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실종 '허위종결' 뒤 제주 안전망 재설계… 관광예약·주차기록까지 수색에 쓴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경찰·해경 요청 땐 행정정보 즉시 연계
CCTV·AI 추적·드론·구조견 한 체계
신고부터 발견·종료까지 8단계 표준화
298건 재점검 파문 뒤 기관별 대응 손질

지난 9일 제주도청 2층 삼다홀에서 열린 ‘제주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경찰·소방·해경 등 관계기관 참석자들과 실종·위기사건 공동 대응체계를 논의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날 논의된 기관별 의견을 반영해 17일 신고부터 수색·발견·종료까지 8단계로 구성된 통합 매뉴얼을 수립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9일 제주도청 2층 삼다홀에서 열린 ‘제주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 제1차 회의’에서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경찰·소방·해경 등 관계기관 참석자들과 실종·위기사건 공동 대응체계를 논의하고 있다. 제주도는 이날 논의된 기관별 의견을 반영해 17일 신고부터 수색·발견·종료까지 8단계로 구성된 통합 매뉴얼을 수립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실종 신고가 부실하게 처리된 사실이 드러나 안전망에 대한 불안이 커진 제주가 실종자 수색 체계를 다시 짰다. 핵심은 실종자 한 명을 찾기 위해 여러 기관에 흩어진 정보와 장비를 따로 요청하던 구조를 하나의 지원체계로 묶는 데 있다.

2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도는 '제주 실종·위기사건 대응협의체'의 기관별 역할과 공동 대응 절차를 담은 통합 매뉴얼을 확정했다. 지난 1일 협의체를 구성하고 9일 첫 회의를 연 뒤 기관별 의견을 반영해 17일 매뉴얼을 수립했다.

이번 대책은 최근 제주에서 발생한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과 맞물려 마련됐다.

제주경찰이 해당 경찰관이 처리·종결한 실종사건 298건을 다시 살펴본 결과 기존 수사 대상 밖에서도 부적정 처리 의심·확인 사례 25건이 추가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10건은 실종자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채 종결한 것으로 의심됐고, 15건은 소재가 확인됐지만 실종 프로파일링 시스템에 실제와 다른 해제 사유가 입력된 사례였다. 검찰도 지난 8일 경찰청과 제주경찰청, 제주서부경찰서 등을 압수수색하며 실종사건 처리 과정 전반을 확인하고 있다.

새 매뉴얼은 모든 실종 신고에 자동 적용되지는 않는다. 시간적 긴급성이 높고 여러 기관의 협조와 광범위한 수색이 필요한 사건 가운데 제주경찰청이나 제주지방해양경찰청이 제주도에 수색 지원을 요청한 경우 가동한다. 실종아동과 장애인, 치매환자뿐 아니라 가출인과 일반 성인도 대상에 포함된다.

수색의 판단과 지휘권은 경찰과 해경이 갖는다. 실종자의 위험도를 판단하고 수색계획을 세우는 일, 현장지휘와 수색 종료 여부 결정은 경찰·해경이 맡는다. 제주도는 행정시와 소방, 자치경찰, 관계기관, 민간단체가 가진 인력과 장비를 수색 현장에 연결하는 지원 창구 역할을 한다. 쉽게 말해 경찰·해경이 '어디를 어떻게 찾을지'를 결정하면 제주도가 '찾는 데 필요한 사람과 정보, 장비를 최대한 빨리 모아주는' 구조다.

행정정보도 수색에 활용된다. 경찰이나 해경의 적법한 요청이 있을 경우 제주도는 실종자의 주민등록 변동사항과 공영주차장 입출차 기록, 관광지 예약정보, 차량등록, 보건·의료, 각종 인허가 정보를 확인하는 데 협조한다. 평소 기관끼리 개인정보를 공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긴급 수색 과정에서 적법한 요청이 있을 때 필요한 정보만 연결하는 구조다.

제주는 관광객 이동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서 관광지 예약정보가 수색 정보에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주민등록이나 차량정보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관광객과 단기 체류자의 이동 흔적까지 수색 단서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CCTV 활용도 강화한다. 새 매뉴얼에는 CCTV 집중관제와 인공지능(AI) 실종자 추적플랫폼 TOSS를 수색에 연계하도록 했다. TOSS는 실종자의 사진과 옷차림, 장신구 등의 특징을 입력하면 AI가 CCTV 영상을 분석해 비슷한 인물과 이동 동선을 찾아주는 시스템이다. 제주도는 2024년부터 이 시스템을 운영해 왔다.

드론과 구조견, 교통·기상정보도 같은 체계에서 움직인다. 실종 장소가 산간·해안이거나 넓은 지역을 수색해야 할 경우 경찰·해경뿐 아니라 소방과 자치경찰, 민간단체의 장비와 인력을 사건 성격에 맞춰 투입한다.

지난 8월27일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제주지역 CCTV통합관제센터를 찾아 방범용 CCTV 관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는 긴급 실종·위기사건 발생 시 CCTV 집중관제와 인공지능 실종자 추적플랫폼 TOSS를 경찰·해경 수색과 연계하고, 드론·구조견 등 가용 자원도 함께 투입하는 통합 대응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지난 8월27일 위성곤 제주도지사가 제주지역 CCTV통합관제센터를 찾아 방범용 CCTV 관제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제주도는 긴급 실종·위기사건 발생 시 CCTV 집중관제와 인공지능 실종자 추적플랫폼 TOSS를 경찰·해경 수색과 연계하고, 드론·구조견 등 가용 자원도 함께 투입하는 통합 대응체계를 운영할 계획이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제공

대응 과정은 8단계로 표준화했다. 신고·인지에서 시작해 초기 상황판단, 협의체 가동 결정, 자원 요청·출동, 현장 통합운용, 정보·홍보, 발견·종료, 복귀·환류 순이다.

실종자가 발견됐다고 대응이 끝나는 구조도 아니다. 수색 종료 뒤 어떤 기관이 어떤 자원을 투입했고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다시 점검해 다음 사건의 대응 절차에 반영하도록 했다.

협의체는 박천수 제주도 행정부지사가 위원장을 맡고 도 안전건강실장이 부위원장을 맡는다. 도 안전정책과가 기관별 지원 요청을 모으는 통합창구가 된다.

실제 수색이 시작되면 수사·수색반과 실종대상별 특별반, 민간협력반 등 6개 기능반 가운데 사건에 필요한 조직을 선별해 운영한다. 평상시에는 기관별 비상연락망과 장비·인력 목록을 관리한다.

제주도는 비상연락망과 자원목록을 분기마다 확인하고 통합 매뉴얼을 매년 정비할 계획이다. 정기회의와 실무회의를 열어 실제 사건에서 드러난 요청·출동·현장지원상의 문제도 계속 보완한다.

박천수 행정부지사는 "실종사건은 신고 직후의 대응 속도가 생명과 안전을 좌우한다"며 "경찰과 해경의 현장지휘 아래 행정과 민간의 자원을 신속히 결집해 수색 골든타임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번 체계의 성패는 매뉴얼 자체보다 실제 사건 발생 뒤 얼마나 빨리 작동하느냐에 달려 있다. 새 통합체계가 경찰의 수색 판단과 지방정부의 행정·기술 자원을 얼마나 빠르게 연결하는지가 제주 안전망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제주 안전망 #수색 체계 #민간단체 #자치경찰 #행정시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자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