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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디젤 수출금지' 승부수…美 정유업계 "가격 더 오른다"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 하루 150만배럴 수출…세계 해상 거래량의 약 20% 차지
수출 막아도 걸프→동부 운송 한계…뉴욕 등 가격 되레 오를 수도
S&P "전면금지 땐 정유 처리량 12% 감소"…휘발유 생산도 타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걸프국가들 지도자 및 대표단과 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유엔 총회를 계기로 걸프국가들 지도자 및 대표단과 회의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디젤 '수출금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11월 초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의원들이 지속적으로 수출 제한을 요구하자 화답한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검토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미국의 정유시설과 소비지역이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어 수출을 막아도 필요한 지역에 디젤을 공급하기 어렵고, 오히려 정유사들이 생산을 줄여 휘발유와 항공유 가격까지 오르는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총회에서 디젤 수출 제한 요구에 대해 "나도 그것을 요구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디젤을 해외로 보내지 말자고 말했다. 우리는 많은 디젤을 생산한다"고 말했다. 베선트 장관도 전면 또는 부분적인 수출금지가 가능한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세계 최대 디젤 수출국이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중간유분 생산량은 최근 하루 500만배럴을 웃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디젤 수출은 하루 평균 약 150만배럴로 전년 동기보다 27만5000배럴 늘었다. 지난 8월에는 하루 160만배럴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6달러 넘은 디젤…중간선거 앞두고 비상

수출금지 검토의 배경에는 급등한 디젤 가격이 있다. 미국 평균 디젤 가격은 갤런당 6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디젤은 트럭과 농기계, 건설장비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돼 가격 상승이 운송비를 거쳐 식료품과 공산품 가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는 부담이다. 아이오와주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 출마한 애슐리 힌슨 공화당 하원의원 등은 이란 전쟁으로 치솟은 에너지 비용을 미국 소비자가 부담해서는 안 된다며 수출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테네시주의 팀 버쳇 공화당 하원의원은 디젤 수출을 내년 1월까지 금지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수출 막으면 가격 내려갈까

논리만 보면 해외로 나가는 하루 150만배럴가량의 디젤을 미국에 남기면 국내 공급이 늘어 가격을 낮출 수 있다. 문제는 미국의 정유·물류 구조다.

정제능력은 텍사스와 루이지애나 등 걸프 연안에 집중돼 있다. 이 지역은 현지 수요보다 많은 디젤을 생산해 해외로 수출한다. 반면 공급이 부족한 미 동부는 자체 정제능력이 부족해 수입에도 의존한다. 걸프 연안에서 동부로 연결되는 파이프라인 수송능력에는 한계가 있고 미국 항구 간 해상운송에는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인이 소유·운항하는 선박을 이용하도록 한 '존스법(Jones Act)'도 적용된다. 이 때문에 수출을 막으면 걸프 연안에서는 가격이 떨어지는 반면 뉴욕 등 동부에서는 국제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가격이 오를 수 있다.

마이크 소머스 미국석유협회(API)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디젤 수출을 제한하면 소비자와 농민, 미국 경제 전체에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악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 세계에서 해상으로 거래되는 디젤 하루 약 800만배럴 가운데 미국산은 약 150만배럴로 약 20%를 차지한다. 이 물량이 사라지면 국제가격이 상승하고 그 충격이 디젤을 수입하는 미국 일부 지역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정유사들이 생산을 줄일 가능성이다. 수출길이 막혀 걸프 연안에 디젤 재고가 쌓이면 정유사들은 원유 처리량을 줄일 수 있다. 원유를 정제하면 디젤뿐 아니라 휘발유와 항공유도 함께 생산되기 때문에 다른 석유제품 공급까지 감소한다.

S&P 글로벌 에너지 CERA는 올해 4·4분기 디젤 수출을 전면 금지할 경우 미국 정유사들이 원유 처리량을 하루 약 190만배럴, 전체의 약 12% 줄여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휘발유 생산도 하루 최대 75만배럴 감소해 미국이 휘발유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능은 하지만…정유업계 "역효과"

수출 제한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행정부가 활용할 수 있는 수출통제 수단이 있고 공화당 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행정부 내부에서도 이견이 있다.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장관은 수출금지가 가격을 낮추지 못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버검 장관은 지난 19일 "수출금지가 가격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검토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유·석유화학업계를 대표하는 미국연료·석유화학제조업협회(AFPM)는 "수출금지는 미국인들에게 더 많은 연료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국내 생산을 줄이고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mail protected]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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