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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첨단 무기 보유 불구 후티 반군에 속수무책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美·英·佛 최첨단 무기 구입에 수십억 달러 쏟아붓고도 고전
UAE 철수 공백 못 메우고 정부군 분열·사기 저하
지형적 이점·이란 지원 업은 후티, 수도 리야드 타격·홍해 봉쇄까지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일인 지난 22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병사들이 진열된 전술 차량 옆에 모여있다.AFP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일인 지난 22일(현지시간) 수도 리야드에서 병사들이 진열된 전술 차량 옆에 모여있다.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사우디아라비아군은 오일머니를 앞세운 막강한 자금력과 최첨단 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하지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산전수전을 겪은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을 제압하지 못하고 또다시 거센 공세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데 이어, 예멘의 홍해 해안 전역을 점령하고 사우디의 원유 수출길을 사실상 봉쇄했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현지 대리 세력(프록시)의 무능과 분열에 지나치게 의존한 데다, 험준한 지형 및 이란의 밀착 지원을 등에 업은 후티의 강한 결속력을 넘지 못했다고 분석한다.

■최첨단 무기도 무용지물
사우디아라비아는 그동안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방산기업으로부터 거대한 규모의 무기를 구매하며 국방력 강화와 외교적 입지 확보를 동시에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으로부터 243억달러(약 32조원) 규모의 F-35 스텔스 전투기 48대 구매를 승인받기도 했다.

하지만 가공할 만한 무기 보유에도 불구하고 사우디군 자체의 복합적인 실전 전투 수행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오랜 기간 외국인 용병과 민간 군사기업(군무원)에 의존해 온 구조적 한계 때문이다.

버나드 하이켈 프린스턴대 교수는 "사우디는 스스로 싸우고 국토를 지키기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된 군대와 국민을 만들어야 하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못하다"고 짚었다.

역설적이게도 사우디 왕가가 정권 쿠데타를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군대의 규모를 줄이고 파편화해 놓은 것이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이 타케이 미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지난 2015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중동에서 사우디 왕정이 군부에 의해 축출되지 않은 유일한 이유는 군대를 약하게 유지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단단한 후티 반군
반면 후티 반군은 험준한 산악 지형과 강한 부족적 유대를 바탕으로 끈질긴 방어망을 구축해 왔다.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미사일과 드론 등 첨단 무기체계까지 갖춘 이들은 분열된 예멘 정부군과 달리 강력한 지휘·통제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토머스 주노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후티는 중앙집권화된 정부를 통해 초기의 다양한 세력들을 강력하게 통제하며 단일 대오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2024년과 2025년에 걸친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공습도 후티의 미사일 및 드론 역량을 완벽히 무력화하는 데 실패했다. 후티는 홍해 해상 통로를 위협하고 사우디 유전과 영토를 직접 타격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대원들이 대열을 갖추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지난 22일(현지시간) 후티 반군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대원들이 대열을 갖추고 있는 모습.AP뉴시스

사우디아라비아는 2015년 후티에 수도 사나를 빼앗긴 예멘 정부를 복권하기 위해 아랍에미리트(UAE)와 손잡고 개입했으나, 최근 양국의 갈등이 표면화되며 전선이 완전히 무너졌다.

지난해 UAE 연합군이 예멘 정부군 관할 지역을 잠시 점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분노한 사우디는 UAE에 철수를 요구했다. 이에 UAE가 공격헬기 등 주요 전력과 함께 홍해 해안에서 전격 철수하면서 심각한 전력 공백이 발생했다. 사우디는 이 빈자리를 메우지 못했고 현지 방어선은 무너져 내렸다.

중동 전문가 마이클 나이츠는 "큰 타격을 입은 상태에서 예멘 현지 세력과의 협력 관계마저 약화된 것이 이번 붕괴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예멘 정부군 사기도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멘 남부 라히즈주의 한 정부군 대원은 "무기와 탄약 부족은 물론 봉급조차 제때 받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보급이 들어왔지만 여전히 턱없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후티를 막기 위한 지원을 거듭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최첨단 무기로 무장했음에도 땅을 밟고 싸울 의지와 전략을 갖추지 못한 사우디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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