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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여개국 7049명 제주서 연수… AI 허브 유치전 '16년 국제협력' 승부수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UNITAR 제주센터 2010년부터 운영
2025년 국제연수 참여자 7049명
NIA 글로벌협력 조직도 서귀포에
10월 공청회 뒤 후보지 공모·평가
부산·인천·고양 등과 유치전 본격화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 위치한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CIFAL Jeju)에서 국제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CIFAL Jeju는 2010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국제연수와 정책협력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2025년에는 150여개국 7049명이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 위치한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CIFAL Jeju)에서 국제연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CIFAL Jeju는 2010년부터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국제연수와 정책협력 사업을 운영해 왔으며 2025년에는 150여개국 7049명이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제주가 다음 달 정부의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 후보지 공모를 앞두고 '국제협력 경험'을 핵심 유치 논리로 구체화하고 있다. 국제기구 인력이 상주하며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국제캠퍼스형 플랫폼이라는 AI 허브의 성격에 맞춰 제주가 16년간 쌓아온 유엔(UN) 연수 기능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국제협력 기반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다.

23일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연구진은 정부의 글로벌 AI 허브 관련 과업내용을 분석해 제주가 국제협력형 허브에 필요한 기반을 이미 상당 부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연구책임은 조남운 제주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맡았다.

글로벌 AI 허브를 쉽게 말하면 'AI 국제협력 캠퍼스'에 가깝다. 정부와 국제기구, 다자개발은행, 기업·대학·연구기관이 한곳에 모여 기후·보건·식량·일자리처럼 한 국가가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AI를 적용하고 공동사업을 추진하는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첫 글로벌 AI 허브 추진위원회를 열고 입지선정 방향을 논의했다. 2027년 개소를 목표로 10월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뒤 후보지 공모와 평가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부는 국제기구 인력이 상주하면서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적합한 장소를 찾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앞서 9개 국제기구와 협력의향서를 체결했고 지난 5월 열린 비전 선포식에는 세계은행과 아시아개발은행 등 5개 다자개발은행도 참여했다.

제주연구원이 주목한 첫 번째 자산은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CIFAL Jeju)다.

CIFAL Jeju는 2010년 제주에 문을 연 뒤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개발도상국 공무원과 정책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국제연수를 운영해 왔다. 올해로 16년째다.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 위치한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CIFAL Jeju) 전경. 제주연구원은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와 NIA 글로벌센터가 한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글로벌 AI 허브 제주 유치의 국제협력 기반으로 제시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제주국제평화센터에 위치한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CIFAL Jeju) 전경. 제주연구원은 UNITAR 제주국제연수센터와 NIA 글로벌센터가 한 지역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글로벌 AI 허브 제주 유치의 국제협력 기반으로 제시했다. 사진=정용복 기자

센터의 2025년 연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4개 국제연수·협력 프로그램에 150여개국 7049명이 참여했다. 제주가 국제기구를 새로 접촉해 협력 구조를 처음부터 만드는 단계가 아니라 이미 국제연수망을 실제 운영하고 있다는 의미가 있다.

AI와 디지털 전환 분야도 포함돼 있다. 제주연구원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포용적 디지털 거버넌스' 프로그램에 63개국 509명이 참여하는 등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디지털 전환과 AI 관련 역량을 높이는 교육이 이미 운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번째 자산은 NIA 제주 글로벌센터다. NIA는 서귀포시에 글로벌센터를 두고 있다. 제주연구원은 글로벌 AI 허브 관련 정부 용역을 지원하는 NIA의 국제협력 기반과 UNITAR 계열 국제연수 기능이 한 지역에 함께 존재한다는 점을 제주가 다른 후보지와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로 봤다.

CIFAL Jeju가 국제기구와 개발도상국을 연결하는 'UN 경로'라면 NIA 글로벌센터는 정부의 디지털·AI 국제협력을 연결하는 '국가 경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두 기능이 같은 지역에 갖춰진 사례를 국내 다른 지역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제주 입장에서는 새로운 건물이나 조직을 만드는 논리와도 차이가 난다. 이미 작동하는 국제연수·협력 기능을 글로벌 AI 허브의 사업 구조에 맞춰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이번 연구의 핵심 주장이다.

조남운 부연구위원은 "허브가 요구하는 조건 가운데 예산과 시간을 들여도 단기간에 만들 수 없는 것을 제주는 이미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 유치는 새로운 기능을 처음 만드는 것보다 기존 국제협력 기반의 규모와 역할을 확대하는 접근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 추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2027년 글로벌 AI 허브 개소를 목표로 10월 공청회 등을 거쳐 후보지 공모·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성숙 국무총리 주재로 제1차 글로벌 인공지능(AI) 허브 추진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정부는 2027년 글로벌 AI 허브 개소를 목표로 10월 공청회 등을 거쳐 후보지 공모·평가에 나설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제주가 유리하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에는 아직 구체적인 입지 평가항목이나 항목별 배점이 담기지 않았다. 국제기구 협력 경험과 기존 국제연수 기능이 실제 평가에서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할지는 10월 공청회와 공모지침이 나와야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준비도 빠르다. 부산·인천·광주·경북 등이 글로벌 AI 허브 유치 의사를 밝혔고 경기 고양을 비롯한 수도권 기초자치단체들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고양은 킨텍스와 인천·김포공항 접근성, 일산테크노밸리를 내세우고 있으며 인천은 송도에 집적된 국제기구와 인천국제공항을 강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제주가 '이미 국제협력을 해온 도시'라는 논리만으로 승부하기 어려운 이유다. 국제기구 직원과 가족의 주거·교육·의료 여건, 국제선 접근성, 실제 입주 공간, AI 연구·산업 기반과 재정지원 방안까지 경쟁지역과 비교될 가능성이 있다.

제주연구원도 유치 선언보다 실행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CIFAL Jeju와 NIA 글로벌센터를 연결한 AI 국제연수과정을 먼저 만들고, 국제기구의 현장 실사에 대비한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국제기구 유치·운영에 필요한 법·제도를 점검하고 국제연수 기능을 제주지역 산업과 인재정책에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다음 달 공청회를 제주가 유치 논리를 정부와 국제기구에 설명하는 첫 공식 무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주가 제시할 논리도 보다 선명해질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같은 기술 인프라뿐 아니라 국제기구가 사람을 보내 장기간 머물면서 교육과 연구, 공동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지역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작업이다.

정부가 찾는 글로벌 AI 허브의 핵심이 대규모 연산 인프라보다 국제협력 기능에 있다면, 제주가 16년간 쌓아온 국제연수 경험은 입지 경쟁에서 차별화된 자산이 될 수 있다. 10월 공청회와 후보지 공모는 이런 제주형 논리가 실제 정부의 평가기준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 확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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