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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아이돌 시대의 역설… 라이브네이션이 포착한 '진짜'의 귀환 [박지현의 아트월드]

박지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세계적인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가 2025년 4월 16일 오후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 '라이브 네이션 프레젠츠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을 펼치고 있다. 당일 5만 명이 운집했다. 그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연 스타들의 콘서트 수용인원은 3만 명 안팎이었는데 콜드플레이의 국내 인기를 새삼 실감케 했다. /사진 = 라이브네
세계적인 브릿팝 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가 2025년 4월 16일 오후 경기 고양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 '라이브 네이션 프레젠츠 콜드플레이 : 뮤직 오브 더 스피어스 딜리버드 바이 디에이치엘(LIVE NATION PRESENTS COLDPLAY : MUSIC OF THE SPHERES DELIVERED BY DHL)'을 펼치고 있다. 당일 5만 명이 운집했다. 그간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콘서트를 연 스타들의 콘서트 수용인원은 3만 명 안팎이었는데 콜드플레이의 국내 인기를 새삼 실감케 했다. /사진 = 라이브네이션 코리아

[파이낸셜뉴스] 무엇이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이고, 무엇이 AI가 만들어낸 것인지조차 분간하기 어려운 시대다. 모든 것이 모바일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디지털 과잉의 한가운데서 인류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오프라인의 '진짜'를 갈망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기업 '라이브네이션(Live Nation)'이 최근 발표한 '진짜로의 귀환(The Return to Real)' 보고서는 이 기이한 현상을 방대한 데이터로 증명했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15개국 만 18세에서 54세 4만2000명의 팬을 대상으로 한 2025년 '리빙 포 라이브(Living for Live)' 연구와 12개국 3450명을 대상으로 한 2026년 글로벌 충성도 연구를 종합했다.

■"콘서트가 섹스보다 낫다"… 과학과 숫자로 증명된 오프라인의 가치

오프라인 라이브 경험에 대한 팬들의 인식 /사진=파이낸셜뉴스 [AI생성 이미지 - Gemini]
오프라인 라이브 경험에 대한 팬들의 인식 /사진=파이낸셜뉴스 [AI생성 이미지 - Gemini]

26일 리포트에 따르면 전 세계 팬의 93%가 디지털보다 실제 경험을 갈망하며 80%는 물건을 소유하는 것보다 경험에 돈을 쓰겠다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라이브 음악이 스포츠를 제치고 세계인이 가장 좋아하는 엔터테인먼트 형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 티켓을 얻는 것을 성관계보다 선호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열광에는 뚜렷한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라이브네이션은 영국 옥스포드 대학교 실험 심리학과의'음악과 사회적 유대: "자기-타인" 합병과 신경호르몬 기제' 논문을 근거로 설명했다. 라이브 음악을 경험할 때 우리 뇌에서는 통증과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엔돌핀이 분비되며 대규모 군중과 함께하는 음악 활동은 사회적 유대감과 신뢰를 높이는 '사랑의 호르몬' 옥시토신을 방출한다는 것이다. 팬들의 85%가 '더 큰 무언가의 일부가 되기 위해' 기꺼이 공연장을 찾는다고 답한 것 역시 이 같은 정서적 연대감과 맞닿아 있다.

■ 유통기한 끝난 포인트 제도… '라이브 혜택'이 충성도를 지배한다

주목할 점은 이 폭발적인 라이브 수요가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지형마저 뒤흔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71%의 소비자가 "모든 로열티 프로그램이 다 똑같이 느껴진다"라며 기존 마일리지나 포인트 제도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팬들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라이브 공연 접속권'을 브랜드 차별화의 핵심 무기로 꺼내 들었다.

가장 혁명적인 변화는 스포티파이(Spotify)의 '리저브드(Reserved)' 서비스에서 엿볼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단순한 결제력이나 선착순 클릭 속도가 아닌 유저의 스트리밍 횟수, 곡 저장 및 공유, 위치 데이터 등을 알고리즘으로 분석해 가장 헌신적인 '진짜 팬'을 가려낸다. 이후 이들에게 일반 대중보다 먼저 콘서트 티켓을 예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팬들의 일상적인 데이터와 순수한 열정을 오프라인의 특권으로 치환하고 있다.

금융권과 이종 산업의 행보도 파격적이다.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자사의 '프라이스리스(Priceless)'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32개국에서 6000회 이상의 공연을 지원했고 550만 명 이상의 카드 회원에게 선예매 혜택과 VIP 접근 권한을 제공했다. 뻔한 포인트 적립 대신 평생 기억에 남을 오프라인 현장을 열어줌으로써 고객의 충성도를 단단히 묶어둔 것이다. 심지어 음악 산업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미국의 대형 건축자재 유통업체 로우스(Lowe's)조차 리워드 회원들에게 20개의 라이브네이션 공연장에서 어린이 티켓 할인, 무료 잔디밭 의자 대여, 테일게이트 파티 등 독점적인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의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브랜드가 이처럼 라이브 음악 경험의 일부가 될 때 팬들의 73%는 해당 브랜드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72%는 더 많은 돈을 지출할 의향을 보였다. 나아가 80%는 브랜드를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되며 94%는 자신의 벅찬 경험을 소셜 미디어에 자발적으로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버추얼 아이돌 전성기 맞은 K팝, 역설적으로 폭등하는 '현장'의 몸값

신인류 그룹 '코르티스(CORTIS)'는 지난 8월1일(현지시간) 미국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계기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와 손잡고 게임 내 가상 축제인 '뮤직 페스티벌 타이쿤'의 첫 공식 협업 아티스트로 발탁됐다. /사진=라이브네이션
신인류 그룹 '코르티스(CORTIS)'는 지난 8월1일(현지시간) 미국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오르는 것을 계기로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와 손잡고 게임 내 가상 축제인 '뮤직 페스티벌 타이쿤'의 첫 공식 협업 아티스트로 발탁됐다. /사진=라이브네이션

외신의 렌즈로 비춰본 한국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현주소는 매우 흥미로운 딜레마를 품고 있다. 한국은 '위버스'나 '버블' 등 플랫폼을 통해 아티스트와 24시간 온라인으로 소통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한 버추얼 아이돌을 지상파 음악방송 1위에 올려놓는 등 그 어느 나라보다 팬덤의 '디지털화'를 맹렬하게 선도해 왔다.

하지만 화려한 디지털 세계의 팽창 이면에서, 한국 팬들 역시 라이브네이션이 짚어낸 지독한 '진짜의 결핍'을 앓고 있다. 최근 국내 대형 아이돌 그룹들의 콘서트 VIP석 티켓 가격이 20만 원을 훌쩍 넘어서며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클릭 한 번으로 모든 무대 영상을 4K 해상도로 볼 수 있는 시대임에도 기꺼이 밤을 새워 '피켓팅'에 참전하고 뙤약볕 속에서 굿즈 대기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에게 있어 음악을 듣는 행위가 0과 1의 데이터로 쪼개진 스트리밍 시대를 지나, 가장 원초적이고 아날로그적인 '현장'의 가치로 맹렬히 회귀하고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와 지식재산권(IP)의 무한 확장에 사활을 걸고 있는 K-엔터 산업이 가장 깊이 새겨야 할 교훈 역시 여기에 있다. 기술은 거들 뿐,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화면 너머의 차가운 알고리즘이 아니라 무대 위의 뜨거운 호흡이다.

[email protected]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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