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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 상금 걸고 4년째 '무관'… 한국경마, 일본 벽 못 넘었다

정용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2023~2026 코리아컵·스프린트 우승 0
국내 출전 77두·해외 27두의 2.9배
올해도 일본마 두 경주 1·2위 석권
제주 말산업도 생산·육성 경쟁력 과제

코리아스프린트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마들. 왼쪽부터 '빈체로카발로', '위너클리어', '닉스고원'. 올해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에서는 일본 경주마가 두 대회 모두 1·2위를 차지했고 국내 출전마는 각각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코리아스프린트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마들. 왼쪽부터 '빈체로카발로', '위너클리어', '닉스고원'. 올해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에서는 일본 경주마가 두 대회 모두 1·2위를 차지했고 국내 출전마는 각각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정용복 기자】 한국마사회가 최근 4년간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에 순위상금만 120억원을 걸고 국내 출전마를 해외마보다 3배 가까이 내보냈지만 우승은 한 차례도 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문대림 의원이 한국마사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올해까지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에 출전한 국내 경주마는 모두 77두였다. 같은 기간 해외 출전마 27두의 2.9배다.

연도별 국내 출전마는 2023년 23두, 2024년 20두, 지난해 16두, 올해 18두였다. 해외마는 각각 6두, 6두, 8두, 7두였다.

출전 숫자는 압도했지만 우승은 해외마가 가져갔다. 2023년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 모두 일본마가 우승했고 2024년에도 일본이 두 경주를 석권했다. 지난해에는 코리아컵을 일본, 코리아스프린트를 홍콩이 차지했다.

올해는 격차가 더 선명했다. 지난 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코리아컵에서 일본의 딕테이언이 우승했고 선데이펀데이가 2위에 올랐다. 코리아스프린트 역시 일본의 드래건웰즈와 아메리칸스테이지가 각각 1·2위를 차지했다. 국내 출전마 최고 성적은 두 경주 모두 3위였다.

코리아컵과 코리아스프린트는 한국 경마의 국제경쟁력을 직접 확인하는 대표 국제 초청경주다. 올해 코리아컵은 1800m에 순위상금 16억원, 코리아스프린트는 1200m에 14억원이 걸렸다. 두 경주에만 30억원이다.

2023년부터 올해까지 같은 규모의 상금이 편성되면서 4년간 순위상금 규모는 120억원에 달했다. 여기에 해외마 초청과 행사, 경주마 수송·검역 비용도 별도로 들어간다.

국제경주를 여는 목적은 해외 정상급 경주마와 겨뤄 국내 경마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생산·육성·조교 체계를 고도화하는 데 있다. 그러나 안방에서 치른 최고 수준의 국제대회에서 4년 연속 우승이 나오지 않으면서 투입한 비용과 경험이 산업 경쟁력으로 연결되고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제주시 애월읍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경주마들이 경주로를 달리고 있다. 제주는 국내 첫 말산업특구이자 경마장과 경주마 생산·육성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한국 경주마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제주 말산업과 생산농가에도 직결된 과제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제주시 애월읍 렛츠런파크 제주에서 경주마들이 경주로를 달리고 있다. 제주는 국내 첫 말산업특구이자 경마장과 경주마 생산·육성 기반을 갖춘 지역으로, 한국 경주마의 국제경쟁력 향상은 제주 말산업과 생산농가에도 직결된 과제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산업의 기초체력에서도 일본과 격차가 크다. 마사회가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25년 경마 매출은 한국이 6조4000억원인 데 비해 일본은 원화 환산 기준 44조원이었다. 경주 수는 한국 2473경주, 일본 1만8538경주로 7배 이상 차이가 났다.

경주마 생산두수는 한국 1116두, 일본 8233두였다. 한국이 일본의 13.6% 수준이다. 경주 결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에서 육성·경주까지 이어지는 산업 규모 자체에 큰 차이가 있다는 의미다.

마사회 임직원의 해외 출장도 도마에 올랐다. 의원실은 2022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제경마와 경주마 육성 관련 해외 출장에 77명이 참여했고 4억672만원이 사용됐다고 집계했다. 출장 목적에는 해외 국제경주 출전 지원과 출전마 섭외, 씨수말 도입 후보마 검수, 해외 종축 구매 등이 포함됐다.

우희종 한국마사회 회장도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해외 벤치마킹이 반복된 데 비해 국제행사 운영 과정에서 기본적인 부분을 놓치는 등 미숙함이 보인다는 취지로 내부 문제를 지적했다. 현재 한국마사회도 경영목표 가운데 하나로 '국제 경쟁력을 갖춘 경마 시행'을 제시하고 있다.

제주에도 남의 일이 아니다. 제주는 국내 첫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지역이자 렛츠런파크 제주와 한국마사회 제주목장이 있는 국내 말산업의 주요 생산·육성 기반이다. 최근에도 제주에서 1세 경주마 경매가 열리는 등 생산농가와 육성·유통 시장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 경주마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제주지역 생산농가의 말 값과 판로, 우수 씨수말 도입과 육성체계에도 직접 연결되는 이유다.

제주도 역시 올해 말산업에 89억원을 투입하고 우수 마필 도입과 생산·조련 기반 확충 등을 추진하고 있다. 경마에 집중된 산업구조를 승마·말복지·관광으로 넓히는 동시에 경주마 분야에서는 생산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문대림 의원은 "매년 수십억원을 들여 국제대회를 개최하는 만큼 그 투자가 국내 경주마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해외 우수마 초청과 견학 경험을 종마 개량과 육성·조교체계 개선에 어떻게 반영했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국내 경주마의 경쟁력을 높일 투자계획과 단계별 성과목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정용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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