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해야 연차 주고 떡값은 3만원?...직장인 공분 산 '악덕 기업'의 반전
[파이낸셜뉴스] "입사일을 기준으로 실제 근무 개월 수를 환산해 명절 상여금이 차감 지급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25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따르면 직원당 3만 원 남짓 들어간 은행 이체 내역 캡처와 함께 이 같은 안내문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온라인 공간이 들끓었다. 얼마 안 되는 떡값마저 일할 계산해 깎아 지급하는 현실을 두고 "줄 거면 제대로 주든가 차라리 주지 말라"는 분노 섞인 댓글이 빗발쳤다.
하지만 수많은 직장인의 공분을 산 이 회사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한국 특유의 열악한 '중소기업(좋소) 갑질 문화'를 풍자한 가상의 계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SNS상에서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해 가상의 중소기업을 설정하고, 왜곡된 직장 문화를 사실적으로 묘사해 올리는 '콘셉트 풍자 계정'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해당 계정은 채용부터 인사, 복지, 사내 식당, 포상 제도에 이르기까지 한국 직장인들이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부조리한 단면들을 교묘하게 집약했다. 장시간 야근을 '성실함과 열정'으로 포장하며 연차 사용의 대가처럼 내세우거나, 육아휴직이나 휴가를 쓰는 직원을 백안시하는 분위기, 쥐꼬리만 한 복지를 베풀고도 유난스럽게 생색을 내는 행태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AI 기술의 고도화로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이를 실제 상황으로 오인하는 이용자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게시물에 쓰인 사무실 전경, 야근하는 직원들의 얼굴, 사내 게시판의 공고문과 상장 등은 실제 사진과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정교하게 구현됐다.
계정에 'AI 생성 콘텐츠'라는 안내 표시가 붙어 있음에도 댓글 창에서는 "실제 이런 회사가 버젓이 존재하느냐", "이걸 자랑이라고 올린 건가", "노동청에 신고해야 한다"는 식의 격앙된 반응과 "설정이 너무 리얼해서 진짜인 줄 알았다", "씁쓸한 한국 직장 현실을 제대로 꼬집었다"는 반응이 뒤섞이고 있다.
직장인들이 이를 진짜로 믿는 배경에는 '현실의 기시감'이 자리 잡고 있다. 과장된 연출임에도 불구하고, 포괄임금제 남용이나 불투명한 복지 체계 등 일부 중소기업의 열악한 노동 환경을 경험한 직장인들에게는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로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풍자의 정교함이 자칫 오선동이나 왜곡된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AI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시각 정보의 신뢰도를 판별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자극적인 온라인 콘텐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기보다 맥락과 출처를 꼼꼼히 확인하는 '문해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