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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중대재해 최대 15년, 세게 벌 준다고 사고 못 막아

파이낸셜뉴스

대법 양형위원회 첫 기준안 발표
형벌 이전에 구조적 요인 살펴야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책임자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등이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책임자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첫 양형기준안을 내놨다. 근로자가 숨진 중대산업재해 사건의 경우 기본 징역 1년6개월~4년을 권고하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되면 최대 징역 15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기준안에서 눈에 확 띄는 건 15년이란 형량이다. 양형위는 사건별로 죄질이 천차만별인 현실을 반영해 형량 범위를 폭넓게 설정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15년 양형기준은 과해도 한참 과하다. 양형기준이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지만, 이를 벗어나 선고하려면 판사가 그 이유를 판결문에 적어야 한다. 양형기준도 실제로는 구속력을 갖는다는 뜻이다.

특히 과한 양형기준은 사실상 경영자를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 찍는 결과를 낳는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알다시피 산업재해는 대부분 고의범죄가 아니라 현장의 여러 변수가 겹쳐 발생하는 과실의 영역에 가깝다. 그런데도 살인이나 강력범죄에 준하는 수준의 형량을 명시한다면 국민이 바라보는 기업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런 양형 부담은 곧장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킬 우려가 크다. 안전투자를 아무리 늘려도 예기치 못한 사고는 발생할 수 있다.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대해 경영 책임자가 십여년의 징역형을 각오해야 한다면 누가 선뜻 지휘봉을 잡겠는가. 대기업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기업 가업승계나 안전관리 인력난 등 현장의 어려움까지 감안하면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안전관리자 선임은 의무사항이다. 이런 자격증 보유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은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 과한 양형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양형기준을 과도하게 높게 결정하기 전에 근본적으로 따져볼 문제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2년 시행 이후 이미 강도 높게 현장에 적용돼 왔다. 그런데도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처벌 수위가 높은 법을 만들어 현장에서 시행하면서 실효도 없이 기업들에만 엄청난 압박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법을 강화했는데도 현장의 안전지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법의 효력부터 따지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원인을 법조문에서만 찾을 것은 아니다. 현장에서 다른 구조적인 원인이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다시 말해 정부와 사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왜 이렇게 강한 법을 시행하고도 사고가 줄지 않는지 그 원인을 정밀하게 진단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대법 양형위가 사고의 근본 원인을 찾는 것보다 형량을 대거 올려 결정하는 것은 순서상 맞지 않다. 형량만 올려 기업에 겁을 주는 방식으로는 사고예방이라는 본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처벌 수위를 높이면 저절로 안전이 확보될 것이란 발상은 전형적인 처벌 만능주의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양형기준안은 앞으로 공청회와 관계기관 의견조회 과정에서 충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산업 현장의 목소리와 처벌의 실효성을 두루 따져야 한다. 처벌을 무겁게 한다고 해서 현장의 위험요인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형량을 높인다고 사고가 예방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점을 충분히 반영해 합리적인 양형기준을 다시 도출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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