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율주행, 실증 넘어 기술 상용화 관건
세계 자율주행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로 기술 고도화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우리나라도 실제 도로에서 무인 자율주행차 운행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반도체·IT 분야의 강점과 축적한 실증 경험을 바탕으로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서 기술 고도화에 집중한다면 단기간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그동안 시범운행지구에서 유상 여객운송을 허용하고, 운전석이 없는 무인 자율주행차에도 안전기준 특례를 마련했다. 2026년에는 광주 전역 약 500㎢를 시범운행지구로 지정했으며, 2027년 실증도시 사업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AI 학습용 원본영상 활용 허용, 임시운행허가 절차 간소화 등 규제 합리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제 우리 자율주행 산업을 '규제 때문에 뒤처졌다'고 진단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문제는 마련된 규제특례와 실증제도를 실제 상용화와 산업 경쟁력으로 어떻게 전환하느냐다.
미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5년 Part 555 면제절차를 간소화했다. 2026년에는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죽스(Zoox) 로보택시에 2년간 연간 최대 2500대의 상용 운행이 가능하도록 안전기준 적용을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한편, 자율주행차 성능기준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의 접근은 안전기준을 포기하는 규제완화가 아니라 안전성을 전제로 새 기술에 맞게 규제를 바꾸는 것이다.
중국 역시 빠르다. 중앙정부는 L3·L4 자율주행차 도입과 실제 도로 운행을 연계하는 국가 시범제도를 마련했고, 2025년 L3 차량의 조건부 도입을 시작했다. 2026년 7월에는 L3·L4 대상 강제 국가표준 '자동주행시스템 안전요구'도 제정해 실증부터 안전기준까지를 하나의 산업화 경로로 잇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R&D→실증→안전성 평가→인증→사업허가→상용운행→사후관리를 하나의 전주기 제도로 연결해야 한다. 광주 실증도시에서 확보되는 데이터도 기술 고도화와 인증기준 개선에 활용되는 '산업 데이터'가 돼야 한다.
규제혁신과 안전은 반대말이 아니다. 사고·고장 데이터 보고, 운행기록 관리, 사이버보안 확보를 제도화하고 사고 책임과 사후관리 체계를 명확히 해야 오히려 과감한 시장 진입을 허용할 수 있다. 미국도 규제를 간소화하면서 자율주행 사고 보고체계는 유지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전반전이 기술개발 경쟁이었다면 후반전은 제도와 산업화의 경쟁이다. 정부가 할 일은 안전이 검증된 혁신에 시장의 문을 빠르게 열고, 기업이 예측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것이다. 기술을 실증으로, 실증을 인증으로, 인증을 상용화로, 상용화를 산업으로 연결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 자율주행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규제혁신이다.
하성용 韓자동차모빌리티안전학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