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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소연 마침내 후계자 찾았다" 한국 여자 축구, 대역전극.... 우즈벡 꺾고 일본과 4강전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21일(현지시간)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F조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후반 한국 윤수정이 팀의 첫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21일(현지시간)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F조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후반 한국 윤수정이 팀의 첫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그야말로 지옥과 천당을 오간 90분이었다. 식은땀이 흐르던 벼랑 끝 위기,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혜성처럼 등장한 '초특급 신성'이 오사카의 밤하늘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신상우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이 25일 일본 오사카 나가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8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과 무려 9골을 주고받는 혈투 끝에 6-3의 짜릿한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한국은 2022 항저우 대회 8강 탈락의 뼈아픈 악몽을 깨끗이 씻어내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이후 무려 8년 만에 4강 무대에 복귀하는 감격을 누렸다. 이제 시선은 오는 29일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에서 펼쳐질 '운명의 한일전'으로 향한다. 사상 첫 아시안게임 결승 진출이라는 거대한 역사가 바로 눈앞에 다가왔다.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단연 윤수정(수원FC)이었다. 북한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리며 신상우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그녀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전격 포함됐다. 그리고 이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됐다.

전반 6분 만에 기적이 시작됐다. 김혜리(수원FC)가 올려준 프리킥 상황. 골대를 등지고 있던 윤수정이 감각적으로 머리를 갖다 댔다. 공은 절묘한 포물선을 그리며 우즈벡 골키퍼의 키를 훌쩍 넘어 골망을 갈랐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환상적인 선제골이었다.

21일(현지시간)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F조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후반 한국 윤수정이 팀의 첫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21일(현지시간) 일본 시즈오카현 후쿠로이시 시즈오카 스타디움 에코파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축구 F조 예선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기, 후반 한국 윤수정이 팀의 첫 번째 골을 넣은 뒤 동료들과 기쁨을 나누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 전반 10분 일격의 동점골을 허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전반 17분, 최전방의 최유리(수원FC 위민)가 상대 수비수와의 거친 몸싸움을 이겨내고 기어코 오른발 슈팅을 꽂아 넣으며 다시 포효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전반 44분 윤수정의 추가골, 그리고 전반 추가시간 최유리의 릴레이 득점포까지 터지며 4-1이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로 전반을 마쳤다.

누가 봐도 한국의 무난한 압승이 예상되던 흐름이었다.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고, 방심은 금물이었다.

후반 15분, 공격의 핵심 강채림(강진 스완스)이 불의의 발목 부상으로 쓰러지며 강태경(서울시청)과 교체 아웃됐다. 불길한 예감은 현실이 됐다.

어수선해진 틈을 타 우즈벡의 반격이 시작됐다. 후반 20분 장슬기(경주 한수원)의 뼈아픈 자책골이 나왔고, 불과 1분 뒤 닐루파르 쿠드라토바에게 연거푸 골을 헌납하고 말았다. 순식간에 스코어는 4-3. 턱밑까지 쫓긴 한국 벤치와 선수들의 등골에 서늘한 땀방울이 맺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영웅은 난세에 태어나는 법. 흔들리던 대표팀의 중심을 꽉 잡아준 것은 역시나 '해결사' 윤수정이었다.

후반 29분, 모두가 숨을 죽이던 그 순간 윤수정의 발끝에서 천금 같은 쐐기골이 폭발했다. 자신의 해트트릭을 완성함과 동시에 우즈벡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어버리는 대포알 같은 득점이었다. 성인 국가대표로 단 6번째 경기에 나선 선수가, 그것도 아시안게임 8강이라는 살얼음판 무대에서 만들어낸 믿기 힘든 기적이었다. 윤수정은 이번 대회 4골을 몰아치며 단숨에 득점왕 경쟁까지 뛰어들었다.

승기를 잡은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 김민지(서울시청)가 묵직한 헤더로 대미를 장식하는 6번째 골을 터뜨리며 그라운드를 환희로 물들였다.

지소연, 장슬기 등 베테랑들의 헌신에 최유리의 파괴력, 그리고 윤수정이라는 엄청난 '신무기'까지 장착한 신상우호. 이제 8년의 한을 넘어, 한국 여자 축구 사상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아시안게임 결승'이라는 미지의 땅을 향해 돌진한다.

그 길목을 가로막고 있는 상대는 다름 아닌 숙적 일본이다. 하지만 두려울 것은 없다. 지옥의 난타전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은 강인한 멘탈과 폭발적인 화력이 지금 대표팀에는 있다.

오사카에서 쏘아 올린 6발의 축포. 과연 시즈오카에서는 또 어떤 드라마가 쓰일 것인가. 태극낭자들의 진격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email protected]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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