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8년 만에 돌아온 안세현 "용기와 분노 얻어…LA까지 직진!"
여자 혼계영·혼성 혼계영서 동메달 2개 수확하고 대회 마감
[아시안게임] 8년 만에 돌아온 안세현 "용기와 분노 얻어…LA까지 직진!"
여자 혼계영·혼성 혼계영서 동메달 2개 수확하고 대회 마감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오랜 슬럼프와 방황을 딛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무대로 돌아온 한국 여자 수영 맏언니 안세현(31·제주시청)이 눈물과 미소 속에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대회 출전 전 "스스로 만족할 수영을 한다면 내후년 올림픽에 도전할 용기를 얻을 것"이라고 다짐했던 그는 실제로 용기뿐 아니라 다음 무대를 향해 자신을 불태울 '분노'까지 가슴에 품었다.
안세현은 25일 일본 도쿄 아쿠아틱스센터에서 열린 여자 혼계영 400m 경기로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을 모두 마쳤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여자 혼계영 400m 동메달과 혼성 혼계영 400m 동메달 등 2개의 메달을 수확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입증했다.
이날 여자 혼계영 400m 동메달을 따낸 뒤 후배들과 한바탕 뜨거운 눈물을 쏟아낸 안세현은 취재진과 만나 "이번 대회를 통해 용기도 얻었지만, 약간의 분노도 함께 얻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접영 50m에서 목표했던 25초대 기록에 미치지 못한 게 못내 아쉽다"면서 "25초대에 꼭 들어가 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 2주 뒤 전국체전, 그리고 내년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될 때까지' 한번 끝까지 부딪쳐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때 물이 무서워 은퇴와 제2의 인생까지 고민했던 베테랑의 가슴에 다시금 강렬한 승리욕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의 시선은 이제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으로 향한다.
아시아 정상급 무대에서 오랜 세월을 함께 버텨온 옛 라이벌들과의 재회도 안세현에게 큰 위로이자 힘이 됐다.
안세현은 이번 대회 4관왕을 차지한 중국의 장위페이와 시상대 위에서 대회 마스코트 인형을 교환하며 정을 나눴다.
그는 "장위페이와는 2017년부터 국제대회를 함께 뛰며 오랜 세월을 지켜본 사이"라며 "시간이 흐른 만큼 서로 많이 편해졌고, 스스럼없이 안부를 묻는 좋은 친구가 됐다. 덕분에 장위페이가 많이 딴 노란색 (금메달) 인형도 선물 받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백혈병을 이겨내고 물살을 가른 일본의 이케에 리카코 역시 경기 전 소집실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대회가 끝나면 방으로 선물을 들고 찾아가겠다"며 각별한 우정을 드러냈다.
과거 호주 전지훈련 시절 안세현을 지도했고, 지금은 중국 대표팀 코치로 일하는 세계적인 명장 마이클 볼 코치도 경기장에서 안세현을 마주친 뒤 "네가 다시 좋은 모습으로 수영하는 걸 내 눈으로 직접 보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따뜻한 포옹을 건넸다.
물 밖에서 안세현은 후배들을 보듬는 든든한 '1995년생 큰언니'였다.
자신을 향해 전폭적인 존경과 애정을 쏟아내는 대표팀 동생들의 이야기가 나오자 안세현은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안세현은 "사실 제가 언니로서 해준 건 '잘 잤니', '밥 잘 먹었니', '아픈 곳 없니' 물어봐 준 것밖에 없다"며 "오히려 긴 공백기를 거쳐온 제가 동생들에게 더 많이 의지했다. 부족한 저를 믿고 잘 따라와 준 친구들에게 고마운 마음뿐"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후배들이 지금 너무나 훌륭하게 잘해주고 있다. 꿈을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세워 전진할 수 있도록 뒤에서 좋은 길잡이가 되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8년 만에 돌아온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존재 가치를 증명한 안세현은 자신을 향한 따뜻한 채찍질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해온 만큼 원하는 결과를 완벽히 다 얻지는 못했어도, 여기서 포기하거나 안주하지 않고 조금 더 밝은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싶습니다. 든든한 동생들과 함께 LA 올림픽까지 멈추지 않고 달려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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