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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대놓고 핵개발 공론화...北 이어 NPT 탈퇴하나?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란 국회에서 핵확산방지조약(NPT) 탈퇴 법안 발의
공개적으로 핵개발 선언 논의
명목상 유지하던 비핵화 노선 폐지할 수도
'만드는 척' 대신 '진짜 만들자'는 주장 대두
이란 온건파 대통령은 핵무기 보유 않겠다며 美와 대화 촉구

지난 2월 1일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에서 지난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었던 핵시설에 새로운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월 1일 이란 이스파한 핵시설을 찍은 위성사진에서 지난해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었던 핵시설에 새로운 지붕이 설치되어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과 수십 년 동안 비핵화 협상을 벌였던 이란이 최근 핵개발 공식 선언을 검토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해 이란전쟁을 겪은 강경파는 핵확산방지조약(NPT)이 이란을 지켜주지 못했다며 지도부에 공개적으로 탈퇴를 요구하고 있다.

이란 강경파, 핵무장 논의 공론화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들을 인용해 그동안 명목적으로나마 비핵화를 자처했던 이란이 최근 북한처럼 NPT 탈퇴 및 공식 핵개발을 추구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프레스TV 등 이란 매체들에 따르면 이란 국회의 호세인 알리 하지 데리가니 의원은 지난 20일 다른 의원들과 함께 NPT 탈퇴를 요구하는 긴급 법안을 발의해 국회 의장단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법안의 본회의 상정 준비를 마쳤다며 법안 토의가 시작되려면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국회의장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데리가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가 지난 10일 이란을 핵 비확산 의무 위반을 이유로 약 20년 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회부한 점을 언급하며 "우리 일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으려면 NPT에서 탈퇴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모흐센 레자이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은 지난 8월 발표에서 NPT가 "이란에 대한 공격을 예방하지 못한다면, 우리가 핵무기를 만들지 않을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이달 제81회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에 도착한 이란 관리들은 이란의 핵무기 정책이 바뀌지 않았지만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레자이는 19일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 무기 금지 정책을 고수할 것"이라면서도 "이란의 NPT 탈퇴 여부는 미국의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NPT는 1970년 발효된 후 191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 군비통제 체제다. 3대 목표는 '핵확산 방지, 군축, 평화적 핵 이용'이다. 이란은 이슬람혁명 이전 팔라비 왕정 시절이었던 1970년에 NPT를 비준했다. NPT에 가입했다가 탈퇴한 국가는 북한이 유일하며, 핵무기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인도·파키스탄·이스라엘은 NPT에 가입하지 않았다. NPT 제4조는 당사국들의 평화적 목적을 위한 원자력 연구 및 생산, 사용을 보장한다. 이란은 과거 서방과 핵협상에서 우라늄 농축권이 해당 조항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내 핵심 핵무기 관련 시설 분포> *자료: BBC
<이란 내 핵심 핵무기 관련 시설 분포> *자료: BBC

'만드는 척' 대신 '진짜 만들자'
1979년에 왕정을 무너뜨리고 설립된 이란 이슬람 정부는 표면적으로 NPT를 유지했다. 지난 2월에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으로 폭사한 이란의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는 2003년 대량살상무기(WMD)를 금지한다는 종교지도자 칙령(파트와)을 발표했다. 그는 2010년에도 문서를 통해 "핵무기를 포함해 화학무기, 생화학 무기와 같은 WMD는 인류에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이에 맞서기 위해 기꺼이 최선을 다하겠다"고 주장했다. 신정일치 국가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가 내리는 파트와는 직접 취소하기 전까지는 국가 정책의 원칙으로 강력하게 작용한다.

WSJ는 유엔 자료를 인용해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이 적어도 2003년까지는 핵무기 제작 기술 습득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란은 최근 몇 년 사이 핵무기 재료 생산 역시 늘렸다. IAEA는 이란이 지난해 6월 미국·이스라엘의 첫 연합폭격 전까지 최대 60%까지 농축된 우라늄 440.9㎏을 보유했다고 추산했다. 이는 추가로 농축하여 농축도를 90% 이상 올리면 핵무기 10기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미국 정보기관 평가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핵무기 제작 역량을 키워 주변국들을 위협하는 동시에, 실제 제작은 자제하면서 미국·이스라엘에게 군사행동 구실을 주지 않으려 했다. 이란에서는 2023년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등 주변 친(親)이란 세력과 충돌하면서 NPT 탈퇴론이 제기됐지만 제한적인 수준이었다.

이에 대해 일부 비평가들은 하메네이의 전략이 결과적으로 이란의 적을 억제하지 못했으며, 미국·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을 오히려 자극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고 비난했다. 벨기에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선임 분석가는 레자이와 같은 고위 당국자들이 핵무기 제조를 선호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 내 핵무기 보유 논쟁이 이제 주로 "우리가 해야 하는가 보다는 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온건파로 불리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4일 미국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핵무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결코 아니다"라며 하메네이의 파트와를 다시 언급했다. 그는 미국과 다시 대화할 수 있다며 60% 농축우라늄을 희석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제81회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 본부에서 제81회 유엔총회 고위급 회기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AP연합뉴스

[email protected]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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