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사설

[사설]각박한 세태 속에 '부캉이'에 열광하는 우리

파이낸셜뉴스

부산 북항 출몰 상어 보려 구름 인파
인간끼리의 정이 말라붙었다는 증거

지난 20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시민들이 유영하는 상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출몰 중인 이 상어는 갈색 외형에 약 3.5m 크기이며, 국립수산과학원은 '무태상어'로 추정했다. /사진=뉴시스
지난 20일 부산 동구 북항 친수공원 수로에서 시민들이 유영하는 상어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출몰 중인 이 상어는 갈색 외형에 약 3.5m 크기이며, 국립수산과학원은 '무태상어'로 추정했다. /사진=뉴시스

'부캉이'를 보려고 부산 북항에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자 전재수 부산시장이 "상어가 나타나면서 북항이 핫플(핫플레이스)이 됐다. 예뻐 죽겠다. 수조원을 들여도 안되는 홍보"라고 말했다. 전 시장은 "이 기회에 부산 북항을 전 세계에 알리는, 10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기회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약 3조원을 투입해 국제항만과 오페라하우스, 호텔 등을 건설하는 부산항 북항 재개발사업은 2008년 시작돼 완공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지난 18일 몸길이 3~4m 되는 상어가 수로로 들어와 목격되면서 시민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상어가 사람을 해치는 내용의 영화 '죠스'가 떠올랐지만 시민들은 상어에게 '부캉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고, 상어를 보려는 인파가 몰려들어 북항의 수로는 뜻밖의 핫플이 됐다.

흉측한 이빨을 가진 상어이지만 사람들은 도리어 귀엽게 여기는 것 같다. 수년 전 동물원을 뛰쳐나온 얼룩말이나 늑대에게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꼭 사랑스럽지도 않은 동물들에게 우리가 느끼는 이런 감정은 어디에서 나올까. 인간에게서 느끼지 못하는 감정을 동물에게서 보상받으려는 것은 아닐까.

물질은 풍족해졌지만 인정은 말라붙은 세상이다. 치열한 경쟁과 격화된 갈등 때문일 것이다. 경쟁이 심하면 아무래도 상대를 친구가 아닌 적으로 느끼게 된다. 대학 입학과 취업을 놓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경쟁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점점 개인주의화되고 서로 간의 정은 메말라 간다.

이념과 젠더 갈등은 같은 국민이면서 서로 적대시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세대 갈등은 더 그렇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청년들이 노인들에게 선뜻 자리를 양보하던 모습은 쉽게 찾기 어려워졌다. 최근 한 노인이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 젊은 여성과 몸싸움을 벌인 일도 있었다. 누구 탓이라고 따질 것도 없다. 세상이 그렇게 변했고, 누구에게나 잘못은 있다.

각박한 세태에서 같은 인간에게 지친 인간이 동물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언제나 변함이 없고 본능대로 움직일 뿐인 동물이다. 자식은 낳지 않아도 반려동물 인구는 늘어간다. 자식 이상으로 개나 고양이를 좋아한다. 그래서 살던 곳을 벗어나 길을 잃은 동물들에게까지 열광하는 것이다.

나쁜 현상으로 볼 것은 아니다. 생명이 있는 것에 대한 관심은 인간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징표다. 우리에게는 여전히 따뜻한 마음이 남아 있고 같은 인간끼리도 다시 사랑하고 공경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무서운 상어에게 보여준 관심의 절반만이라도 우리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주면 좋겠다. 증오와 공격, 비난은 가능하면 잊어버리고 사랑과 양보, 칭찬을 언제라도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 곁에는 살가운 말 한마디를 기다리는 이웃들이 있다. 상어는 곧 바다로 돌아갈 것이다. 한가위를 맞아 잊고 있던 그들에게 잠시라도 관심과 애정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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