소규모 입점업체에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세·소규모 사업자의 서비스 이용료를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하도록 했다.
정치권도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9일 공공배달앱 정책토론회를 열었고 이강일·김남근·송재봉·이재관·정진욱 의원 등은 11일 배달앱 수수료상한제법 도입 방향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도 "부담 과도"…업계는 규제 움직임 촉각
정부도 현행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수수료와 광고료를 포함해 입점업체들이 부담하는 전체적인 부담이 과도한 것이 사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전체적인 부담이 지금 현재 수준보다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앱 관련 입법에 대해서도 "그런 취지로 배달앱 특별법이 만들어져 있고 국회에 계류 중"이라며 "국회와 계속 입법을 위한 노력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5일 "플랫폼으로 인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너무 크다고 생각한다"며 오픈마켓과 배달앱 수수료 부담 문제를 지적했다.
배달앱 업계는 이미 상생협의체를 통해 수수료를 낮춘 상황에서 다시 법정 상한제가 추진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는 2024년 11월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해 기존 9.8%였던 중개수수료를 가게 매출액에 따라 최대 7.8%까지 낮추는 차등수수료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고 지난해부터 적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상생협의체를 통해 수수료를 낮췄는데 다시 법으로 가격을 제한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국정감사 이후 법안 논의가 본격화하는 것은 아닌지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수료 묶으면 배달비로?…정무위도 '풍선효과' 지적
국회 내부에서도 법정 상한제의 부작용을 함께 따져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무위 전문위원은 관련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 및 부작용의 발생 가능성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토보고서는 2020년 배달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한 미국 일부 도시에서 규제 대상인 독립 레스토랑 매출이 감소한 반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체인 레스토랑 매출은 증가했다는 일부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평균 배달 비용과 시간이 증가하는 등 소비자에게 비용이 전가되는 현상도 나타나 포틀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가 관련 규제를 폐지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배달비를 수수료 규제에 포함하는 데 대한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배달비는 라이더에게 지급되는 비용과 연결돼 있다"며 "이를 중개수수료나 광고비와 묶어 제한할 경우 라이더 수입이나 소비자 배달비 등 다른 부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무위 전문위원 역시 배달비에 상·하한을 둘 경우 음식배달 종사자와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퀵서비스 등 다른 배달종사자 사이에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배민까지 美기업 품으로?…통상마찰 가능성도
통상 문제도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공정위는 22일 미국 우버 테크놀로지스의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 지분 전부 인수에 대한 기업결합 사전심사에 착수했다.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우버가 DH의 자회사를 통해 배달의민족을 지배하게 된다.
쿠팡이츠 역시 모회사 쿠팡Inc가 미국 기업인 만큼 향후 국내 주요 배달앱에 대한 별도 규제가 미국과의 통상 현안으로 거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무위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플랫폼 규제 입법에 대해 미국 측이 비관세장벽 문제를 제기해 온 만큼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수수료 상한제와 같은 강도 높은 규제를 도입하면서 거래 규모 등에 따라 규제 대상을 차등화할 경우 쿠팡 등 미국 기업이 적용 대상에 포함돼 통상마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부 역시 플랫폼 규제는 미국 의회와 정부, 업계의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관련 법안이 통상분쟁의 소재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 수렴을 충분히 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소상공인의 배달앱 비용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법정 상한제가 실제 도입될 경우 입점업체뿐 아니라 소비자와 라이더에게 미칠 영향, 통상 문제까지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