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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여파에 유조선 용선료 120만달러 첫 돌파

윤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선박 부족 심화…운송료 급등에 정제유 감산도

지난 4월2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앞 석유 기지 앞에 유조선 헬가호가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4월24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앞 석유 기지 앞에 유조선 헬가호가 진입 준비를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동발 군사적 충돌의 여파로 석유 수송의 핵심인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이 역사상 처음으로 하루 120만달러(약 16억원)를 돌파했다. 국제 유가 상승세가 다소 누그러졌음에도 불구하고, 해상 수송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시한폭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해운중개업체 브레마를 인용해 약 200만배럴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VLCC의 중동-중국 노선 용선료가 지난 8월 말 이후 2배 이상 급등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중국 노선 용선료는 지난 일주일 사이 3분의 1 이상 올랐다. 전쟁 이전 발틱해운거래소가 집계한 운임이 하루 12만달러 수준이었고, 지난해 평균 2만~5만달러 선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초유의 폭등세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에너지 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대표는 "해상 운임이 파라볼릭(선형을 넘어선 폭발적 급등)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아시아 도달 원유 가격이 배럴당 150달러 육박함에 따라 운임이 단기적으로 시장을 무너뜨리는 결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운임 폭등'의 주요 원인은 전쟁으로 인한 항로 변경과 심각한 체선 현상이다. 인도 정유사들은 중동 대신 브라질, 가이아나, 서아프리카, 심지어 북해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 수송 기간만 편도 30~40일이 소요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중동 수역 내부의 셔틀선 60여대를 통해 오만만으로 옮겨진 뒤 타 선박으로 환적(STS)되는 파행적 방식으로 수송되고 있다. 클락슨 연구소는 전 세계 유조선 선단의 약 15%가 오만 연안에 멈춰 서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마르타인 라츠 애널리스트는 "대형 유조선들이 화물을 받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10일씩 바다 위에 떠 있는 실정"이라며 "환적 작업에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면서 선박 부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중동 수역 운항 시 부과되는 전쟁 위험 보험료가 선체 가치의 10% 수준까지 치솟으며 부담을 더하고 있다.

수송비 급등은 정유사들의 마진을 급격히 악화시키며 실제 감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원유 원가에서 해상 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시 대비 폭등해 최고 20~40%에 달한다.

에너지 평가기관 아거스 미디어에 따르면 중국의 대형 독립 정유사인 헝리석유화학은 하루 40만배럴 규모의 다롄 정유공장 가동률을 기존 풀가동 상태에서 80%로 낮췄으며, 룽성과 솅홍은 이달말 감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 4월 정점(배럴당 125달러 이상)을 찍은 뒤 최근 100달러 선으로 내렸지만, 원유를 실어 나를 배를 구하지 못해 정유사들이 구매를 포기하면서 유가는 추가 하락 압박을 받고 있다. 반면 정제유 공급 부족으로 싱가포르의 디젤 가격은 배럴당 180달러, 미국과 유럽에서는 200달러를 돌파하며 최종 소비자가격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거스의 톰 리 석유시장 애널리스트는 "해상 운송비는 더 이상 석유 시장의 사소한 부대비용이 아니라 가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라며 "바다에서의 물류 차질이 글로벌 에너지 가격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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