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빛 갚아주면 끊을 기회 빼앗는 것"…도박 중독자 가족의 대처법은

뉴시스
[서울=뉴시스]김종재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중앙센터장은 "가족들이 빚을 변제해 주면 도박자가 고통을 느끼고 자각할 기회를 유예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언급했다. 사진 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김종재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중앙센터장은 "가족들이 빚을 변제해 주면 도박자가 고통을 느끼고 자각할 기회를 유예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언급했다. 사진 유토이미지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도박 중독은 개인의 의지 부족으로 발생하는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뇌의 구조적·기능적 변화를 동반하는 질병이므로 전문적인 치료와 주변의 단호한 대처가 필수적이라는 조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을 단순한 도덕적 결함이나 개인 결심의 문제로 바라봐서는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신영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최근 MBC 라디오 '김경일의 물음표'에 출연, "10번 중 9번을 목숨 걸고 참아도 마지막 1번을 참지 못하면 결과는 0점"이라며 "도박 중독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뇌 기능조차 변하는 질병으로 접근해야 희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도박 중독이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사회적 허용성과 높은 접근성이 지목된다. 손가락 클릭 몇 번으로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중독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개인적인 기질 측면에서는 자극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뇌 성향이 취약 요인으로 꼽힌다. 평생 도박을 하지 않고 일에만 몰두했던 중소기업 대표가 은퇴 후 우연히 카지노를 접해 500억원대의 자산을 탕진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도박은 당사자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족 전체의 삶을 붕괴시키는 특성을 보인다. 동생의 도박 빚을 도우려다 누나의 가정까지 파탄을 맞아 자살에 이른 사례나, 남편의 도박 문제로 힘겨워하던 배우자가 목숨을 잃은 비극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족들이 빚을 대신 갚아주는 행위가 오히려 도박을 지속시키는 원인이 된다고 지적한다.

김종재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 중앙센터장은 "가족들이 빚을 변제해 주면 도박자가 고통을 느끼고 자각할 기회를 유예시키는 결과가 된다"고 언급했다. 빚을 다 갚아주고 난 뒤에야 가족이 파산하고, 더 이상 도움을 받을 수 없게 됐을 때 비로소 스스로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의미다.

사채업자의 협박에 대처할 때도 단호한 태도가 필요하다. 사채업자들은 채무자의 연락처나 개인적인 사진 등을 빌미로 가족을 협박하는 경우가 많다. 김 센터장은 "사채를 대신 갚아주면 또다시 사채를 쓰게 된다"며 "연락이 오더라도 단호하게 거절하고 유회시켜야 업자 측에서도 협의에 나올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도박을 완전히 끊기까지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보통 뇌가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약 5년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문의는 "가족들에게는 '하지 말라'는 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치고, 중독자에게는 '안 하겠다'는 말을 하지 말라고 가르친다"며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고 믿는 순간 조심성이 떨어지고 제발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고 당부했다.

온라인상에서는 도박 중독의 위험성과 가족들의 대처법을 두고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으로 어려움을 겪을 경우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전문 기관이나 단도박 모임 등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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