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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때문에 먹던 피임약, 끊었더니 임신 안 된다?"… 1167명 추적 관찰 결과 보니 [똑똑한 웰니스]

김현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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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피임약 오래 먹으면 불임 되는거 아니야?"

평소 생리 주기가 불규칙하고 생리통이 심한 A씨(28)는 의사의 처방으로 세 달 째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다. 배란을 조절해 생리 주기를 규칙적으로 만들고, 생리통의 원인이 되는 염증 물질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A씨는 경구피임약의 효과를 보고 있으나, 정작 주변에서는 "호르몬제를 오래 먹으면 나중에 임신이 안 된다더라", "살찌고 피부 뒤집어진다"며 걱정어린 시선을 보낸다.

많은 이들이 경구피임약을 단순한 '임신 방지용 약'으로만 여기지만, 산부인과에서는 생리통, 월경과다, 월경전불쾌장애(PMDD), 중등도 여드름 등을 치료하는 전문의약품으로 경구피임약을 활용하고 있다. 26일 '세계 피임의 날'을 맞아, 경구피임약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와 진실을 짚어봤다.

경구피임약은 오직 피임을 위해서만 쓰인다?

경구피임약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을 조절해 배란을 억제한다. 이 과정에서 자궁내막이 두껍게 자라는 것을 막는데, 바로 이 기전이 생리통 치료의 핵심 원리다.

생리통은 두꺼워진 자궁내막이 탈락할 때 분비되는 염증 매개 물질 '프로스타글란딘'이 자궁 근육을 강하게 수축시키며 발생한다. 피임약은 탈락할 자궁내막의 두께 자체를 얇게 유지시켜 프로스타글란딘 분비량을 대폭 줄인다. 그 결과 쥐어짜는 통증과 과도한 출혈량이 눈에 띄게 완화된다.

금지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월경곤란증의 증상 관리를 위해 비스테로이드항염증제를 우선 사용할 수 있지만, 효과가 충분하지 않거나 피임이 필요한 여성에서는 전문의약품인 4세대 복합 경구피임약을 고려할 수 있다"라며 이어 "에티닐에스트라디올·드로스피레논 성분을 포함한 경구피임약은 월경곤란증에서 주요 증상인 하복부 통증, 요통, 두통, 메스꺼움 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임약, 오래 복용하면 영구 불임이 된다?

경구피임약을 오래 복용하면 약의 피임 효과가 몸 안에 남아 영구적으로 불임이 된다는 속설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임신 계획을 위해 경구피임약 복용을 중단한 여성 1167명을 추적 관찰한 대규모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복용 중단 후 2년 이내에 89%가 임신에 성공했다. 일반 여성의 평균 가임력인 85.2~94%과 비교해도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는 수치다. 피임약을 수년간 장기 복용했더라도 약을 끊으면 대부분 수개월 내에 정상 배란 주기를 되찾는다.

금 교수 역시 "경구피임약은 많은 여성의 우려와 달리, 가임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약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경구피임약은 호르몬에 의해 두꺼워진 자궁내막을 정상화하고, 월경량과 주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자궁내막증과 같은 월경 관련 질환의 관리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피임약을 복용하면 살이 찌거나 여드름이 생긴다?

피임약을 먹고 체중이 늘거나 여드름이 났다는 후기는 과거 2세대 피임약의 특성이나 각기 다른 개인 체질이 반영돼 생긴 오해다. 과거 약물에 쓰인 일부 프로게스틴 성분은 남성호르몬 유사 작용을 해 피지 분비를 늘리거나, 에스트로겐이 체내 수분을 끌어안아 일시적인 부종을 유발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쓰이는 4세대 피임약은 수분 배출을 돕는 이뇨 작용과 피지를 억제하는 항안드로겐 효과를 지녔다. 18~35세 여성 1067명이 4세대 복합 경구피임약을 1년간 복용한 연구에서도 유의미한 체중 증가는 관찰되지 않았다.

여드름에는 오히려 피임약이 치료제로 쓰이기도 한다. 에티닐에스트라디올과 드로스피레논 성분의 복합 경구피임약을 활용한 중등도 여드름 치료 연구에서는 해당 약물을 6주기 복용한 후 총 여드름 병변 수가 치료 전보다 평균 79.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 교수는 "피임약을 먹으면 무조건 살이 찌거나 여드름이 생긴다고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며 "경구피임약마다 성분과 특성이 다르고 개인별 반응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복용 목적과 건강 상태를 고려해 자신에게 적합한 제제를 선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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