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대신 서울로…달라진 추석 풍경
짧아진 연휴에 역귀성·호캉스 등 선택지 넓어져
전통 명절부터 공연·전시까지…서울 곳곳이 '명절 놀이터'로
외국인 관광객도 명절 풍경의 한 축
[파이낸셜뉴스] 추석이면 사람들이 빠져나가 한산해지던 서울의 명절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부모가 자녀를 찾아오는 역귀성부터 도심에서 연휴를 즐기는 가족, 호텔에서 명절을 보내는 '호캉스족', 한국의 추석을 경험하려는 외국인 관광객까지 서울에서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운현궁과 서울우리소리박물관 등 서울 곳곳의 문화시설에서도 추석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전통문화 체험과 공연을 통해 멀리 고향을 찾지 않아도 서울 한복판에서 명절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추석을 보내는 공간도 한옥과 고궁에만 머물지 않는다. 평소 시민들이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야외공간도 명절 나들이 장소로 변신한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청계천에서 운영되는 '서울야외도서관'은 이날부터 27일까지 오후 4시부터 밤 10시까지 문을 연다. 도심 광장에서 책을 읽거나 가족·연인과 시간을 보내며 명절 연휴를 즐길 수 있다. 귀성과 차례 대신 문화생활이나 휴식을 선택하는 시민들에게는 서울이라는 도시 자체가 하나의 명절 공간이 되는 셈이다.
외국인에게는 서울의 추석을 경험할 기회다. 서울을 찾은 관광객이나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도 전통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 등에 참여하면서 한국의 명절 문화를 접할 수 있다. K팝이나 쇼핑 중심이던 서울 관광에 한복과 전통공연, 명절 음식 등 한국의 생활문화를 경험하는 콘텐츠가 더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서울의 추석 풍경이 다양해진 배경에는 올해 유난히 짧은 연휴도 있다. 올해 추석 연휴는 24일부터 27일까지 나흘로, 지난해보다 사흘 짧다.
때문에 서울 도심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숙박 수요도 확인된다. 지난해 추석 연휴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서울의 투숙률은 85%에 달했고 매출은 전년보다 38.2% 증가했다.
여행 플랫폼 프리비아가 지난 8월 31일 기준 올해 추석 연휴 숙박 예약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서울이 국내 지역 가운데 가장 높은 예약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는 연휴 첫날인 24일 하루 약 40건이 예약돼 프리비아의 국내 숙소 가운데 예약 건수 1위에 올랐다.
서울의 추석 풍경을 바꾸는 또 다른 축은 외국인 관광객이다. 지난 7월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161만명, 관광소비액은 1조70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중국의 중추절 연휴가 우리나라 추석과 겹친다. 서울시는 일본 실버위크와 한국 추석, 중국 중추절·국경절 등이 이어지는 기간에 맞춰 지난 19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23일간 '서울환대주간'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기존 명동 중심의 환대 프로그램을 공항과 관광정보센터·안내소, 서울컬처라운지 등으로 확대해 외국인 관광객이 입국부터 도심 관광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귀성을 위해 빠져나가는 도시에서 가족이 찾아오고, 시민들이 머물고, 외국인 관광객이 명절 문화를 경험하는 도시로. 서울의 추석은 이제 '비어 있는 명절'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연휴를 보내는 또 하나의 도시 풍경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시는 짧은 기간 귀성·귀경과 친지 방문 등이 집중되는 동시에 서울에서 연휴를 보내는 시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관련 대책을 마련했다.
명절 기간 문을 여는 문화시설과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명절이면 상당수 상점과 문화시설이 문을 닫아 도심 전체가 한산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서울에 남은 시민과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추석을 보내는 방식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다. 부모의 고향을 찾아 온 가족이 모이는 전통적인 귀성뿐 아니라 여행을 떠나거나 가까운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등 각자의 방식으로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이 등장하면서 명절에 필요한 도시 서비스의 범위 역시 넓어지고 있다.
서울시도 이번 연휴 문화행사와 함께 의료·교통·안전 등 생활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비상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서울지역 응급의료기관과 응급실 운영병원 74곳은 연휴 내내 24시간 운영하고, 병의원과 약국 6189곳이 날짜별로 문을 연다. 서울시청에는 종합상황실을 설치해 소방·풍수해·교통·의료·물가 등 5개 분야를 관리한다.
고향을 찾아가는 명절에서 어디에서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보낼 것인지를 선택하는 명절로 추석의 모습이 조금씩 다양해지는 가운데, 서울 역시 '비워지는 도시'에서 '머물며 명절을 즐기는 도시'로 변화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설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